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똑같았다. 빵틀에서 똑같은 빵이 찍혀나오듯이 오늘은 어제와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을 것이었다. 그리고 네가 따라오고 있었다. 매일 따라오는 네가.
갑자기 너는 신기한 물건을 본 것처럼 네 손가락으로 내 턱을 쳐들었다. 네 손길은 너무나 부드러웠고 자연스러워서 누군가에게 어떤 식으로든 위안받고 싶어하던 내게 거부할 수 없는 것처럼 느꺼졌다.
"미안하다." 생각해보면 나는 지금까지 너에게 한 번도 미안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미안하다는 말은 모두 네 차지였다.
우리는 서로 멀리 떨어져서 도는 행성과 같았다. 너는 슬픔에 잠겨 네 마음대로 했고 나는 시름에 겨워 내 마음대로 했다.
너를 보는 게 마지막이라는 느낌이 든 건 왜였을까. 네 얼굴을 비추는 노란 햇빛은 내가 가게 될 다른 좋은 세상에서 오는 것 같았다. 해를 등지고 있는 내 몸에서 뻗은 그림자는 짧고 짙었다. "한번 안아보자." "그래." 나는 처음으로 너의 부탁을 받아주었다. 너는 나를 안았다가 안았던 팔을 풀고 외투 단추를 급하게 풀면서 말했다. "너, 다시는 안 오겠구나." "그래." 너는 외투를 벌렸다. 나는 네 품안에 들어갔다. "사랑한다." 너는 나를 깊이 안았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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