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3
이희영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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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하루에도 수 십 번 이상 나를 본다. 거울을 통해. 그러니까 우리는 거울로 보는 내 얼굴을 아는 거다. 진짜 아는 게 맞나? 대부분 이런 생각해 본 적도 없을 것이다. 이희영 작가의 신작 <페이스>의 주인공은 거울로 자신을 볼 수 없는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 인시울이다. 여섯 살 때부터 거울에 자신의 얼굴이 비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어 집안이 발칵 뒤집혀 각종 검사를 받았지만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어린 나이에도 시울은 간파했다. 거울에 제 얼굴이 보인다고 말하면 아무 일 없었던 듯 가정이 평화로워질 것이라는 걸.


거울 속 제 모습은 볼 때마다 달리 하는데, 형형색색의 블록일 때도 있고, 동그라미가 가득차 있거나 이상한 꽃이 만발하기도 한다. 여고생이 제 얼굴을 모른다는 건 답답하고 불편한 점이 없지 않지만 편한 점도 없지 않다. 그럭저럭 제 삶에 적응하며 살아가던 어느 날 얼굴에 상처를 입고 20바늘이나 꿰매는 일이 생긴다. 그러고나서 시울에게 보이기 시작한다. 얼굴은 아니고 꿰맨 자국만. 시울은 그것만으로도 너무 기뻤다. 얼굴을 보지 못한다는 설정이니 흉터가 보이기 시작한 후부터 얼굴도 보이겠다 기대했는데 작가는 그런 기적은 만들어 주지 않았다.


시울이 제게 생긴 흉터를 보며 기뻐한 것의 의미를 보면 얼굴을 다 볼 수 있게 하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다. 의도치 않게 시울을 다치게 한 묵재의 경우는 마음 속에 커다란 흉터를 품고 있다. 묵재는 시울에게 사과하러 갔다가 제 상처를 모두 드러낸다. 치부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모두 드러냄으로써 해방감을 맛보았다.


청소년 시기에는 얼굴에 작은 뾰루지만 올라와도 어서 없애고 싶어 안달한다. 치료하기 어렵거나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면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더 예뻐보이게 셀카를 찍을지 휴대폰을 이리저리 돌려댈 나이니 말이다. 그러나 작가는 제 얼굴을 보지 못하던 주인공이 흉터는 볼 수 있게 함으로써 그것과 직면하게 한다. 얼굴이든 마음이든 커다랗게 생겨버린 흉터를 무작정 없애버릴 궁리를 하기보다 들여다보자고. 자꾸 보면 사랑스러울거라고.또 작가는 얼굴을 본다는 것은 자신을 보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자신을 본다는 것은 아는 것이다. 자신을 잘 알고 사랑하고 이해한 후에야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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