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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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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와 <동물농장>을 완독하지 않은채 조지 오웰에 대해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고 어불성설이지만, 읽지는 않아도 모두가 아는 소설을 썼으며 나 역시 읽지 않고도 (어디선가 많이 들어) 그의 소설 내용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그래도 조지 오웰의 이야기를 꺼낼 최소의 자격은 갖추지 않았나싶어 그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대표 소설 외에는 작가 '조지 오웰'을 만나볼 기회가 적었던 내게 <나는 왜 쓰는가>는 작가 조지 오웰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 책은 조지 오웰이 썼던 에세이 가운데 29편을 뽑아 씌어진 순서대로 엮은 조지 오웰 에시이집으로, 소설과는 달리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삶의 여정을 엿볼 수 있기에 인간 조지 오웰을 느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안 사실이지만 조지 오웰의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 영국 식민지인 인도 행정국 관리인 아버지와 버마에서 자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머니의 교육열에 비록 인도에서 태어났지만 영국으로 이사와 대부분의 생활을 그곳에서 하게 된다. 그의 학창 시절을 보여주는 에세이 <정말, 정말 좋았지>는 집을 떠나 세인트 시프리언스라는 유명 예비학교에 진학해 부유 자제들과 학교장 부부의 차별을 받으며 단체 생활을 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제목과는 달리 상처 받은 학창 시절을 써내려간 조지 오웰의 글을 보고 있으면 아마도 이 시기에 돈과 부에 대한 환멸을 느꼈던 것 같다.   

 

" 가장 필수적인 것이 돈, 작위 가진 친척, 운동 실력, 재단사가 만든 옷, 단정히 다듬은 머리, 매력적인 미소인 세계에서 나는 변변찮은 존재였다.
 _ <정말, 정말 좋았지>, 427쪽"

어쨌거나 그는 우수한 학업 성적으로 명문 사립 웰링턴과 이튼의 장학생으로 선발된다(세인트 시프리언스에는 총 세 부류의 사람이 있었는데 순수 귀족, 돈만 많은 재벌, 그리고 조지 오웰과 같이 공부를 잘해 학교의 명성을 높여줄 돈 없는 아이들. 그래서 조지 오웰은 장학금을 받으며 피터지게 공부해 명문 사립에 진학한다). 조지 오웰은 시프리언스를 다닐때와 달리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아마도 예비학교에서의 공부에 대한 시달림에서 지쳤기 때문인 것 같다. 학업에 열의를 잃은 그는 졸업을 하고 대학 대신 '인도 제국경찰'에 지원하기로 한다.  하지만 제국의 식민 통치와 그 앞잡이 노릇을 하는 자신에게 환멸을 느껴 경찰직을 그만두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다. 그 시절의 이야기는 <코끼리를 쏘다><교수형>을 통해 볼 수 있으며 이상과 현실사이의 괴리로 많은 괴로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남부 버마의 몰멩에서 나는 많은 사람들의 미움을 받았다. 살아오면서 남들에게 미움을 받을 만큼 내가 중요해진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_ <코끼리를 쏘다>, 31쪽 

결국 경찰직을 그만두기로 결심한 조지 오웰은 영국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글을 쓰겠다고 부모에게 선언한다. 그는 우선 자신이 흠모하던 작가였던 잭 런던의 논픽션 <심연의 사람들>의 궤적을 따라 빈민가에서 밑바닥 인생을 체험한다. 이 에시이집의 가장 첫 에세이인 <스파이크>가 바로 그 시절의 이야기이다. 그는 부랑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정부에서 그들을 위해 마련한 임시 숙소에서 끼니와 잠을 해결한다. 바깥 생활보다 못한 임시 숙소의 처절한 환경과 부랑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알력 다툼, 그리고 그 안에서 담배 몇 개비로 피어나는 우정은 이 단편에 잘 묘사되어 있고 후에 그의 첫 책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의 27장과 35장에 실렸다. 그리고 이때부터 조지 오웰(조지는 가장 흔한 영국 남자의 이름, 오웰은 마을 이름)이란 필명을 쓰시 시작한다. 

그 즈음 서점에서도 잠깐 일을 하게 되는데 <서점의 추억>에는 당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을 사러 오는 사람들에 대한 유형 분석이라든지, 단편보다 장편이 좋은 몇 가지 이유를 열거한 부분은 책을 좋아하는 내게 꽤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조지 오웰은 서점에서 일을 하면서 책이 싫어졌다고 말했는데 그건 손님들에게 책을 팔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매일같이 수백권의 책을 옮기고 책 먼지를 털다보니 책이 지겨워졌다는 것이었다. 그게 얼마나 오래갔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서점에서 일을 한 뒤로 "가끔씩만 책을 사고, 그것도 읽고는 싶은데 빌려 볼 수 없는 것만을 산다_ <서점의 추억>, 50쪽 "고 했다.

그리고 그의 운명은 그의 나이 33세인 1936년, 스페인내전 참전으로 바뀌게 된다. 그때부터 조지 오웰은 정치적인 작가로 거듭나는 데 그 이후로 그의 모든 대표작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카탈로니아 찬가>, <동물농장>, <1984> 등이 쏟아진걸 보면 전쟁이 그에게 미친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다. <스페인내전을 돌이켜본다>에서 그는 말한다. "진실은 아주 단순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악이며, 차악인 경우도 흔히 있다. 칼을 드는 자는 칼로 망하며, 칼을 들지 않는 자는 악취 진동하는 병으로 망한다. _ <스페인내전을 돌이켜보다>, 137쪽"

조지 오웰은 이후 스페인 소속 민병대원이라든지 독립노동당 가입이라든지를 통해 47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지속적인 정치 활동을 하며 집필에 몰두한다. 조지 오웰은 근본적으로 작가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글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왜 쓰는가>에서는 직설적으로 "내가 쓰는 건 폭로하고 싶은 어떤 것이나 주목을 이끌어내고 싶은 어떤 사실이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나의 우선적인 관심사는 남들이 들어주는 것이다. _ <나는 왜 쓰는가>, 297쪽 "라고 밝힌다. 자신의 쓴 글들을 봤을 때도 맥락이 없거나 현란하기만 한 의미 없는 구절을 썼을 때는 어기없이 정치적 목적이 결여된 글이었다는 것이다. 모름지기 작가란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남들의 생각을 바꾸려고 하는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책을 썼을 때 대작을 써낼 수 있다는 것이다.

쓰다보니 조지 오웰의 생을 따라 이 에세이 집을 설명하게 되었는데, 그 외에도 조지 오웰의 독특한 생각이 담긴 재미난 이야기도 많이 담겨 있다. 쏟아지는 책에 쌓여 더 이상 책 읽기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된 <어느 서평자의 고백>이라든지, 일반인도 과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를 밝힌 <과학이란 무엇인가?>, 셰익스피어를 공격한 톨스토이의 팜플렛 글들에 관한 조지 오웰의 시각을 말한 <리어, 톨스토이 그리고 어릿광대>, 스위프트에 대한 흠모와 걸리버 여행기에 대한 생각을 담은 <정치 대 문학: <걸리버 여행기에 대하여>는 읽는 재미는 물론 참신한 시각까지 전해준다.

이 책을 다 읽고다니 그동안 완독에 5번이나 실패한 <1984>에 다시 한번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를 알면 그의 작품이 친숙해지듯 <나는 왜 쓰는가>는 어렵고 두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조지 오웰의 책들에 다시 한번 손을 뻗칠 용기를 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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