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사과의 마음 - 테마소설 멜랑콜리 다산책방 테마소설
최민우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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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우울감을 느낄 때가 있다. 우울하다고해서 모두 우울증인 것은 아니다. 우울한 마음이 들 때, 혹은 우울증을 겪고 있을 때, 공통적으로는 누군가에게 공감받고, 위로받고 싶다고 한다. 마음의 감기라 불리는 우울증은 일견 손쉽게 치료될 것 같은 한편 자살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간단히 치료가능할 것 같지 않다고는 해도 죽고 싶은 심정을 호소할 때 누군가 위로해주거나 아니 그 심정을 들어주기만 했다면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 나는 우울증을 앓아본 적이 없고 지인 중에 우울증 환자도 없어서 그에 대해서는 미디어를 통해 단편적인 정보만 접할 뿐이었다. 이번에 다산북스에서 출간된 멜랑콜리를 테마로 한 소설집, <보라색 사과의 마음>을 읽고 우울에 대한 여러 사례들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신진작가 6명의 단편소설을 묶은 단편집이다. 혹 우울한 상태이거나 본인과 유사한 상황을 이 책에서 접한다면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6편의 소설들은 각기 다른 우울을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상실 때문에 아픔을 겪는 소설이 여러 편 된다. 표제작 <보라색 사과의 마음>은 여동생을 잃은 언니가, <그 다음에 잃게 되는 것>에서는 자식을 잃은 부모가, <눈빛이 없어>는 직장동료를 잃은 발전소 직원이 등장한다. 누군가를 제 각기 다른 연유로 잃었어도 이 세상의 상실은 한결같이 슬프고 아플 수밖에 없다. 그 경중의 무게를 비교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우울증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가 읽는다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상황을 통해 주위 사람들을 이해하는데에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 주위 사람들이 우울증을 겪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는 그들을 잘 모른다. 누군가와 같은 일을 동시에 겪었다 해도, 비록 같은 자리에서 같은 상황을 목격했다고 해도 각자 다르게 생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누군가가 아주 가까운 사람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하물며 다른 상황에서 다른 일을 겪은 이의 마음을 우리가 이해한다는 말은 얼마나 어불성설인가. 공감한다는 말은 또 어떤가. 사실 우리는 모른다. 모르지만 나라면 이러할 것 같다! 아니, 이러할 것이 분명하다!며 자의적으로 상대방을 해석한다. 그러니 난 너를 이해한다며 손을 다독이거나 등을 쓸어내리는 것조차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6편의 소설을 읽으면서 더욱 명징하게 깨달았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말처럼 자기중심적인 말이 없다는 것을. 그가 무엇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알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보라색 사과의 마음>에 나오는 것처럼, 어릴 적부터 잘 익은 사과를 보라색, 덜 익은 사과를 회색으로 보아온 사람이라 해도 교육받은대로 사과를 빨간색과 녹색이라고 표현하고 산다는 것이다. 타인의 감각영역이 어떠한지 우리는 도통 알 수가 없다는 말이다. 소설에서 주인공 은영은 동생 은주의 사망 장소를 애써 외면했는데 책 번역을 계기로 그곳을 찾아가 보게 된다. 동생이 그 장소에 왜 있어야만 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사건에 개입하게 되었을지를 가늠해 보아도 알아낼 수는 없었다.

 

이 소설에서 공감한 부분이 바로 그 지점이었다. 나는 가까운 사람의 마음을 넘겨짚으며 살아온 게 아닐까.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혹은 책이나 미디어를 통해 겪은 것으로 상대는 이러이러할 것이다, 이 상황에서는 이러한 피드백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며 나만의 각본대로 생각해왔으며 그것이 마치 정답인 것으로 여겨왔다. 말도 안 되는 것이다. 그저 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했으면서 타인을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온 것이다. 자위하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할지라도 본심을 모두 터놓고 말하며 살지는 않는다. 다 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며 서로가 자기 본위대로 해석해놓고 이해한다고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말이다. 그래서 상대를 이해한다는 착각은 어쩌면 순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 소설과 연결되는 이야기는 <당신을 가늠하는 일>이었다. 미듬과 해운이 활자를 매개로 가까워진다는 부분이 좋았다. 마음에 드는 장면은 이 부분이었다.

