설렘도 기대도 없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시간은 더욱 촉박해질 거고 머리는 온갖 쓸모없는 지식들로 채워지는 반면 가슴은 황폐해질 거란 예감만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예감은 현실이 되었고 무엇보다 책 읽을 시간을 빼앗긴게 가장 짜증이 났다. 시간을 뺏긴 사람에게 지루한 책은 사치가 돼버렸다. 내 눈은 조금이라도 더 재밌는 책을 찾으려 한다. 학교는 내 자유시간만 잡아 먹는게 아니라 독서 습관까지 망쳐놓았다.
˝풀꽃도 꽃이다˝를 읽으면서 화가 났다. 살인적인 교육 체제, 학생들간의 서열, 무한 경쟁시대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책과 함께 분노 한 것이다. 그와 별개로 ˝꽃다워야 할 소녀˝라든지 ˝여자가 입을 딱 벌리고 하품하는 것은 가장 무교양한 짓이라고 질색을 하셨다.˝와 같은 문장들, 외국인을 좋아하는 여성들을 비판하는 내용에 화가 나기도 했다. 평소에도 존경하고 좋아하는 작가고 소재도 괜찮은 책인데 일순간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우리나라 교육을 비판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만 구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은 꽤나 묘한 느낌이다. 바쁘고 바쁜 시간을 쪼개어 볼 만큼 가치있는 책이었냐고 묻는다면 차라리 다른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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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7-06-29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흘러도 계속 젊은 생각을 갖고 사는게 꽤 어려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