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미 배드 미 미드나잇 스릴러
알리 랜드 지음, 공민희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2018년 1월 15일>

*굿 미 배드 미 by  알리 랜드 - 책을 읽으면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위로 여덟 계단, 그리고...

* 평점 : ★★★★반


'나무의 철학' 출판사의 미드나잇 스릴러시리즈 '굿 미 배드 미'

4백 페이지가 넘는 부담스러운 두께의 책이나, 망설임없이 손에 들었다.

12월에 같은 시리즈인 '마지막 패리시부인'을 너무 재미있게 본 영향이다.

새벽 2시에 읽기 시작했는데, 멈출 수가 없었다.

15살의 소녀가 겪은 일이 어떤 일인지 정확히 알아야 했다.

그것이 내가 가진 이중적인 면이라 해도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 했다.

사건의 진상이 나올 듯 나올 듯 애를 태웠다.

50쪽만 읽고 자다던, 100쪽까지만 읽고 자야겠다는, 나도 모르게 깜박 졸다 일어나 다시 읽기를 이어가는.. 출근하려고 일어나는 남편의 기상 시간과 함께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사건은 알게 되었고, 날은 새버렸고....

책 뒷표지에 적힌 책평에 이토록 공감된 책도 드물었고, 나역시 그 평가들에 깊은 동의를 했다.

"첫 장부터 주의를 집중시키며 마지막까지 불안을 내려놓지 못하게 한다." - 가디언

"책에 초강력 접착제를 잔뜩 발라놓은 듯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 선데이 익스프레스

특히나, 이 두 문장에는 더더욱..


15살의 애니는 아홉 명의 어린아이를 살해한 엄마를 경찰에 신고한다. 체포된 엄마의 재판에 증인으로 서게 된 애니는 재판전까지 임시 보호 가정에서 말리라는 이름으로 머물게 된다.

마이크 아저씨의 애정어린 관심과 그의 가정에 소속되고 싶은 말리지만, 피비는 말리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괴롭히고, 자신의 아버지에게 받는 관심을 질투한다.

말리는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했고, 엄마와 지냈던 과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며 불안하기만 했다.

아홉 명의 아이들을 죽인 엄마의 재판..

말리네 집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걸까?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었던 말리, 고통속에 갇힌 아이를 살리고 싶었던 말리..


 이야기의 진행에 맞춰 검정색의 페이지에 사건의 진실이 살금살금 수면 위로 올라온다.

위로 여덟 계단, 그리고 또 네 계단

문은 오른쪽에 있다.

라고 시작하는 진실...


위로 여덟 계단, 그리고 또 네 계단

문은 오른쪽에 있다.

'네가 누군지 받아들여, 애니!'

'너도 거기 있었잖아, 애니!'

애니, 애니, 애니....

책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잔인하고 무서운 게임을 하는 놀이방이 맞은 편에 있는 계단 있는 그 곳이 얼마나 소름끼치게 무서울지...

나의 집에 계단이 없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읽으면서 불안하고, 그러면서도 미친듯한 가독성..

아직 어린 15살 소녀의 머릿속에서 미친듯 돌아가는 상황적응력과 판단력, 진실은 말했으나 약간의 말은 간직하는,

자신을 사랑한다 믿는 새로운 가족을 갖고 싶은 소녀의 소름 돋는 이야기..

착한 나, 나쁜 나.. 어떤 것이 진짜일까?

선과 악 중 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자신의 만족을 위해 엄마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직은 미성숙한 여자아이..

말리는 엄마에게서 벗어나려고 했으나, 미워하면서도 사랑하는 엄마의 존재이며, 그건 바로 자신의 모습이었음을.. 알리가 없다.

더불어 아이에게 양육환경이 얼마나 영향을 많이 끼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부모의 행동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스캔되어 나온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하는 말, 행동.. 

항상 조심해야겠다고, 항상 진실되어야겠다고..

내 부정적인 감정을 아이들에게 그대로 내보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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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패리시 부인 미드나잇 스릴러
리브 콘스탄틴 지음, 박지선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2017년 12월 20일>

* 마지막 패리시 부인 by 리브 콘스탄틴 - 나쁜 여자와 다 가진 여자의 심리게임

* 평점 : ★★★★


분위기가 19금을 연상케 하는 책이다.

제목도, 표지도..