 

p. 188

미듬은 해운의 저녁에 길들었다. 둘은 문장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해운은 한 달 내내 오후 4시의 희망을 읽어 내렸고 그 시를 완독한 날은 미듬의 어깨에 기대 울었다. 무엇이 그를 서럽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서투르게 연필로 그어진 문장이 그를 관통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문장을 나누는 사이라는 표현은 근래 읽은 문학적 표현 중 가장 설레었다. 책을 같이 읽는 사이라거나 시를 읽어주었다를 포괄하는 의미로 어쩜 이리 딱 들어맞으면서도 문학적일까. 난독증이 있는 해운이 기형도의 시를 한 달 내내 읽어낸 후 미듬의 어깨에 기대 울었다! 그 울음의 의미를 알 듯 말 듯 종잡을 수 없을 것 같은 이 표현도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소설의 제목처럼 해운이 서러운 이유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서투르게 연필로 그어진 문장이 그를 관통했다는 문장은 공감을 의미함을 알 수 있었다. 당신을 가늠하는 일이 어려워도 사소한 지점에서 아주 작게나마 공감했다면, 이해라는 단어를 조심스럽게 써도 되지 않을까.

 

다른 소설들도 흥미롭게 읽었지만 이 두 소설은 멜랑콜리라는 주제보다는 상대를 이해하는 것에 대해 초점이 맞춰졌다. 작가의 의도는 달랐을지 몰라도 나에게는 이해와 공감이라는 키워드가 크게 다가왔다. 가까운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줄곧 하고 있던 터라 더욱 그러했던 모양이다.

 

마지막 소설 <눈빛이 없어>는 고 김용균 노동자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안타까운 사건을 소재로 다루었고 최근의 일이라 그것을 소환하게 하는 부분을 읽을 때는 힘들었다. 화자 희곤이 현장 노동자였던 우재의 집에 세들어 살게 되면서 관찰자 입장에서 우재를 서술하는 부분에서는 나 역시 관찰자가 되어 우재에게 호기심이 일었다.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했던 만능 기술자 우재가 신입직원을 챙기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책임회피에 급급하는 회사측의 대응에 실망해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그 사건 이후로 눈빛을 잃었다. 형형함이 사라진 눈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적극적으로 회사생활을 했던 우재가 동료를 잃고 눈빛도 잃어버린 채 사는 것은 분명 사는 게 아니었을 것이다.

 

다산북스의 완독이 프로젝트로 받아서 읽게 된 소설 <보라색 사과의 마음>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을 해체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6편의 소설이 마냥 편안하게 읽히는 것은 아니었다. 등장인물들의 불편한 상황들 속에 들어가 보는 일은 대면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 꿈이길 바라는 심정이었다. 허나 직접 겪어보지 못할 일들을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만나면서 앞으로 주위 사람들의 이해 못할 행동들에 대해 이전보다는 신중하고 조심스런 접근을 할 수 있으리라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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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이 습관이 되기 전에 - 자꾸 미루는 버릇을 이기는 7단계 훈련법
스티브 스콧 지음, 신예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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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자주 일을 미루는 성격인가? 미루기는 하지만 사소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불상사가 작게 일어나거나 손해를 크게 입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면? 다행이다. 세금 내는 걸 미루다가 하루만에 이자와 벌금 명목으로 2,348달러 97센트를 낸 사람이 있다. 불합리한 세금 체계를 탓해봤자 무슨 소용인가. 세금 내는 것을 자꾸 미루었고 세금 신고기한 연장을 하지 않은 것은 다 자신의 잘못인 것을. 그래서 이런 세금을 멍청세라고들 부른단다.

