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았으면 하루 만에 다 읽었을 분량을 5일에 걸쳐 완독했다.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도 그렇지만 소설이 내 입맛에 맞지 않아서 더 오래 걸렸던 것 같다.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은 네 탓이 아니야. 내 탓도 아니고. 예언 탓도 아니고, 저주 탓도 아니지. DNA탓도 아니고, 부조리 탓도 아니고, 구조주의 탓도 아니고. 제 3차 산업혁명 탓도 아니야. 우리가 모두 멸망하고 상실되어 가는 것은, 세계의 구조 자체가 멸망과 상실의 터전 위에 성립되어 있기 때문이지.

요컨대 사랑을 한다는 건 그런거야, 다무라 카프카군. 숨이 멎을 만큼 황홀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네 몫이고, 깊은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것도 네 몫이지. 넌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그것을 견뎌야만 해.

비중이 있는 시간이 많은 의미를 지녔던 옛날의 꿈처럼 너에게 덮쳐온다. 너는 그 시간에서 벗어나려고 계속 이동한다. 설사 세계의 맨 끝까지 간다고 해도, 너는 그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너는 역시 세계의 맨 끝까지 가지 않을 수 없다. 세계의 끝까지 가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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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살아야 하니까......, 그 말이 서주상이 주먹질을 하는 것처럼 가슴을 치는 것을 유지원은 아프게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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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하나의 대상으로 보는 문화, 여성위 품위를 손상시키고 여성의 자립성과 사적인 공간을 가볍게 무시하도록 종용하는 대중문화를 웃으며 지지하는 문화는 곧 낙태 제한법을 제정하려고 오늘도 열심히 땀 흘리며 달리고 있는 저 입법자들을 선출하는 문화이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성폭력을 너무 자주 다루는 것이 문제일지도 모른다. 성폭력과 가정폭력에 대한 이미지들이 융단 폭격 하듯이 쏟아진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어떤 종류든 성폭행과 관련되지 않은 것이 얼마나 있던가? 과거에는 이러한 소재가 약간의 교육적 목적으로 사용될 때도 있었다.

소설 속이건 논픽션이건 저널리즘에서건 강간 다시쓰기 작업을 해야 하고, 이 범죄의 본질인 폭력성을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남성들이 이런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를 핑계룰 절대 만들지 못하게 해야 하며, 맥킨리 기자의 기사같은 것들이 절대 쓰일 수도, 발표될 수도 받아들여질 수도 없게 만들어야 했다.

(유명한)남자가 여자를 함부로 대하고도 법적, 직업적, 개인적으로 아무 문제없이 살도록 내버려 두면서 당신의 판단력을 흐리게 해버렸다.

그렇다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호감 가는 성품이란 뭘까? 이것은 매우 정교한 거짓말이며 기술적인 연기이고 이 사회가 강요하는 행위 규범이다. 이 규범을 따르지 않은 캐릭터는 좋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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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설명은 전형적인 유렵적, 백인 우월주의적 ‘정당화‘란다. 부자들과 권력자들의 논의지. 자신들은 절대로 굶어죽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영양실조로 팔다리가 비쩍 마른 아이를 안고 있는 뱅골이나 소말리아, 수단의 엄마들이 그 아이들의 죽음과의 싸움이 ‘자연히 고안해낸 지혜‘라는 소리를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이겠니?
그런데도 많은 지식인이나 정치가, 국제기구 책임자들은 엉터리 신화, 즉 기근이 지구의 과잉인구를 조절하는 작용을 한다고 믿고 있단다.

너 혹시 전세계에서 수확되는 옥수수의 4분의 1이 부유한 나라의 소들이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니? 선진국에서는 고기를 너무 많이 먹거나 해서 영양과잉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거꾸로 다른 쪽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영양실조로 굶어죽고 있어.

가격은 단 한가지 원칙에 복종해. 바로 이윤극대화라는 원칙이지. 시카고 거래소를 주름잡는 사람들은 차드, 에티오피아, 아이티 같은 가난한 나라의 장부가 높은 가격을 감당할 수 있을지 따위는 눈곱만큼도 고려하지 않아.

학교는 침묵하고 있어. 그들은 마땅히 해야 할 바를 하지 않고 있지. 그런 탓에 학생들은 모호한 이상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인간애를 가지고 졸업할 뿐, 기아를 초래하는 구체적인 원인과 그 끔찍한 결과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단다.

무바라크는 미국의 손에 놀아나는 꼭두각시에 불과해.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피리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단다. 무바라크는 양자택일을 할 수 밖에 없어. 미국의 용병 역할에 순응하든가, 아니면 자국의 극심한 기아에 따른 반란으로 축출 당하든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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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로 태어나는 주인공을 탄생시켜 그 주인공으로 하여금 열정에 사로잡혀 쏟아지는 빗속을 뛰어다니게 만들고 사랑에 빠지게 한다. 적당한 쓴 맛과 단 맛을 동시에 내기 위해 막 딴 치커리가 꽃상치를 잘 포개 만든, 여름 점심의 쌈밥을 만들기도 하고 연인 앞에서 처음으로 벗은 몸처럼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이 교차하는 하얀 살을 그리기도 하는 것. 그게 바로 소설이다. 소설을 읽는 일이 괴로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던져주는 것은 그 때문이다.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네가 앞으로 나아가면 나가갈 수록 바다는 더 많은 남빛을 잃어버리고 물보라로 바뀌어간다. 남빛을 잃어가는 절망의 유희는 보잘것 없다. 구경적 절망이란 바다의 남빛을 하얀 물보라 빛으로 바꾸는 동안에도 우리 주위에 더 많은 남빛의 대양이 권태로울 정도로 충분히 존재하는 일이다.

이상은 성천 한없이 늘어진 초록의 삼림 속을 진종일 헤매고도 끝끝내 한 나무의 인상을 훔쳐오지 못한 환각의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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