야시시한 분위기가 풍기는 이 책에서 어떤 내용을 접할지 몰라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인데도 집어들기에 망설임이 없었다.

강렬한 첫 이미지 + 결말이 궁금하여 자꾸만 책을 넘기게 되는 흥미진진함이 가득한 책이다.

1부 앰버

앰버 패터슨은 자신이 패리시 부인이 되기를 꿈꾼다.

섹시하고, 멋지고, 돈이 많은 잭슨 패리시의 부인이 되기를 말이다.

앰버는 그렇게 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은 세운다.

잭슨이 좋아하는 장르를 공부하고, 패리시 부인의 지인이 되기 위해 부인의 죽은 여동생과 같은 병으로 죽은 여동생을 만들어낸다.

병원입원기록을 가지고 있고, 자로 잰 듯한 정확함, 흐트러짐 없는 생활, 사치스런 생활을 하는 대프니를 보며 자신이 누릴 수 없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

대프니의 가장 친한 친구, 친자매같은 관계를 만든 앰버는 잭슨 회사의 비서로 들어가고...

그의 눈에 들기 위해 치열하게 일을 꾸민다.

잭슨이 자신에게 올 수 있게 최선을 다하는 앰버.. 그렇게 그녀는 패리시 부인을 꿈꾼다.

그녀는 과거에 어떤 일을 저질렀을까?

2부 대프니 

동생의 병으로 힘든 이들을 위해 재단을 만들어 돕고자 한 대프니는 투자를 도와줄 수 있는 잭슨을 만나게 된다.

그녀의 힘든 부분들을 백마 탄 왕자처럼 나타나 해결해주는 잭슨에게 마음을 뺏기고, 둘은 빠른 결혼을 하게 된다.

행복한 결혼을 했다고 느꼈던 잭슨과의 결혼생활은 점점 힘들어지고, 아이를 가지고 협박을 하는 그가 사이코패스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모든 것을 조종당하는 그녀에게 앰버는 편하고 믿고 싶은 친구가 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과거를 알게 되고 잭슨을 노려 자신에게 다가온 것을 알게 된 대프니..

그녀는 앰버를 이용하여 자유를 얻기로 계획한다..

그녀는 어떻게 될까?

(P.467) 그녀가 무슨 짓을 했기에 이런 상황을 감당해야 할까? 삶은 정말 불공평했다. 앰버는 모두 자신을 쓰레기처럼 보던 끔찍한 동네에서 탈출하려고 열심히 노력했다.그래서 인근에서 가장 부유하고 뭐든 가장 좋은 것에 둘러싸인 잭슨 패리시 부인이 되었다.

그런데도 계속 멸시를 당했고 쓰레기 취급을 받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합당한 삶을 원할 뿐이었다.이 삶이 합당하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1부의 앰버 패터슨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녀의 뻔뻔함에 화가 났다.

허영이 차고 넘쳤으며, 피해망상증까지 깊었고, 모든 것을 자기 합리화 시키는 것이 사람을 들었다놨다 했다.

몇 페이지 넘기고 화를 가라앉히고, 또 보다가 속으로 욕 한 바가지 해주고..

이렇게 못된 나쁜 여자는 당분간 보질 못할 것 같다.

앰버의 빤히 보이는 계획과 거짓말에 넘어가는 잭슨을 보며 '속물같은 남자같으니..... 바보같은 남자같으니....'....라며 혀를 끌끌 차며 1부를 읽었는데, 바보같은 남자가 아닌 변태적인 나쁜 놈이라는 것을 2부에서 알게 된 이후 책읽기에 가속이 붙었다.

나쁜 여자와 나쁜 남자의 크로스란,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기에 이 둘의 관계가 궁금해져 책을 놓을 수가 없게 되버리는..

정말 짜릿한 스릴러소설이다.

앰버의 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묻지마 폭력' 기사가 생각이 났다.

묻지마 폭행이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타킷이 되어 있는 것처럼 의도치 않았는데, 나의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 누군가의 목표물이 될 수도 있다, 라는..

누군가의 손이 내 목으로 뻗어오고 있는데, 전혀 알 수 없다는 것.

자신과 상관없는 삶으로 들어가는 것을 전혀 죄책감 갖지 않으며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는 사이코패스가 사회 여기저기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두려워진다.


모든 이들에게 완벽한 커플로 보였던 잭슨과 대프니,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암흑인 줄 세상모르고 제 발로 걸어들어가는 앰버..

