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끄네 집 (양장) - 고양이 히끄와 아부지의 제주 생활기
이신아 지음 / 야옹서가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2017년 12월 16일>

* 히끄네집 by 이신아 - 히끄네집으로 초대합니다!

* 평점 : ★★★★


어렸을 때부터 동물이 좋았다.

21살때부터 불과 몇 년전까지 미니핀을 키우기도 했다.

오래오래 장수를 한 강아지였지만, 주인의 무책임으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놈이었다.

노견이 된 그 넘을 그렇게 보내고, 반려동물을 키울 자격이 없음을 깊이 깨달았다.

그 후로는 길에서 만나는 개를 불러세운다.

이제는 길고양이들도 부른다.

그렇게 아는 척을 하며 다닌다. 살갑게 다가오는 놈은 쓰다듬어주고, 위태위태하게 도로를 지나다니는 놈은 위험하다고 조심하라고 소리쳐주고, 집없이 헤매는 것같이 보이는 놈은 마트로 달려가 소세지라도 사가지고 와서 주는..

그렇게 길에서 보이는 그 작은 생명들을 자격이 없어 살피지는 못하고 아는 체가 어찌 하고 있는 나다.

강아지, 성견, 고양이.. 부르는 데는 가리지 않지만, 개가 더 좋은 건 사실이다.


최근들어 고양이 책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어도, 특별히 읽어본 책은 없었다.

온라인 서점에서 자주 보이던 책이 도서관의 신간서가에 꽂혀 있어 빼보니 하얀 고양이가 표지모델이다.

음식을 바라보는 그 고양이 이야기를 앉을 자리가 없어 도서관 한 켠에 서서 읽기 시작했다.

길냥이에게 '히끄'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찾아올 때마다 챙겨주기 시작한 저자.

게스트하우스의 스탭으로 머물러 있는 제주도에 히끄를 가족으로 맞이하고 난 후 정착을 한다.

히끄와 살면서 그 전과 바뀐 일상들을 잔잔히 풀어낸다.

 

(P.39) 5년 전 제주에 처음 여행 왔을 때 가진 거라곤 배낭 하나뿐이었다. 배낭 하나 메고 여기 왔듯이, 언제든 그때처럼 다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살림 하나를 들일 때도 신중하게 고민했다. 짐을 늘리고 인연을 만드는 건 '언제든 떠날 사람'으로 사는 데 방해가 될 뿐이었다. 그런 내가 히끄를 키우기로 한 건 나름대로 중요한 결단이었다.

(P.93) 고양이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무엇을 먹는가가 중요하다. 사실 사료는 사람이 편하자고 개발한 음식일 뿐,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자연식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손은 좀 가지만, 내가 먹을 음식과 히끄의 밥을 함께 만들어 나눠 먹는 시간이 참 좋다. 어떤 고급 식당 부럽지 않은 우리만의 만찬이니까.

(P.77) 하루에 한두 명만 묵을 수 있는 독채 민박이라 수입은 빤하지만, 적게 벌고 적게 쓰면 그뿐이다. 약속 없는 날이면 온종일 집에 있으면서 히끄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점, 그것이 민박집 주인으로 사는 삶의 가장 큰 장점이다.

(P. ) 우리가 나란히 서서 본 구름이 매일 달랐던 것처럼, 똑같아 보이는 일상도 나날이 미묘하게 다른 빛깔로 채워지고 있을 것이다. 그 소중한 순간을 붙잡아두고 싶어서 매일 하늘을 찍는다.

(P.99) 히끄를 키우면서 다마고치가 자주 생각났다. 고양이도 매일 밥을 주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장난감으로 놀아줘야 하는데 모두 중요한 일이어서 한 가지도 미룰 수 없다. 다마고치 속의 동물처럼 모든 생명체는 주변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

그래서 히끄가 아프면 '내가 뭘 소홀히 했을까?'하는 자책감이 먼저 든다. 대부분의 시간을 히끄와 집에 함께 있는 만큼, 더 세심하게 살피고 잘 키워야 한다는 강박도 있다. 이건 집사의 숙명이지 싶다.

(P.171) 나는 비혼주의자가 아니다. 오히려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 게 오랜 꿈이었다. 하지만 집안과 집안이 만나는 결혼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결혼을 하고 싶어서 신중할 뿐이다.


'히끄네집'의 키포인트는 해시태그이지 싶다.

히끄아부지의 센스가 돋보이는... 사진아래 달린 그 해시태그를 보며 마음속으로 참 많이 웃었다.

해시태그 읽는 재미에 책장이 훌훌 넘어간다.

- 롤렉스부럽지않은 / 아니조금부러운 / 냥렉스 / 토끼풀목걸이를한소년 / 도도해진표정 / 시선은45도유지

- 가!가라냥 / 우린이루어질수없다냥 / 날잊고새출발하라냥 /  힝_어떻게사랑이변하냐개 / 호삼무룩 / 단호박히끄


오후에 남편이 퇴근을 하면 시댁을 가야 하는 일정이 있어 책반납할 겸 들른 도서관이어서 조금만 읽다 가자.. 싶었다.

한 장 두 장 넘기다 보니 히끄아부지와 히끄의 일상을 알아가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잠깜만 서서 읽자던 것이 30분이 넘어가니, 들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는다. 1시간이 지나니 슬슬 빈자리를 찾아간다.

자리에 자리잡고 히끄네집을 다 보고야 말았다.

뒤로 갈수록 히끄는 사랑스러운 히끄무레한 고양이였다. 어찌나 표정이 다양한지..

저 모습에 언제나 떠날 준비를 하던 주인공은 그를 가족으로서 받아들였을거다.

히끄와 스스로 고양이집사라 자칭하는 히끄아부지를 보며 다시 깨닫는다.

생명의 귀함을, 좀 더 나은 우리가 같이 살아가야 하는 생명가진 모든 것들을 위해 어떠한 마음으로 대해야 할지...

그들의 생명이 짧을지 길지는 그 누구도 모르지만, 그들 역시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자격이 있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하루가 멀다하고 동물학대, 아동학대등등.. 잔인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인간이 함부로 할 수 있는 생명은 단 하나도 없다.

나보다 약한 존재를 괴롭히거나 학대하는 것은 살아있는 생명을 가졌다고 할 수 없다.

길에 내몰린 작은 생명으로 힘을 얻고 중심을 잡았다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보며 세상은 서로와 서로에게 -사람이 사람에게, 동물이 사람에게- 알게, 혹은 알지 못하는 사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따뜻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사회라 믿는다.

히끄와 히끄아부지의 서로 의지하며 사는 모습이 이 추운 겨울, 호주머니의 작은 핫팩처럼 다가온다.

이 온기가 동네방네 스며들어라...

마지막 문장에서까지 작은 고양이 '히끄'에 대한 정성과 진심이 넘칠만큼 가득한 '히끄네집'이다.

 '나와 함께여서 오늘도 행복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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