 

이런 황당한 일을 겪은 사람은 스티브 스콧이고 책 <게으름이 습관이 되기 전에>의 저자이다. 그는 경제경영, 자기계발 분야의 베스트셀러 저자로 습관에 관한 책을 20여권이나 출간했다. 주로 건강, 성공, 학습, 인간관계등 다양한 분야의 습관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이번 책에서는 미루는 버릇 고치는 습관에 대해 자세하고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위에 소개한 세금 사례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 소개된 저자의 실제 경험담이다. 우리나라는 법 체계도 다르고 소득도 저자만큼 높지 않으니 저런 연체료는 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루는 버릇이 습관이 되어 장래 자신에게 들어올지도 모를 이익을 차버리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매우 꼼꼼하게 단계별로 정리해 둔 저자의 지침을 따라하다보면 미루는 행동이 더 이상 들러붙지 않도록 만들어 보자. 하던 대로 하지 말고 조금만 바꿔보면! 좋은 습관을 정착시키게 될 것이다.

 

책의 목차는 0단계에서 7단계까지 구분해 두고 각 단계별 상황에 따른 솔루션과 연습방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아주 자세하고 친절한 방식이라서 따라하기에 쉽다.

 

0단계에서는 할 일을 미루는 이유 를 확인해본다.

 

완벽주의자라서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귀찮아서

나중에 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주의를 빼앗는 것들이 많아서

시간이 늘 부족해서

진실과 마주하는 게 두려워서

즉각적인 보상을 얻으려고 해서

일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현재 내가 미루고 있는 어떤 사안(사실 1년째 미루고 있는 중)을 대입해보았다. 8가지 이유 중에서 나는 5번째에 해당한다.

 

1단계에서는 할 일들을 모두 펼쳐 놓으라고 한다. 장기 계획보다는 단기 계획에서 출발하기 위해 1년 동안 처리해야할 일 위주로 꼽아보라고~~

 

73쪽의 질문에 대답해보자.

 

그 다음 할 일 목록을 기한이 임박한 순으로 재정렬 한 후 각 항목 옆에 마감기한을 적는다. 순서대로 진행한 후 기한 안에 마치지 못한 일은 마감일을 재설정한다.

 

2단계에서는 딱 5가지만 뽑으라고 한다. 저자는 미루는 버릇을 고치는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소수의 프로젝트에 중점을 두어 한정적인 주의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이른바 25-5 법칙인데, 우선 하고 싶은 일 25개의 목록을 작성하고 그중 몰두하고 싶은 5가지를 확인한다. 그 밖의 일은 철저히 무시하려고 노력해본다.

 

3단계 3개월씩 스마트 목표를 세워라에서는 계획은 3개월에 한 번씩 세우고 점검은 1주일에 한 번씩 하라고 한다.

 

S(Specific) : 구체적인 목표

M(Measurable) : 측정할 수 있는 목표

A(Attainable) : 달성할 수 있는 목표

R(Relevant) : 관련성 있는 목표

T(Time-bound) : 명확한 기한이 있는 목표

 

위 스마트 목표는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워서 마감일이 되면 목표를 달성했는지 달성하지 못했는지 자연히 알게 된다. 우리는 보통 즉각적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일을 만나면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당면 목표와 연결시키거나 연간 목표보다 분기별 스마트 목표로 설정해보는 게 좋다. 3개월 목표와 직접 관련이 없는 활동들에 시간을 쓸 가능성이 사라진다.

 

4단계 미루기 싫다면 거절하라에서는 애초에 미루는 버릇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한다. 목표에 맞지 않는 임무나 프로젝트, 의무는 무엇이든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이렇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잡았을 때 흔히 느끼는 부담감을 떨칠 수 있다.

단지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어떤 일이든 승낙하는 버릇을 고칠 수 있다.

 

5단계 주간 계획표를 세우고 5가지 행동수칙을 완수해보라고 한다.

 

행동수칙 1. 세 가지 질문에 답하기

- 내가 개인적으로 지킬 의무는 무엇인가?

- 내가 우선적으로 실행할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 내가 가진 시간은 얼마나 되는가?


 행동수칙 2. 8020 법칙 적용하기

- 어떤 업무가 내 문제와 불행의 80퍼센트를 불러일으키는가?

- 어떤 핵심 활동이 내 경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가?

- 나를 화나고 불만스럽게 만드는 20퍼센트의 사람은 누구인가?