그들의 이야기는 3부로 나누어져 있고, 이야기마다 느끼는 감정이 판이하게 다르다.

1부, 2부, 3부를 읽으며 변화되는 감정선을 느끼며 읽으면 재미가 업이 될 것이다.

독자의 잠정선을 따라가도 재미있지만,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모습의 이중성에 중점을 두고 읽어도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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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끄네 집 (양장) - 고양이 히끄와 아부지의 제주 생활기
이신아 지음 / 야옹서가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2017년 12월 16일>

* 히끄네집 by 이신아 - 히끄네집으로 초대합니다!

* 평점 : ★★★★


어렸을 때부터 동물이 좋았다.

21살때부터 불과 몇 년전까지 미니핀을 키우기도 했다.

오래오래 장수를 한 강아지였지만, 주인의 무책임으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놈이었다.

노견이 된 그 넘을 그렇게 보내고, 반려동물을 키울 자격이 없음을 깊이 깨달았다.

그 후로는 길에서 만나는 개를 불러세운다.

이제는 길고양이들도 부른다.

그렇게 아는 척을 하며 다닌다. 살갑게 다가오는 놈은 쓰다듬어주고, 위태위태하게 도로를 지나다니는 놈은 위험하다고 조심하라고 소리쳐주고, 집없이 헤매는 것같이 보이는 놈은 마트로 달려가 소세지라도 사가지고 와서 주는..

그렇게 길에서 보이는 그 작은 생명들을 자격이 없어 살피지는 못하고 아는 체가 어찌 하고 있는 나다.

강아지, 성견, 고양이.. 부르는 데는 가리지 않지만, 개가 더 좋은 건 사실이다.


최근들어 고양이 책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어도, 특별히 읽어본 책은 없었다.

온라인 서점에서 자주 보이던 책이 도서관의 신간서가에 꽂혀 있어 빼보니 하얀 고양이가 표지모델이다.

음식을 바라보는 그 고양이 이야기를 앉을 자리가 없어 도서관 한 켠에 서서 읽기 시작했다.

길냥이에게 '히끄'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찾아올 때마다 챙겨주기 시작한 저자.

게스트하우스의 스탭으로 머물러 있는 제주도에 히끄를 가족으로 맞이하고 난 후 정착을 한다.

히끄와 살면서 그 전과 바뀐 일상들을 잔잔히 풀어낸다.

 

(P.39) 5년 전 제주에 처음 여행 왔을 때 가진 거라곤 배낭 하나뿐이었다. 배낭 하나 메고 여기 왔듯이, 언제든 그때처럼 다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살림 하나를 들일 때도 신중하게 고민했다. 짐을 늘리고 인연을 만드는 건 '언제든 떠날 사람'으로 사는 데 방해가 될 뿐이었다. 그런 내가 히끄를 키우기로 한 건 나름대로 중요한 결단이었다.

(P.93) 고양이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무엇을 먹는가가 중요하다. 사실 사료는 사람이 편하자고 개발한 음식일 뿐,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자연식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손은 좀 가지만, 내가 먹을 음식과 히끄의 밥을 함께 만들어 나눠 먹는 시간이 참 좋다. 어떤 고급 식당 부럽지 않은 우리만의 만찬이니까.

(P.77) 하루에 한두 명만 묵을 수 있는 독채 민박이라 수입은 빤하지만, 적게 벌고 적게 쓰면 그뿐이다. 약속 없는 날이면 온종일 집에 있으면서 히끄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점, 그것이 민박집 주인으로 사는 삶의 가장 큰 장점이다.

(P. ) 우리가 나란히 서서 본 구름이 매일 달랐던 것처럼, 똑같아 보이는 일상도 나날이 미묘하게 다른 빛깔로 채워지고 있을 것이다. 그 소중한 순간을 붙잡아두고 싶어서 매일 하늘을 찍는다.

(P.99) 히끄를 키우면서 다마고치가 자주 생각났다. 고양이도 매일 밥을 주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장난감으로 놀아줘야 하는데 모두 중요한 일이어서 한 가지도 미룰 수 없다. 다마고치 속의 동물처럼 모든 생명체는 주변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

그래서 히끄가 아프면 '내가 뭘 소홀히 했을까?'하는 자책감이 먼저 든다. 대부분의 시간을 히끄와 집에 함께 있는 만큼, 더 세심하게 살피고 잘 키워야 한다는 강박도 있다. 이건 집사의 숙명이지 싶다.

