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이들과 남은 이들
파리누쉬 사니이 지음, 이미선 옮김 / 북레시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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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Book Review ::

이란 사회의 초상과 인간

떠난 이들과 남은 이들

파리누쉬 시나이

북레시

최근 벌어진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쟁으로 뉴스에 비친 이란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이란은 늘 혼란과 갈등의 이미지로 가득하지만 그 안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 특히 가족이 겪는 고통과 단절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했다. 이 책은 이란 현대사의 큰 틀 속에서 개인의 삶과 가족이라는 관계가 얼마나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 외국인들은 먹고사는 데 문제가 업으니까 기억이 또렷한 거예요. 우리는 하루종일 너무 많은 일들과 씨름해야 해서 어제저녁에 뭘 먹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요.

본문 중에서

<떠난 이들과 남은 이들>은 이란내의 전쟁이나 정치적 사건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족이 얼마나 무너질 수 있는지를 사실적으로 그려낸다는 점이다. 이란 혁명을 전후해 수많은 가족들이 국외로 이주했고 그로 인해 떠난 이들가 남은 이들 사이에는 회복하기 어려운 감정의 골이 생겼다.

산업화나 개인주의 같은 서구적인 이유가 아닌 오직 혁명이라는 국가 주도의 사건이 가족을 해체시킨다는 관점을 보여준다.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시대의 힘 앞에서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를 느끼게 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보며 '떠난 이'도 '남은 이'도 모두 상처였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세계 어디서나 의견 차이는 있어. 그렇다고 사람들이 화를 내진 않아.

본문중에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연극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열 명의 가족이 30년 만에 한자리에 모여 열흘간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 명씩 돌아가며 자신의 고통, 분노, 억울함, 후회 등을 토로하는 장면은 마치 연극 무대 위 독백처럼 극적이다.

그 속에는 떠난 자의 죄책감과 남은 자의 원망이 뒤섞여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씩 감정의 균열이 메워진다. 진심을 담은 고백이 이어지며 이들이 무엇을 놓쳤는지 무엇을 회복해야 하는지를 깨닫는다. 타인의 고통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잖아. 서로의 입장이 되어 공감하려고 노력할 수 있어.

본문 중에서

각 인물들의 삶에는 이란의 정치, 사회, 종교적 억압, 경제적 고통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히잡을 강요당하고 도덕 경찰에게 감시당하며 살아가는 여성들, 외국에서 난민으로 살아가며 정체성을 잃어가는 남성들, 떠난 자와 남은 자 모두가 자신만의 고생담을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고통 속에서도 여전히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되기를 바라는 인간애를 보여준다.

과거 군사 독재 정권 아래서 가족이 정치적 이유로 분열되고 해외로 떠나야 했던 우리나라 가족의 어두운 시절이 떠올랐다. 훨씬 전에는 남북한의 전쟁과 분단의 고통이 있다. 끝내 평생 만나지 못한 채 세월을 보낸 수많은 가족들. 전쟁과 혁명, 독재와 이주의 시대를 지나온 우리에게 소설은 묻는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었고, 지금 우리가 되찾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끝내 남은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이며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라는 사실을 깊이 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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