 

행동수칙 3. 캘린더에 덩어리 시간 표시하기

 

행동수칙 4. 테마 데이 만들기

 

행동수칙 5. 딥워크를 위한 시간 확보하기

- 딥워크를 실천하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시간을 지켜야하며 성공적으로 실행하려면 꼭 지켜야할 사항들이 있다.

 

SNS 관련 활동을 중단하거나 업무 시간과 완전히 동떨어진 시간대로 활동시간대를 재설정한다. 자꾸 확인하고 싶은 충동이 든다면 앱을 과감히 삭제한다. 아무 생각없이 SNS에 시간 허비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6단계 게으름을 파고들 틈을 메워라 에서는 아이젠하워 매트릭스를 사용해 긴급성과 중요도에 따라 우선 순위를 정하는 훈련을 하고 실천해보는 방법을 권유한다.

 

이 장에서는 아이젠하워 매트릭스를 포함한 14가지 습관을 매일 실천하도록 제시하는데 이것을 처음부터 다 해보기란 무리일 것이다. 14가지 중에서 현재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것 3~4가지를 해보고 하나하나 더 늘려 나가면 좋겠다. 나는 전력 질주 방법을 실천해보려고 한다. 할 일 하나를 선택해서 25분 동안은 아무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일한 다음 5분간 휴식을 하고 다시 25분간 하는 것이다. 무슨 일을 5분 이상 집중해서 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졌다. 가장 큰 방해꾼은 스마트폰이고 그 다음은 고양이들이다. 두 시간 정도 스마트폰을 끄고 덩어리 시간이(25분 일, 5분 휴식) 네 번 지나면 두 시간 집중에 성공하는 것이다. 이 시간은 집중력 훈련도 되고 미루던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7단계 미루는 버릇을 완전히 고치려면 에서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네 가지 핵심 활동은 아래와 같다

 

1. 인생에서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체계를 세워 줄 일회성 행동들

2. 다음 7일 동안 완수해야 할 일에 치밀하게 집중하도록 도와주는 주간 점검 일정을 짜는 방법

3. 습관 쌓기 개념을 활용해 날마다 미루는 버릇과 싸우는 방법

4. 중요한 일을 뒤로 미루고 싶은 충동과 싸우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실행 방법들

 

7단계는 앞에서 했던 것들 복습이라고 보면 된다. 잘 되는 게 있고 잘 안되는 게 있을 것이니 이번 장에서 확인해보고 스스로 피드백해야 한다.

 

에필로그 뒤에는 독자에게 전하는 선물 1, 2가 제공되는데 큐알 코드로 접속해서 커뮤니티에 가입하거나 무료 관리를 받아볼 수도 있다.

 

이 책의 부제가 자꾸 미루는 버릇을 이기는 7단계 훈련법이다. 누구나 미루는 버릇이 있다. 경중과 빈도의 차이일 뿐. 자신의 버릇을 이기고 싶다면 이 책의 방법대로 바로 실행에 옮겨보아야 한다. 선물로 90일 습관 플래너를 주니까 다른 노트 필요없이 여기에 기록하면서 시작하면 좋다.

 ‘내일부터 하지 뭐...’ 라고 생각하고 책을 덮는다면 그야말로 읽으나마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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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의 에티오피아
김대원 지음 / 꽃씨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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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13월의 에티오피아>는 아무 정보없이 제목과 노랑표지만 본다면 여행에세이로 착각하게 될 수 있다. 에티오피아에서 있었던 이야기지만 여행이 아니라 일을 하러 간 이야기다. 이 책을 쓴 김대원씨는 코이카 해외 봉사단으로 에티오피아에서 활동한 경험담을 기록으로 남겼다. 일종의 수기인 셈이다. 코이카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본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 책 마지막에 소개된 내용을 사진으로 첨부한다.

 

 


김대원씨는 사회복지사로 2004년 탄자니아에서 단기 선교활동을 했고 2016년에도 우간다에 사역을 갔다가 우연히 만난 한국인에게서 코이카를 접하게 되었다.(참고로 김대원씨는 여자다.)