(P.171) 나는 비혼주의자가 아니다. 오히려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 게 오랜 꿈이었다. 하지만 집안과 집안이 만나는 결혼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결혼을 하고 싶어서 신중할 뿐이다.


'히끄네집'의 키포인트는 해시태그이지 싶다.

히끄아부지의 센스가 돋보이는... 사진아래 달린 그 해시태그를 보며 마음속으로 참 많이 웃었다.

해시태그 읽는 재미에 책장이 훌훌 넘어간다.

- 롤렉스부럽지않은 / 아니조금부러운 / 냥렉스 / 토끼풀목걸이를한소년 / 도도해진표정 / 시선은45도유지

- 가!가라냥 / 우린이루어질수없다냥 / 날잊고새출발하라냥 /  힝_어떻게사랑이변하냐개 / 호삼무룩 / 단호박히끄


오후에 남편이 퇴근을 하면 시댁을 가야 하는 일정이 있어 책반납할 겸 들른 도서관이어서 조금만 읽다 가자.. 싶었다.

한 장 두 장 넘기다 보니 히끄아부지와 히끄의 일상을 알아가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잠깜만 서서 읽자던 것이 30분이 넘어가니, 들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는다. 1시간이 지나니 슬슬 빈자리를 찾아간다.

자리에 자리잡고 히끄네집을 다 보고야 말았다.

뒤로 갈수록 히끄는 사랑스러운 히끄무레한 고양이였다. 어찌나 표정이 다양한지..

저 모습에 언제나 떠날 준비를 하던 주인공은 그를 가족으로서 받아들였을거다.

히끄와 스스로 고양이집사라 자칭하는 히끄아부지를 보며 다시 깨닫는다.

생명의 귀함을, 좀 더 나은 우리가 같이 살아가야 하는 생명가진 모든 것들을 위해 어떠한 마음으로 대해야 할지...

그들의 생명이 짧을지 길지는 그 누구도 모르지만, 그들 역시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자격이 있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하루가 멀다하고 동물학대, 아동학대등등.. 잔인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인간이 함부로 할 수 있는 생명은 단 하나도 없다.

나보다 약한 존재를 괴롭히거나 학대하는 것은 살아있는 생명을 가졌다고 할 수 없다.

길에 내몰린 작은 생명으로 힘을 얻고 중심을 잡았다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보며 세상은 서로와 서로에게 -사람이 사람에게, 동물이 사람에게- 알게, 혹은 알지 못하는 사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따뜻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사회라 믿는다.

히끄와 히끄아부지의 서로 의지하며 사는 모습이 이 추운 겨울, 호주머니의 작은 핫팩처럼 다가온다.

이 온기가 동네방네 스며들어라...

마지막 문장에서까지 작은 고양이 '히끄'에 대한 정성과 진심이 넘칠만큼 가득한 '히끄네집'이다.

 '나와 함께여서 오늘도 행복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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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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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3일>

* 섬에 있는 서점 by 개브리얼 제빈 - 너무 사랑스러운 빨간 책, 흔하지 않다

* 평점 : ★★★★★


'난 책이 너무너무너무 좋아'..라는 이미지를 뿜뿜 풍기며 티도 많이 내고 다닌다.

 그 어떤 곳이든 꽂혀 있는 책을 보면 무슨 책이 있나.. 하고 책 앞으로 달려간다.

책 권함을 요청하는 이들에게 나름 책을 골라주려고 노력도 하고 말이다.

그냥 책만 보면 설레인다.

하지만, 그것은 책을 보고 설레이는 것이지 책을 읽고 설레이는 것은 아니다.

아직 가끔 스쳐지나가듯 책을 읽으며 묘한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말했듯이 스쳐지나가는 감정이라 정확하지가 않았다.

책을 읽으며 설레인다는 것!!

이 책을 보며 그걸 느껴버리고 말았다.

빨간 표지의 양장본, 뭐 대단한 것은 별로 없다.

'The Storied Life of A.J.Fikry'의 제목을 가진 '섬에 있는 서점'..

제목만 들어도 잔잔함이 느껴지고, 작은 마을의 서점의 여유로움과 평범함이 느껴진다.


피크리는 앨리스섬의 서점주인이다.

 사랑하던 아내를 사고를 잃어 삶에 대한 모든 것을 포기하며 지낸다.

