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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이클 센델이 쓴 <정의란 무엇인가>가 돌풍을 일으키며 꽤 오랜 기간 동안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것을 보면서 지난 몇 달 간 나는 우리 사회에 결여된 덕목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고 정의로운 삶을 사는 일은 누구나 원하는 것이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그렇다면 무엇이 정의롭게 사는 것을 방해하는가? 사람들은 왜 책을 통해서 갈증을 해소하는 데 그치고 마는가? 머릿속에서 이러한 질문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퍼져나갔다. 이 책은 그에 대한 해답을 우리가 발딛고 서 있는 이 땅의 국가와 정부에서 찾고 있다. 국가가 탄생한 시점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나 정치인이 가졌던 국가관과 그 발전과 변화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사회를 합법적 폭력, 공공재 공급자, 계급지배의 도구와 같은 몇몇 중요한 테마로 묶어 비교 분석하면서 저자의 생각을 덧붙이는 식이다.  

이 책은 정치에 몸담고 있는 사람, 그러니까 정치학자나 지식인이 아니라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를 위해서 쓴 글임을 유념해야 한다. 대중메체의 단편적 보도 탓에 왜곡되거나 그나마도 쉽게 접하지 못했던 한 정치인의 생각을 듣는 데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책에 실린 수많은 철학과 이론의 근거는 출처를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사실인지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 그것들은 모조리 정치인 유시민의 입을 통해서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펴낸 애초의 목적 가운데 하나 ㅡ 국가에 대해서 상충하는 요구와 기대를 가진 국민들이 자기와는 다른 견해를 표명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 것 ㅡ 에 부합하고자 비교적 객관적인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지만 저자의 생각이 곳곳에 묻어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게다가 끝에 가서는 아직 개념이 명확치 않은 진보정치와 정치인이 추구해야한다고 믿는 도덕적 이상을 고스란히 풀어내고 있다. 따라서 한 정치인과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장으로 인식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그가 직접 언급한 표현을 빌리자면, 국가론을 탐구하는 한 정치인의 책인 셈이다.   

유시민이 꿈꾸는 훌륭한 국가는 사람들 사이에 정의를 수립하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고, 국민이기 이전에 인간으로 존중하고, 부당한 특권과 반칙을 용납하거나 방관하지 않으며, 선량한 시민 한 사람이라도 절망 속에 내버려두지 않는 국가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국가론에 부합되는 복지국가의 한 형태를 이상적인 국가로 제시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대다수 사람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희망이 점점 줄어들고 국가가 행하는 폭력이 정당하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일이 횡행해도 혁명과 개량을 꿈꾸는 것조차 버거운 작금의 현실 속에서 과연 개개의 사람들이 정의로운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저자는 여기에 어떠한 명쾌한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는 어떤 특정 집단에 서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기에 훌륭한 국가를 꿈꾸면서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구체적으로 나열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저자가 국가론을 열심히 탐구하는 것처럼 우리도 그에 걸맞는 사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은연중에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책임지며 공동체의 선을 이루기 위해 타인과 연대하고 행동할 줄 아는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그러한 태도가 필연적으로 요구된다는 것을 주장한다. 정치인은 물론이고 조금 더 나은 현실에 살기를 소망하는 우리 모두는 국가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고 또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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