농촌개발운동이 개발도상국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오랫동안 보아왔기에 코이카를 통해 농촌개발운동을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고 코이카에 지원을 했다. 사회복지경력과 선교활동 경험 덕분에 합격했고, 에티오피아 동쪽의 작은 마을 '마이막덴'이라는 곳으로 배정받게 된다. 6명이 함께 교육받았는데 3명씩 나뉘어졌고 김대원씨는 팀장으로 활동했다.


이 책은 해외봉사단원의 활동 수기이므로 재미 위주이거나 문학성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해외봉사로 아프리카에 간다면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대한 정보나 만약 에티오피아에서 살게된다면 필요한 팁을 얻을 수 있다. 이 팀은 주로 교육사업과 시민들의 의식변화를 위한 역량강화사업을 맡았다.

마이막덴 마을에서 일년 남짓 사는 동안 가족처럼 몸으로 부대끼고, 오해를 풀어가고, 그들을 위해 성심성의껏 활동을 하고 보니 헤어질 때는 눈물바다가 되어버렸다. ODA는 우리나라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받은 것을 개도국에 되돌려주는 나라가 된 것으로 의미 깊은 사업이다. 방수천을 구할수 없어서 중단되었던 면생리대 사업이 처음 시행된 리턴프로젝트 사업으로 성공하길 기대한다.

이 책으로 처음 알게된 것이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에티오피아는 우리가 쓰는 그레고리력과 다른 달력을 쓰며 제목의 13월이 진짜로 있다는 것이다. 원래 살던 사람이라면 몰라도 외국인은 당연히 헛갈리는 달력이다. ‘에티오피아력'또는 ‘게즈력’이라고 불리는 달력 계산을 따르는데 1년이 13개월이다. 1월부터 12월까지는 한 달에 30일이고 마지막 13월은 5일(윤년은 6일)로 치는 것이다. 1년이 365일인 것은 결과적으로 보면 같다. 이는 1582년 전 세계의 다른 기독교 국가가 줄리안 달력 대신 그레고리안 달력을 받아들일 때 에디오피아는 오래된 그리스 정교회 달력을 고집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까닭에 에티오피아의 크리스마스는 1월이며 하루 24시간의 시작은 오후 6시이다. 또 기독교 국가로 예수가 탄생한 해를 B.C 7년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서기연도보다 7년 8개월이 늦다.

두번째로는 저자의 한랭알러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니까 당연히 더울 줄 알았는데 저자가 추워서 전기장판을 썼다는 것이다. 아니 아프리카가 춥다니? 내 상식이 잘못된건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에티오피아도 우리나라처럼 온대기후인데 주로 봄가을에 해당하는 날씨이며 일교차가 크다는 것이다. 역시 인간의 편견이란! 아프리카하면 열대우림만 생각하다니... 그런데 조금 춥다고 알러지 반응이라니? 저자의 한랭 알러지는 일반인보다 추위, 추운 기운데 피부가 민감하게 반응한다. 세상을 보는 눈은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 안에서만 작동한다더니 이런 책을 읽으며 몰랐던 것을 알게 될 줄이야... 에티오피아는 커피로 유명한 나라 정도의 정보밖에 없었는데 말이다.

역시 독서는 예상 가능하기도, 그렇지 않기도 하는 양면의 즐거움을 준다.

 

 

***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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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왜 학원을 다녀도 성적이 오르지 않을까? - 10년 동안 만난 100만 학부모의 한결같은 질문
유경준 지음 / 비엠케이(BMK)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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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학부모라면 누구나 빠지는 딜레마, 자녀를 학원을 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 사실 대부분은 자녀를 학원에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고민은 아이가 학원을 다니는데도 왜 성적은 제자리걸음인지, 대학을 갈 수나 있을 것인지 불안불안하다. 어떤 학원이 좋은지 정보를 수집하고 여차하면 과외라도 시켜야한다는 심정으로 좋은 과외선생님을 찾아다니기에 이른다. 이렇게 자녀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에너지를 쏟는 만큼 자녀와 시간을 가지고 이야기 나누는 건 정작 얼마나 될까? 공부를 해야 하는 장본인과는 의사소통이 안 되는 상황에서 문제 해결, 즉 성적 향상을 외부에서 찾으려고 애쓰고 있는 건 아닌지 근본부터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