고집이 세고, 주관까지 뚜렷한 피크리는 출판사 신입 영업사원을 잔인하게 보내버린다.

그 날, 그는 희소성이 높아 가격이 상당한 작품을 도난을 당하는 일마저 겪게 된다.

운동을 하고 온 사이 서점에 놓여있는 아기..

그렇게 피크리는 마야를 만나게 되고, 그는 마야를 입양하여 아빠노릇을 한다.

피크리라는 주인공이 마야를 키우면서 보여주는 인간미, 그런 그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모이게 되고..

피크리는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P.98) 에이제이는 분홍색 파티용 드레스를 입은 마야를 보고 어딘지 익숙하면서도 뭔가 참을 수 없는 기운이 속에서 간지럽게 부글거리는 느낌이었다.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거나 벽이라도 쾅 치고 싶었다. 술에 취한 기분, 아니면 적어도 탄산이 들어간 기분이었다.

미치겠군, 처음엔 이런 게 행복인가 보다 했다가, 이내 이건 사랑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빌어벅을 사랑, 그는 생각했다.

얼마나 거추장스러운 감정인가. 그것은 죽도록 술 마시고 장사를 말아먹겠다는 그의 계획을 정면으로 가로막았다. 제일 짜증나는 것은, 사람이 뭔가 하나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결국 전부 다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이다.

* 꾸밈없는 사랑에 대한 표현이 다정하지 못한 피크리의 모습처럼 사실적이고, 현실적이다.

아차 싶은 탄식, 조심하지 못한 자신을 질책하는 그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또, 사랑에 빠지는 것에 대한 책임감을 대하는 어른스러운 모습이 툴툴대는 모습과 겹쳐보여며 웃음을 자아낸다.

이 문장들을 여러 번 읽으며, 부러움이 가득찼다. 작가는 괜히 작가가 아니구나..하면서...


(P.111) 마야는 자신의 손을 에이제이의 손 위에 얹어 아직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게 막는다. 아이는 눈으로 그림과 글 사이를 왔다 갔다 훑는다.

돌연 '빨강'이 빨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기 이름이 마야라는 것을 알게 되듯, 에이제이 피크리가 자신의 아버지임을 알게 되듯,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곳이 아일랜드 서점임을 알게 되듯.

(P.119) "때로는 적절한 시기가 되기 전까진 책이 우리를 찾아오지 않는 법이죠."

(P.121) "내가 싫어한다고 말하는 것들은 많지 않아요. 선생들은 숙제로 내주고, 부모들은 자식이 뭔가 '고급'스러운 것을 읽는다고 즐거워하죠. 하지만 애들한테 그런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니까 애들이 자기는 독서랑 안 맞는 줄 알게 되는 거라고요."

* 우리는 이 문장에서 많은 것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 어른들이 골라서 정해놓은 학년별 권장도서, 추천도서를 지금의 어른들은 그 시기에 읽었는가?

읽었다면 그 도서들이 재미있었다고 기억을 하는지?

전~~혀.... 그렇지 않다.

40대가 된 지금 읽어도 그때 읽었던 권장소설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시대상으로 맞지 않아 어려운 책들, 물론 좋은 책들이기는 하나 아이들에게 어른도 이해못하고, 재미없는 책들을 권하는 사회가 과연 책을 권장하는 사회인지 물어본다.

아이들 눈에 재미있는 책이 권장도서가 되어야 하고, 추천도서가 되어야 도서관에 발 디딜 틈이 없는 날이 오지 않을까?


(P.262) 에이제이는 종종, 이 세상 최고의 것들은 죄다 고기에 붙은 비계처럼 야금야금 깎여나가는 중이라는 세상이 들었다. 제일 먼저 레코드 가게가 그랬고, 그다음엔 비디오 가게가, 신문과 잡지에 이어 이제는 사방에 보이던 대형 체인 서점마저 사라지는 중이다.

그의 관점에서 보자면 대형 체인 서점이 있는 세상보다 더 나쁜 유일한 세상은, 대형 체인 서점'조차' 없는 세상이었다.

적어도 대형 서점은 약이나 목재가 아니라 책을 팔지 않는가! 적어도 그런 서점에는 문학 공부를 한 사람, 책을 읽을 줄 알고 사람들에게 책을 골라줄 수 있는 사람도 좀 있지 않겠는가! 적어도 그런 대형 서점이 온갖 출판 쓰레기를 만 부씩 팔아치우는 동안 아일랜드 서점에서는 순문학을 백 부는 팔 것 아닌가!

