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독자를 붙잡는 이 책은 무언가 말하려다가 끝내 삼키는 그러나 결국은 반드시 꺼내야만 하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을 펼치기 전부터 마음이 무거워졌고 다 읽고 난 뒤에 가슴 깊은 곳에서 묵직한 울림이 올라왔다. 이 책은 흑인 노예들의 고통스러운 역사를 어린이의 눈높이로 담아낸 그림책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자연스레 일제강점기 조선의 사람들을 떠올렸다. 이름도 빼앗기고 억눌린채 살았던 그 시절. 강제 징용으로 끌려가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위안부로 전락한 수많은 여성들. 흑인 노예들이 겪은 고통은 멀고 낯선 이야기 같지만 우리의 역사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피부색은 다르지만 인간의 존엄이 무참이 짓밟힌 고통의 본질은 같았다. 그들의 모습에는 우리의 모습이 함께 담겨 있었다.
책의 삽화는 점토로 형상화한 인물 조각을 오븐에 굽고 목탄화로 감정을 더했다. 조각과 종이 그림이 합쳐져 내 감정을 휘어잡았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액자식 구성을 현실과 과거를 연결하면서 이 역사를 과거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아픈 기억은 무겁게 남아있어야 다시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된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희망이다. 어둠 속에서도 진실을 말하는 용기,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 그 모든 것이 모였을 때 미래는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 책을 읽으며 한강 작가의 말도 떠올랐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잊어버리기엔 너무 아프고 외면하기엔 너무나 중요한 이야기를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