 

그 점검을 위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이름은 밝히지 않고 우리나라 최고의 교육회사에서 10년 째 근무하고 있다는 유경준씨가 쓴 책, <우리 아이는 왜 학원을 다녀도 성적이 오르지 않을까?>가 출간되었다. 저자는 10년간 초등생, 중학생을 위한 학습 및 입시 관련 마케팅 업무를 해왔으며 100만명 이상의 학부모를 만나왔다. 그동안 학부모들을 만나며 가장 많이 받아온 질문이 바로 왜 우리 아이는 학원을 다녀도 성적이 오르지 않을까요?”였다고 한다. 그 답은 바로 아이가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유인데 이 답으로만 책을 낸 것은 아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학원의 현실과 성적이 오르지 않는 진짜 이유, 그리고 어떻게 하면 성적을 올릴 수 있을 지에 대해 썼다고 밝혔다.

 

그래서 이 책은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 학원, 안 보낼 수 있을까?

2. 성적이 오르지 않는 진짜 이유

3. 학원 다니며 성적 올리는 비법

마지막 이럴 땐 어떻게 하죠?”에서 엄마들의 질문을 Q&A로 다루었고 각 장의 중간중간에 학생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엄마도 모르는 아이 마음이라는 코너로 7가지 에피소드를 넣었다. 그리고 요점정리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참고서처럼 간단 정리까지 해 두었다.

 

1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자녀를 학원을 안 보내는 게 이상한 상황인 현실을 확인하면서 학원들의 공격적 마케팅을 밝힌다.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자양분 삼아 다니지 않을 수 없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아무리 학원이 유혹하고 흔들어도 지켜야 할 것은 지키자고 강조한다. 먼저 가정 경제를 흔들 정도로 사교육비의 비중을 키우지 말자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사교육비 지출규모는 OECD국가 중 최고이며 이는 가계부채의 원인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전 국민에게 해당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대표적으로 강남쪽으로 이사하는 것을 꼽았다. 학군이 좋고 학원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은 아무리 맹모삼천지교라 해도 경제적 여건에 무리가 된다면 주객전도인 것이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와의 관계를 꼽는다. 친구들의 성적과 비교하고, 학원 문제로 마찰을 일으키면서 부모 자녀사이의 관계만 나빠진다면, 아이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게 된다.

1장의 마지막에 선생님의 조언

 

 

효율적인 공부를 돕는 법”은 아래와 같다.

 

목표를 정해주세요.

놀게 좀 해주세요.

공부하는 이유에 대한 대화를 나누세요.

칭찬을 아끼지 마세요.

 

2장에서 저자는 성적이 오르지 않는 진짜 이유를 이렇게 분석하고 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른다.

잘못된 공부 습관 때문이다.

모든 과목의 기초인 국어를 소홀히 하고 있다.

 

이에 선생님의 조언은 아래와 같다.

 

 

아이들이 이런 문제가 있다면 엄마들은 어떨까?

자신이 낳은 아이이니 제일 잘 안다고 하지만 실은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간섭과 잔소리로 아이를 컨트롤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묻는다. 저자는 아이의 문제를 다룬 부분보다 엄마들의 문제에 분량을 더 많이 할애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봐도 자녀의 성적 문제가 단순히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아서라기보다 진짜 문제는 부모에게 더 있음을 알 수 있다.

 

3장은 학원 다니며 성적 올리는 비법으로 엄마의 역할을 강조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찾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할 때까지 기다려주라 고 말한다.

공부의 기초공사가 될 수 있는 6가지 힘을 키우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 책을 고른 학부모는 어쩌면 그 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 아이의 성향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나?’

아이의 관심사를 가지고 얼마나 대화를 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하겠다.

학원정보를 알아보려 애쓰는 만큼 아이를 알기 위해 애쓰고 있는가?’

더 이상 쓰면 리뷰 쓰는 주제에 잔소리라고 할까봐 저자의 에필로그로 마무리한다.

