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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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을 받았다고 신문에 크게 소개되어 덩달아 읽는 셈이지만 작가 한강씨가 광주 출신이라는 점이 5월이 지나가기 전에  읽게 만든 것 같다. 맨부커상 수상작으로는 아룬다티 로이의 작은 것들의 신, Yann Martel Life of Pi에 이어 세번째인 듯하다. 채식주의자는 Life of Pi보다는 작은 것들의 신에 가까운 소설이다.


소설은 영혜라는 여인이 채식주의자가 되고 정신이상이 점점 심해져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사실 그녀가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그녀를 중심으로 남편 형부 언니가 중심인물로 독자에게 제시된다
세 사람은 각각 소설집 세개 중편의 화자가 되어 영혜에 대해 이야기 하며 소시민전문가그리고 우리시대의 여자를 드러낸다


먼저 소시민 남편은 평범하게 사는 것이 목적이다그의 평범함이란 회사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제대로 기능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합리성을 지녔고 주변을 끊임없이 의식하지만 막상 자신의 아내에 대해서는 차갑고 무관심하다.  그래서 기능 장애가 된 아내는 그에게 고장난 자동차처럼 재수없이 걸린 무엇일 뿐이다

다음으로 전문가는 세속을 초월해 인류 문화를 창조한다고 하나 그 문화는 더이상 인간을 위한 무엇이 아니다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소수 전문가 집단을 위한 작업이지 이제 대중과는 아무 소통이 없다정신이상의 처재를 대상으로 비디오를 찍으면서도 아무런 문제 의식조차 없다그의 아내로부터 나쁜 새끼라는 말을 듣고서도 깨닫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언니다언니 인혜는 영혜와 어릴적부터 함께 지냈고 이제는 보호자가 되었다그녀는 영혜야말로 바로 자신의 모습임을 깨닫는다영혜와 인혜는 예수처럼 죄없이 고통을 받은 희생양이 아니다폭력 속에 자랐지만 동시에 공범이기도 했다영혜를 문 개는 더 잔인하게 죽어서 음식으로 먹혔다인혜는 힘없는 동생에게 저질러지는 폭력과 불의를 보고도 외면하였다하지만 동생 영혜는 언니에게 무력함으로부터 숭고함을 끌어내 보여 준다자신의 몸을 통해서 세상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은 용기다


소설을 읽으며 많이 불편했다세상은 그런거야 하며 타협하지 않는 작가의 불편한 이야기는 맨부커상이 아니었다면 읽다가 그냥 덮어두었을 것 같다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처럼 지내는 집사람이 의식되어 공포물을 읽는 듯했고 차가운 소시민 전문가로 살고 있는 천박한 삶에 대한 부끄러움도 일었다

이러한 개인적인 느낌 이외에도 소설 속의 영혜는 우리 사회에서 광주일 수도 있고 또 세월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소시민은 나 살기도 힘들다는 핑게로 그리고 전문가는 거창한 이야기로 희생자를 모욕한다하지만 그런다고 세월호에서 결코 벗어나지는 못한다오히려 그 순간 짐승이 된다광주에서 시민군은 인간 존엄을 위해서 마지막으로 죽음을 선택했다소설은 인간이 무엇인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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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다시 온다 (양장) -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은 왜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가
조윤제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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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거시경제학의 관심 영역과 방법론이 크게 바뀌었다. 경제정책에서도 종전 워싱턴 컨센서스를 중심으로하는 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위기의 원인으로 주목된 금융은 경제운영 리스크를 높이고 경기변동을 초래하는 근본 요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책은 금융위기 이후 바뀐 국제사회에서의 금융에 대한 관점을 소개하고 금융규제가 어떻게 강화되고 있는지를 상세히 설명한다. 무엇보다도 책의 장점은 최근의 금융산업 규제 관련 논의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그리고 경제사조의 흐름의 관점에서 정리하고 있어 ``숲과 나무''를 함께 볼 수 있도록 한다는 데 있다.