(P. 303) 죽는 건 겁나지 않아. 하지만 내 지금 상태는 약간 두려워. 날마다 내 존재는 조금씩 둘어들어. 오늘의 나는 말이 결여된 생각이지. 내일의 나는 생각이 결여된 몸뚱이가 될 거야. 그렇게 되는 거지. 하지만 마야, 지금 네가 여기 있으니 나도 여기 있는 게 기뻐. 책과 말이 없어도 말이야. 내 정신이 없어도. 대체 이걸 어떻게 말하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 어찌 이토록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

친 자식이 아닌 마야를 자신이 죽어가는 시간에도 이렇게 사랑이 뚝뚝 떨어지게 애타하는지..

에이제이의 죽음앞에 가슴이 찡해온다.

나이를 먹을수록 이 넘의 눈물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오려해서 요즘은 버겁다.


"우리는 우리가 수집하고, 습득하고, 읽은 것들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여기 있는 한, 그저 사랑이야. 우리가 사랑했던 것들,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런 것들이, 그런 것들이 진정 계속 살아남는 거라고 생각해."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화, 이야기등에서 나오는 다양한 문학작품들을 설명해놓은 주석들까지 꼼꼼하게 읽느라 좀 정신이 없었지만- 고전문학작품을 많이 접하지 않은 나여서 그랬을거지만- 그럼에도 몰입이 흐트러지는 것은 전혀 없었다.

책에 해박한 지식이 없어도 읽기가 부담이 없는 책..

보며 소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책을 읽으며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그러다 '내가 이 책을 즐기며 읽고 있구나..'.. 알아챘다.

이런 감정에 대해 서툰 나는 이 책이 특별해졌다.

이 책은 책을 즐긴다는 감정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주위를 돌아보면 피크리같은 사람이 있은 것 같은, 픽션이 아닌 일상에서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감동,

그렇다고 어디선가 봤음직한 흔한 이야기가 아닌 사랑스러움이 퐁퐁 솟아나는 책이다.

너무 사랑스러운 빨간 책..

이 책을 보내기 아쉬워 자꾸만 눈길을 멈출 수 없게 만든 책이다.

"서점이 없는 동네는 동네라고 할 수도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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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케이크 에디션)
하야마 아마리 지음, 장은주 옮김 / 예담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2017년 12월 7일>

*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by  하야마 아마리 - 삶이 호의적이지 않을 때 읽어보면 좋을

* 평점 : ★★★★★


이 책의 주인공은 극단적이다.

1년 후 죽음을 목표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건다.

자신의 인생이 초라하고 비참함을 마주보고 그녀는 과감히 스스로에게 1년이라는 시한부인생을 선물한다.

책의 초반에는 그녀의 별 볼일없는 인생에 대해 공감이 갔으나 무모하다 싶을 만큼 자신을 세상에 던져버리는 것에 거부감도 들었다.

하지만, 현재의 인생이 쓸데없다고 느끼는 이가 ,

1년후 스스로 삶을 마감하자.. 다짐한 이가

이런 저런 것을 재는 모습이 보인다면 더 거부감이 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최후의 도박을 시작하게 된 것은 그녀의 생일날!

"Happy birthday to me."

29번째 생일, 3평 원룸에서 생일을 자축하는 그녀, 조각케이크에 올려진 딸기를 바닥에 떨어뜨려 그것을 주워먹으려던 자신의 모습이 비참하다.

혼자만의 파티는 작년도 재작년도 그랬다.

제대로 된 직장이 없이 3개월짜리 파견 사원으로 지내는 그녀는 외톨이는 아니나 혼자이다.

취미도 없고, 친구도 없고, 뚱뚱한데다가 매력까지 없는.. 형편없는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하고 싶은 게 없는' 그녀..

남자친구에게 자신의 미래를 송두리째 맡겼던 그녀..

「나쁜 일은 이어달리기를 좋아한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내가 이렇게도 형편없는 인간이었나?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걸까.

나란 인간. 과연 살 가치가 있는 걸까?

라는 질문을 하다, 눈에 들어온 '라스베이거스'.. 그렇게 그녀는 포기하려했던 인생에 1년이라는 카운트다운을 센다.