 

공부는 본인 스스로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엄마도 있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공부를 하는 주체는 분명 아이입니다. 다만 그 공부에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는 분명히 엄마의 책임도 뒤따릅니다. 엄마의 선택으로 인해 본인과 맞지 않는 학원을 다니며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주변에 분명 많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명확한 지도를 해야 합니다. 아이가 본인과 다른 의견을 말한다고 해서 무시해서도 안 됩니다. 아이의 선택 역시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이가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부모는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아이가 살아가면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또록 옆에서 지켜봐주는 것이 부모의 책임이자 의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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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위한 인문학 - 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노은주.임형남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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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즈음,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EBS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건축탐구-집”이었다. 지리산에서 혼자 나무를 심고 가꾸며 살고 있는 한 여성의 집을 소개하고 있었고 그 집을 방문한 이들은 노은주, 임형남 건축가였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집을 지은 사람들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이었고 방문자 둘은 부부사이였다. 그러다 출판사 연재 이벤트에서 낯설지 않은 이름을 발견했는데, 그들이 책을 낸 것이었다. 제목은 <집을 위한 인문학>

EBS 프로그램도 흥미롭게 보고 있고, 집 짓기에 관심이 많아서 신청해서 받게 되었다. 저자 소개를 보니 이미 책을 많이 낸 사람들이었다. 이번 책에서는 제목처럼 집과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부제는 ‘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이다.

집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집이라는 거주 공간의 대표 어휘 대신, 우리는 보통 집이라고 하면 아파트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집, 즉 아파트를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본다. 내가 산 아파트 가격상승에 따라 재테크를 잘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현실이다. 집은 가족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정의가 우선이어야 하는데 그것은 2순위로 밀려난 상황이라 하겠다.

이 부부 건축가는 책에서 우리에게 집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탐구를 해 나간다. 그동안 그들이 만났던, 좋아하는, 함께 지었던 집에 대한 이야기와,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4장으로 구성된 목차는 각각 가족, 사람, 자연, 이야기를 품은 집으로 구분해 두었다. 그러나 구분의 의미가 무색하게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혼재되어 있다. 그것이 읽기에 거북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부부 중 누구의 과거사에 대한 기술인지를 밝히지 않아 알 수가 없지만 한 집에 사는 사람들의 것이므로 따지는 것도 그리 의미없어 보인다.

 

 

자신들이 지은 집이나 유명한 건축가가 지은 집 위주로 소개할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의외로 문학적인 내용이 많이 나왔다. 시와 시인, 소설과 소설가의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것을 또 건축이야기로 끌어간다. 그래서 제목을 '집을 위한 인문학'으로 지은 모양이다.

고등학교때 개선문을 1년동안 읽었고, 박완서 작가를 좋아해서 그 분의 책을 많이 읽었으며 앙드레 지드, 카프카, 사르트르까지 읽었다는 내용을 보며 '건축가는 소설을 많이 읽어야 하나?' 싶었는데, 저자는 그들의 소설을 읽으며 ‘뭔지 모를 삶의 실체와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자세를 보라'는 것으로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소설속에 들어가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넓은 소설을 좋아했다고 한다.

 

p. 227~229

인간이 곧 이야기이며 그 안에서 사는 삶이 다시 이야기가 된다. 다만 시, 음악, 미술 심지어 건축 역시 삶을 이야기하는 데 추상화하고 상징화해서 표현하는 데 반해, 소설은 삶을 더욱 구체화해서 자근자근 펴서 보여준다. 해석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소설이 갖고 있는 구체성 혹은 사실성이 소설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럴 때 건축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건축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건축에 구체적이고 진정성이 있는 삶의 모습을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 개념이라는 분칠을 하지 않고 조형적 아름다움이라고 우기지 않는 진정한 삶을 담은 건축은 과연 어떤 것일까? 많은 사람을 위해 낮은 곳으로 펼쳐지는 건축은 무엇인지 그것이 궁금했다.

 

그리고 프랑스 건축가 ‘폴 앙드뢰’가 쓴 소설 <내 마음의 집>에서 이런 문장을 찾아낸다.