저자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의 근본 문제는 2차대전 이후 확립된 국제 governance가 이후에 나타난 구조변화에 조응하지 못한 ``제도의 실패''에 있다. 생산, 교역, 금융은 빠른 속도로 국제화되고 있는 반면 규제는 국민국가의 틀 안에서 다루어지다 보니 새로운 형태의 경제활동을 규제하고 보호하지 못해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부조화는 금융에서 특히 두드러졌고 금융위기로 표출되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국제사회는 금융위기 이후 자국의 금융감독체제를 개혁하는 한편 FSB, BCBS 등을 조직하여 국제공조를 강화하였다. 구체적으로 자본 규제, 유동성 규제, G-SIFI 지정 등을 통해 금융산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저자는 국제사회에서 논의를 정리한 뒤에 우리나라의 금융산업 규제와 감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간략히 논의한다.

  1. 우리나라의 부채규모는 정부를 제외할 경우 주요국에 비해 GDP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이어서 금융위기의 개연성이 높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2. 우리나라의 거시건전성 담당 기관의 역할이 분명하지 않다. 한국은행은 적절한 수단이 전혀 없는 상황이며 개발 위주의 금융정책과 건전성 위주의 감독정책 담당이 금융위원회로 통합되어 상충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이원화는 효율성과 유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3.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소유구조를 살펴보면 외국인 비율이 높아 규제완화에 따른 단기이익 수혜자와 위기시 비용 부담자가 다르다는 문제도 있다.
  4. 원화가 국제통화로 사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글로벌 대형금융회사의 출현은 국가경제의 안정성장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5. 정부의 금융산업 규제는 금융산업의 건전성 제고가 아니라 관료의 인사개입, 창조금융과 같은 재정역할을 강제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은 문제이다.
  6. 금융회사의 보수체계는 인력의 해외유출 가능성이 낮은 만큼 실물부문에 비해 지나치게 높을 필요가 없다.

저자의 깔끔한 국제사회에서의 논의 정리는 금융산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개''에 머물고 있다는 아쉬움이 크다. 저자와 같이 학계와 행정부에서 주요 역할을 하신 분이 가질 것으로 기대되는 ``본인의 의견''에 지면을 많이 할당했으면 좋았을 법하다. 특히 우리나라 금융산업과 관련하여 기관간 역할분담에 대한 의견은 근거가 다소 빈약해 보인다. 또한 국제사회의 논의도 G20 등을 중심으로 확정된 정책만을 대상하고 소개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Martin Wolf, Laurence Kotlikoff, 그리고 최근 Mervyn King 등을 포함하여 여러 논자들이 금융위기 이후 근본적인 개혁이 없다며 제기하고 있는 흥미로운 대안에 대한 소개가 빠져 있다.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정부의 보호와 규제 위에 존재하는 산업이다. 금융회사의 부채인 화폐는 일반 상품과는 다르며 뱅크런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이러한 까닭에 자본금 규제, 임원 적격심사 등을 거쳐 영업이 허가된다. 진입규제가 존재하는 금융산업에서 이윤은 이노베이션에 대한 댓가라기 보다는 기본적으로 프랜차이즈에 따른 이익이다. 따라서 금융산업 규제를 다른 산업의 규제와 혼동해서는 경쟁력 강화의 수단으로 간주해서는 곤란하다. 금융산업에서는 규제 폐지란 불가능하며 단지 나쁜 규제를 좋은 규제로 바꾸어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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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몰락해도 한국이 사는 길 - 노키아와 핀란드 사례를 통해 본 삼성의 미래, 한국의 미래
박상인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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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는 삼성제품이 별로 없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삼성을 과거에도 사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핸드폰, 세탁기, 프린터, 노트북, 식기세척기 등이 삼성이었다나의 이런 점진적 선호 변화는 낮은 품질 때문이지 재벌에 대한 반감에서 기인한 것은 아닌 것 같다프린터와 노트북은 심한 고장으로 애를 먹었고 나머지도 그리 애착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가지고 있는 냉장고 세탁기 TV 등은 또다른 재벌인 LG 제품이기 때문이다삼성을 멀리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아마도 다른 제벌들과는 달리 삼성이 가지는 입법 사법 행정 그리고 언론 등 모든 측면에서의 현실적 지배력 때문인 것 같다누구든 자신의 지배자를 싫어하는 법이다.


