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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이아
권윤덕 글.그림 / 창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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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이아...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살았던 동물들인 버제스 동물군 중 하나인 피카이아는 몸길이 4~5 센티미터의 작은 생물이라고 한다. 많은 동물들이 멸종한 시기를 이겨내고 살아남아 척추동물의 조상이 되었다고 하는 피카이아. 작고 연약한 이 생물이 살아남은 이유는 뭘까..

처음 책을 보고선 꽤 큼직한 판형에 색달랐고 또 너무 이쁜 그림체와 색감에 눈길이 갔다. 그런데 막상 책을 펼쳐 다 읽어낸 후의 느낌이란.. 쉽게 읽고 끝낼 책은 아니란 생각, 무언가 더 많이 더 깊이 고민해 보아야하겠단 생각이 들더라는..

그림책의 경우 바로 읽어가지 않고 쭈욱 그림들을 먼저 훑어 보는 습관이 있는 나는 표지와 같은 느낌의 그림과 이야기의 전개를 떠올렸다가 낭패를 하고야 말았다. 조금은 스산한 느낌의 그림들도 보이고 꽤 많은 글밥들 때문에 말이다. 그리고 책을 읽고나서는 더욱 난감해 지고 말았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분명 어른들에게 주는 메세지가 더 강하게 담겨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먼 옛날 혹독한 시기를잘 잘 견뎌내고 살아남은 작은 생물 피카이아, 그리고 지금 이 시대 속에서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 아마도 작가분은 그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보듬어야 할 어른들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를 담아내셨단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의 시작은 '키스'라는 커다란 개가 도서관에 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도서관에 왠 개? 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이 부분은 실제로 작가님이 2010년 순천기적의도서관에서 진행된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개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허물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 들려주는 것이 아닌 들어주는 존재가 필요한 건 어른도 아이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책 속엔 여섯 아이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할아버지도 엄마도 아빠도 열심히 돈을 벌고 있는데 잘 살지 못하는 태어나기 전부터 불공평한 시작을 한 상민이의 이야기가 처음 등장한다. 다른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는 상민이이 할아버지, 상민이는 그런 할아버지가 오히려 월급도 더 받고 존경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지만 세상은 그 반대다.상민이는 혁주에게 들은 피카이아를 떠올리며 '나도 살아 있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는 걸까?' 고민해 본다. 너무나 적나라하게 들어낸 우리네 단면이지만 그래서 더 절박하고 아프게 다가오는 것 같다. 외면하고 싶을지도 모르지만 분명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가야 할 문제임에 틀림없으리라.

각기 다르지만 모두 아픔을 가진 아이들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그 이야기마다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혁주. 혁주는 아이들에게 피카이아를 알려 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런 혁주에겐 또 어떤 아픔이 숨겨져 있을까.. 혁주에겐 엄마가 없다.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는 엄마, 그런 엄마를 떠올리다 보면 생각이 닿아있는 것은 바로 피카이아. 피카이아는 많은 동물들이 멸종한 시기를 이겨내고 인간의 조상이 되었다. 엄마의 엄마 또 엄마의 엄마.. 그리고 피카이아.

아이들의 이야기가 모두 끝나면 '키스'는 아이들 한사람씩 꼬옥 안아준다. 그리고 아이들의 이야기와 냄새까지 하나하나 되새긴다. 그리곤 하는 말, '사랑하는 나의 피카이아들!' 어쩌면 이 한 줄이 긴 이야기를 해나가며 말하고자 했던 바로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렵고 힘들지만 견뎌내기를, 살아남기를, 이겨내기를 소망하고 바라는 마음 말이다. 가벼이 시작했다가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 어느 연령대에 적합할지는 아직 우리 아이들이 어려 잘 감이 오진 않지만 분명 아이들과 함께 나눠보기에 좋을 내용이란 생각이 든다. 함께 사는 세상이기에 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아픔이기에 말이다.

피카이아 이야기를 통해 어떤 아이들은 살아갈 힘을 얻을테고 또 어떤 아이들은 살아갈 힘을 나눌테고 또 어떤 어른들은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보듬어 줄 아이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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