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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자유 - 로쟈의 책읽기 2000-2010
이현우(로쟈) 지음 / 현암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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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도 서평을 써볼거라는 야심찬 포부로 블로그에 책에 관한 글을 쓴지 2년이 지났다. 그간 책에 관한 포스팅만 300개, 그중에서 나름 서평 흉내를 내보겠다며 쓴 글은 어림잡아 100편이 조금 넘은 것 같다. 사람들은 블로그라는 누구나 접하기 쉬운 매체에, 어떠한 글쓰기 제약도 없이, 쓰고 싶은 책 이야기를 자유롭게 쓸 수 있기 때문에 서평 쓰는 것이 쉽고 즐거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고백하건데 아직까지 내게 서평쓰기는 어렵고 때론 압박감도 느껴지는 그런 일이다. 더 절망적인건 쓴 서평의 개수가 늘어날 수록, 시간이 지나갈수록 서평을 쓰는 것이 쉬워지지도 않고, 쓰는 시간이 단축되지도 않는 다는 것이다.

때론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서너권의 책을 뒤적이고, 때론 하나의 서평을 완성하는 데 꼬박 하루라는 시간을 보내기도한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5>를 쓰기 위해선 그의 신화 역사를 알기 위해 1권에서부터 4권까지 다시 꺼내 훑어보아야만 했고, <실크로드의 악마들>을 쓰기 위해선 실크로드 관련 도서를 죄다 찾아 본 건 물론이거니와 며칠에 걸린 임시저장 끝에 '확인'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그래도 쓰면 다행, <인간 실격>과 같이 서평 쓰기를 진작에 포기한 것도 있고, 두 권을 엮어 더 재미있게 쓰려고 구상만 하다 지금까지 쓰지 못한 <사하라 이야기>와 <흐느끼는 낙타>와 같은 책도 있다. 쓰기는 했지만 부끄러워 공개하지 못한 몇 권의 서평은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알라딘 서재에만 올려 두었고, 어떤 말을 적어야 할지 모르겠는 <생각의 지도>나 <열정으로서의 사랑>과 같은 책들은 맘에 드는 구절을 옮겨 적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만큼 서평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난 꾸준히 서평을 올리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온전하게 자기 것으로 체화된 컨텐츠를 다시 한번 먹기 쉽게 꼭꼭 씹어 준 그들의 글을 읽다보면 그 책에 대한 매력이나 호감도가 상승하기도 하고, 때론 너무나 완벽한 해설에 더 이상 그 책을 읽지 않아도 읽은 것 마냥 느끼게 될 때가 있다. 로쟈도 내게는 그런 블로거 중의 한명이었다. 물론 그를 단순한 블로거라 부르기엔 무리가 있을 정도로 해박한 지식과 견문을 겸비한 자이지만 어찌되었든 블로그라는 매체를 통해 꾸준히 서평을 써왔다는 점에 있어 그는 내게 블로거였다. 엄청난 독서량, 읽는 책의 수준, 그리고 맛깔나게 소화해낸 그의 서평은 내겐 부러움의 대상이자 닮고 싶은 모습이었다.  

그런 그의 서평집이 나왔다. 전작 <로쟈의 인문학 서재>와는 달리 이번 책 <책을 읽을 자유>에서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각종 지면에 실렸던 그의 서평만을 온전히 추려내어 주제별로 엮어 본격적으로 로쟈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총 30여개의 주제로 묶었고 그 안에는 각각 4,5편의 서평이 들어 있다. 하나의 서평을 쓸 때마다 그가 인용한 책의 권 수가 최소 5,6권은 되니 이 서평집 하나에 담겨 있는 책은 어림잡아 600권은 족히 되지 않을까 싶다. 분야도 다양하다. 그의 전공인 러시아 문학에서부터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동양 고전 <논어>, <기형도 전집>을 비롯한 한국 문학까지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누군가의 서평집을 이토록 꼼꼼하게 오랜 시간 잡고 읽어본 건 처음인 것 같다. 어떤 서평은 읽다가 책을 찾아 읽을 거라며 책 이름에 밑줄을 그었고, 어떤 서평은 로쟈만의 해석 방법이 재미있어 별표시를 해 두었으며, 어떤 서평은 나도 언젠간 이런 서평을 쓰고야 말겠다는 묘한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에 빠져 있다보니 읽고 싶은 책이 배로 늘었고,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은 그 이상이 되었다.  

로쟈가 말했다.

"바늘 가는 데 실 간다고 책이 있는 곳에 서평이 따라붙는 것은 자연스럽다. 서평은 말 그대로 책의 됨됨이에 대한 평이니까 책이라는 물건이 존재하는 이상 서평은 불가능하다. 책에 대한 평이라고 했지만 이때 평은 좋고 나쁨 따위를 평가하는 말이다. 그럼으로써 값을 매기는 일이다. 책도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것이니까 풀어서 말하자면 한 책에 대해 품평한다는 것은 그것이 어원적 의미 그대로 '꼴값'을 하고 있는지를 판별하는 것이다. 그러한 판별을 위해서 보통은 책을 한 번 읽고 마는 게 아니라 한 번 더 읽어야 한다. 적어도 넘겨보기라도 해야 한다. 그래서 리뷰re-view 다."  _ 39쪽 중에서

한 편의 제대로 된 서평을 위해서는 모름지기 책은 적어도 두 번은 읽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리뷰'라고 부른 다는 것.10년간 꾸준히 책을 써온 서평가이자 블로거인 로쟈가 제2의 로쟈를 꿈꾸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바로 이것이었을 것이다. 이 말은 서평가를 자칭하며 책이나 구걸하는 몇몇의 블로거들에게는 일침을 가하는 말이 될 것이며, 나와 같이 진정한 서평가를 꿈꾸는 블로거들에게는 달콤한 열매는 씨를 뿌리고 경작을 해내는 인내의 시간 없이는 결코 맛볼 수 없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말이 외어 줄 것이다.   

그의 책을 늘 손 닿는 가까운 곳에 꽂아 두었다. 서평쓰기가 나태해질 때마다 꺼내서 보려고, 읽고 싶은 책을 찾을 수 없을 때 꺼내서 찾아 보려고, 한 주제에 관한  여러 관련 도서가 궁금할 때 보려고 말이다. 책꽂이에 꽂아두니 괜히 마음이 든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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