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저택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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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 멸족 위기에 몰려 루마니아에서 일본으로 피신하려다 인천항에 정박해 한국에 불법체류 하게 된 일가가 있었다. 프란체스카와 기타 등등 인간 보다 더 인간적이었던 흡혈귀 일족들, 안녕 프란체스카! 치렁치렁한 검은 머리에 24시간 무표정 발사 중인 프란체스카는 비둘기를 닭튀김으로 변조해 불법 판매에 나섰고 정기를 뺏겨 겉늙어버린 이사벨 김수미 할머니는 "줸, 줸, 줸틀맨이다, 얼굴 고와 이쁜 년 너만 잘났냐, 주름 많은 늙은 년 나도 잘났다."고 노래하며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고 신해철씨가 흡혈귀 대교주 앙드레 역으로 출연해 근엄한 목소리로 가족들의 돈을 갖고 튀는 빙다리 역할도  했던 화제의 시트콤이었는데 그것도 벌써 2천년대 초반 이야기구나. 아아, 옛날이여ㅠㅠ 십여 년 만에 다시 그들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든 판타지 시월의 저택은 프란체스카보다 꼬박 5년 이른 2000년에 여름에 출간되었다. 그 때 출간되었다고 해서 이 책이 그 즈음에 쓰여진 것은 아니어서 시월의 저택의 근간이 된 단편 귀향파티는 자그마치 1946년의 작품이더라. 첫 단편이 쓰여지고 픽스 업 소설로 이 연작 단편집이 완성되기까지는 자그마치 50년도 넘게 걸린 셈이다. 대단해!! 시대도 다르고 배경도 다른 레이 브래드버리의 작품에서 한국의 프란체스카(본적은 루마니아라지만)를 떠올리게 된 건 무엇 때문일까. 물론 그 내용적인 면이 아주 엉뚱하고 환상적인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티격태격 하면서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어느 한 가족, 가족을 넘어 일족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인게 아닐까?
 
흡혈귀인 듯 흡혈귀가 아닌 (정체가 뭐냐?!!) 엘리엇 가족들은 시월의 저택에 살고 있다.
커다란 대문과 담벼락, 지붕의 널, 백개의 굴뚝과 창, 지하실의 여러 상자와 포도주통, 집안 갖가지 모든 곳에 엘리엇 일족이 살고 있지만 그 많은 일족 중 주요 가족들을 소개해 보자면 먼저 나이가 가장 많은 천번 할머니부터 나서야겠지. 다락방에 살며 말을 할 때면 입가에서 꼭 먼지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천번 할머니는 고대 이집트의 미라이다. 몇 천 년을 삭아서 사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몸이 바스라질 지경이시긴 하다. 하루 24시간 잠들지 않고 저택과 가족을 지키는 어머니는 평새 주무신 적이 없다. 해가 뜨면 지하의 상자에 들어가 잠드는 아버지는 잠자기 전에 꼭 굿모닝~ 이라고 인사를 한다. 유령 같은 존재로 세상의 모든 것에 ㅡ방금 오줌 싼 개, 햇볕에 가르릉거리는 고양이, 아기의 고물고물한 연분홍 뇌와 막 아침을 맞은 연인, 하다 못해 책에까지 깃들 수 있는 세시는 현재 첫사랑 앓이 중이다. 녹색의 커다란 박쥐 날개를 가진 에이나르 아저씨는 어쩌다 결혼이라는 현실에 거꾸러져 달과 별을 헤엄치는 방랑 생활을 끝내고 아내의 명령에 따라 빨래줄을 들고 하늘을 오가며 1분만에 세탁물을 말리는 살아있는 건조기가 되었다. (나도 갖고 싶어!!) 거꾸로 나이를 먹는 사촌 마드모아젤 안젤리나 마르게리타는 무덤에서 살아나와 스물이 되고 열여섯이 되고 두 살이 되었다가 어느 처녀의 자궁 안에서 다시 안식을 찾았고 무엇보다 이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꾼, 사랑스런 아이 티모시는, 이 모든 이야기 속에서 내내 고민 중이다. "모두 영원히 사는데, 왜 저는 그럴 수 없나요?"(p61) 늙지도 않고 죽을 수도 없고 벽도 못뚫고지나가고 하늘을 날지도 못하는 티모시는 자그마치 숨도 쉰다. 인간인 것이다!!!!!

티모시가 어떻게 시월의 저택에 살 게 되었는지, 시월의 저택 속 또다른 가족들에는 또 누가 있는지, 티모시는 내내 영영 그렇게 살아있지 않은 자가 되고 싶어하는지,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그들이 무사히 일족을 꾸리고 있는지는 꼭 책으로 만나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꼭! 꼭! 환상적이고 동화 같은 몽상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꼭꼭! 세번네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은 너무나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할로윈의 밤, 할로윈의 저택, 할로윈의 사람들 시월의 저택을 강력하게 추천드린다. 꼭꼭꼭꼭꼭!!


** 현문에서 나온 또다른 레이 브래드버리 작품도 구매해야지.
      넘 예뻐. 이야기들이 정말 너무너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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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도리 2018-02-13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누구게요^^

캔디캔디 2018-02-14 10:02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서 뵈니 더욱 반갑습니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