(P.44) 너무도 낯선 느낌, 너무도 생뚱맞은 느낌....

그것은 난생 처음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간절한 느낌, 가슴 떨리는 설렘이었다.

갑자기 내 속에서 너무도 낯선 욕망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P.53) 이제 나에겐 '계획'이란 게 생겼고,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가 생긴 것이다.

계획, 목표…… 그런 게 이토록 대단한 것이었나?

시야를 변화시키고 사람의 걸음걸이마저 확 바꿔 버릴 만큼 힘있는 것이었나?

(중략) 목표가 생기자 계획이 만들어지고, 계획을 현실화시키려다 보니 전에 없던 용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P.106) 내가 알고 있는 나는 하나뿐이지만, 남들이 보는 나는 천차만별이었다. 사실 그림 속의 나는 '나'이면서 또한 내가 아니었다. 내가 느끼는 나와 남이 느끼는 내가 같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늘 내가 알고 있는 느낌과 나의 기준대로 이해받길 원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왜 아무도 날 이해해 주지 않을까? 하고 의기소침해질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들의 작품을 보면서 생각과 느낌은 십인십색, 사람의 숫자만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나와 똑같은 느낌을 요구하거나 이해해 달라는 것은 무리이고 어리광이며, 오만일지도 모른다.

(P.122) "뭐든 그렇겠지만 일류니 고급이니 하는 말은 늘 조심해야 해. 본질을 꿰뚫기가 어려워지거든.

출세니 성공이니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잣대를 갖는 거라고 생각해."

(P.145) "......사람들속에 파묻혀 있다 보면 오히려 내가 가고 싶어 하는 방향이 뿌옇게 흐려지곤 했어. 그래서 자꾸 나도 모르게 무리에서 떨어져 지내게 되더라. 적어도 혼자서 나를 만나는 그 시간만큼은 내 믿음을 확신할 수 있었거든. 물론 서른 문턱까지 오도록 아직 내 꿈을 펼치진 못했지만 그래도 난 아직 내 길을 가고 있다고 확신해. 하지만 이제 좀 더 과감하게 달려가야겠어.

뭐랄까, 인생의 목적은 늘 분명했지만 지금 이 순간에 뭘 해야 할지, 그런 목표는 약간 희미했었다는 생각이 들어. 네가 라스베이거스라는 선명한 목표를 가진 것처럼 이제 나도 분명하고 확실한 목표를 정해야 할 것 같아."

(P.156) "닥치는 대로 부딪쳐 봐. 무서워서, 안 해본 일이라서 망설이게 되는 일일수록 내가 찾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P.168) 평생의 꿈을 가로막는 건 시련이 아니라 안정인 것 같아. 현재의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그저 그런 삶으로 끝나겠지.


40년이 넘게 살면서 인생이 쉽지는 않았다.

어느 날은 삶이라는 것이 버거웠고 그래서 다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때도 있었고, 별로 살고 싶지 않은 인생이라고 포기한 적도 있었다.

나쁜 기억, 아픈 기억이 잘 잊혀지지 않는 것처럼 아직까지 남에게는 말하지 못하고 숨겨놓은 일들이 가슴 저 바닥 밑에 깔려있어 문득문득 떠오른다.

인생은 힘들다.

어느 누구가 인생이 쉽고 만만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너의 누구의 인생이든 쉽다고 말할 수 없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나이가 많든 적든..

분명 잘 안 풀리는 이들도 있고, 운이 따르는 이들도 있다.

나역시 어느 쪽인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안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안 되는 상황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안 되는 의지가 있을 뿐이다.

의지가 부족하고 간절함이 부족할 뿐인 것이다.

인생이 나를 향해 달려든다면, 여분의 삶을 살고 있다는 '아마리'처럼 되내어보자.

'기적을 바란다면 발가락부터 움직여보자.'

'가진 게 없다고 할 수 있는 것까지 없는 건 아니지.'

「'끝이 있다'라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인생의 마법이 시작된다

서른 살 생일날, 아마리가 받은 선물은 '생명'인 것처럼, 우리도 매일매일 '오늘'을 선물받는다.

선물받는 '오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따라 우리의 하루가 달라질 것이고, 그 하루들이 모여 내 인생이 된다.

내 인생에 그려질 빅 픽쳐가 무엇일지 설레인다.

더불어 내 주위의 사람들의 인생들의 그림도 궁금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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