“나를 품어주었던 집, 내가 자라났던 집은 그 후 내 속에 있고 나와 더불어 세월의 지평선으로 사라진다.” 이 말과 함께 저자는 집이란 개인이나 집단이 담고 공유한 특정한 기억이나 정서를 뛰어넘는 한 개인의 우주이며 그 자체로 이야기를 하는 소설과도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2주 전 tvN 프로그램 “shift”에서는, 공간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김정운씨가

"공간은 나다!"

 

라고 정의내렸다.

그가 말한 공간은 집이라 할 수 있다. 집, 즉 자기가 살고 있는 공간이 자기 자신을 나타낸다는 그 정의와 저자의 말이 곧 같은 의미로 보인다. 한 개인의 우주를 나타내는 공간이 집인데 우리는 아파트라는 똑같이 생긴 네모난 공간 속에 살면서 내부 인테리어를 바꾸는 정도로 개성을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김정운씨와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개성이나 우주는 그런 것이 아닐터이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이라고 표현되는 집이라는 것은 주거하는 건물 뿐아니라 마당과 울타리까지 포함되며 그 전체가 집 주인을 표현하는 것이다.

최근 아파트 살이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방송에서 개인 주택을 짓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보면 사람들의 관심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고, 프로그램을 만들만큼 그 대상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남성들에게 인기를 끈 장수프로램인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면 산골에서 집짓고 두문불출 사는 사람도 있지만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 직접 건축을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한 사례들도 그러하다. 기억에 남는 집은, 남편과 아내가 원하는 공간을 명확하게 요청했다는데 남편이 원한 것은 수영장이었다. 평창동 언덕배기에 지은 집에 떡하니 수영장이 있는 걸 보니 그 집 남편은 소원성취했구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저 수영장 청소는 어떻게 하나?하는 오지랖 넘치는 걱정이 들었다.

 

포항의 어느 신혼부부는 부모님이 쓰던 창고를 개조해서 주택으로 만들었다. 그 돈이면 아파트를 사겠다는 주위의 퉁박에 그들은 “그게 우리한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shift” 공간편에서도 유사한 신혼부부가 있었다. 남해 어딘가의 시골집을 구해 둘이서 열심히 고치고 다듬어서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참으로 신통방통한 젊은이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고가구를 고쳐서 세상에 하나뿐인 싱크대를 아내에게 만들어주고 그 싱크대에서 음식을 만드는 게 너무나 행복하다고 아내는 환하게 웃었다. 그들은 도시에서는 꿈도 못꿀 공간에서 자신들만의 의미를 찾는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다른 이들과 똑같이 살아야 불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만의 의미와 행복을 찾는 것은 남들과 똑같아서는 가능하지 않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직접 건축한 사례 외에 한옥과 고택, 궁궐을 많이 다루었다. 학창시절 하릴없이 동네를 걷다 당시에는 꽤 한적했던 궁궐에 들어가 시간을 보냈던 경험이 많아서인 듯하다. 한옥에 대한 애정과 그 공간에서 한국적인 것, 정체성등을 생각하는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외국 사례로 해비타트 운동과 칠레 도시재건 프로젝트를 다루면서 희망에 대해 이야기 한다.

p.255

현실이 녹록했던 적은 세상이 만들어진 후 한 번도 없었다. 그래도 인간이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희망이라는 고갈되지 않는 막대한 에너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희망은 우리를 웃게 만들고 우리를 일으켜 세운다. 인생도 건축도 우리의 모든 생활은 희망을 통해 영위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는 사이 보이는 곳에서, 혹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들의 희망과 그 이야기를 담는 공간들이 자라나고 있다.

저자는 “어떤 집이 좋은 집인가요?” 라는 질문에 서슴없이 이렇게 답한다고 한다.

“좋은 집은 가족의 생활이 담기는 집, 일상복처럼 편안한 집”이라고.

이 대답은 부제에서 했던 질문의 답과도 같은 것이다. 집은 나 자신을 표현하는 개성있는 공간이면서 가족들과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다. 이제 집을 재산증식의 수단이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의미있는 공간으로 사고의 틀을 바꿔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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