책은 언론에서의 짧은 주목과 무시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삼성전자라는 법인이 망하면 한국경제에 얼마나 충격을 줄 것인가?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면 그 충격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대답을 찾기 위해 저자는 노키아가 핀란드 경제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


저자는 노키아 몰락 이후에도 핀란드 경제가 비교적 안정을 유지하고 노키아에서 유출된 인력들이 혁신기업을 창출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통계는 노키아가 몰락한 2012년 이후 핀란드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어 부진했던 EU 보다도 침체가 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한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노키아가 핀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높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삼성재벌이라는 연결고리로 한국경제의 더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를 통해 금융시스템에도 직접 연결되어 있다. 현재의 한국경제 구조하에서 삼성전자의 몰락은 국가위기와 다름없다.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이론에 따르면 기존 독점기업 또는 지배적 사업자는 잠재적 진입자와 달리 단절적 혁신이 발생하면 기존 시장에서 이윤이라는 기득권을 상실하게 된다. 그래서 독점기업 또는 지배적 사업자는 단절적 혁신에 소극적이고 혁신은 새로운 도전 기업에 의해 이루어지게 된다. IBM에 대한 Apple, Apple에 대한 Microsoft, Microsoft에 대한 Google, Nokia에 대한 Apple, Sony에 대한 삼성 등 기업의 역사는 슘페터의 이론을 증명하고 있다. 기업은 언젠가 망한다. 삼성전자도 예외일 수 없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몰락이 갑작스럽게 올 수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따라서 문제는 필연적인 삼성전자의 몰락이라는 충격을 축소하기 위해 한국경제의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이다. 저자는 정치의 리더쉽에 의해 재벌 위주의 경제구조를 개혁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세기초 미국의 반독점 법안, 2013년 이루어진 우파 정권의 이스라엘 재벌개혁을 소개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주회사법이 재벌의 독과점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완화되고 있다. 한심스러운 점은 삼성의 재벌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삼성생명이 저지르는 자산운영의 편법을 국가적으로 묵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위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국제금융센터를 설립하고 위기 지표를 만들어 매일매일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하지만 무엇보다도 큰 리스크라 할 수 있는 저자가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애써 회피하고 있다이유는 명확하다삼성의 이익이 국민의 이익 위에 있기 때문이다삼성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삼성 제품을 사지 말아야 한다이는 국민경제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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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nd of Alchemy : Banking, the Global Economy and the Future of Money (Hardcover)
Mervyn King / Little, Brown Book Group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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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부터 2013년까지 영란은행의 총재를 역임했던 Mervyn King 학자 출신 중앙은행 총재로서 Bernanke 함께 2008 금융위기 와중에서 중앙은행 정책수단 혁신을 이끈 인물이다. 비록 영국은 경제적 위상에서 미국은 물론 유로지역 중국 일본에 비해 낮지만 국제사회에서의 지적인 leadership 여전하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금융위기 이후 전직 관료들 예를 들어 Geithner Bernanke 다루는 ``how I saved the world'' 아니라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과 처방에 관한 본인의 생각을 제시한다는 집필 동기를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서 저자는 Keynes 대공황 이후 자본주의의 위기를 해결하는 대안 아이디어를 제시했던 것처럼 금융위기 이후 침체상황이 지속되고 정치 경제적으로 자본주의의 유용성에 대한 의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할 아이디어를 제시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한다. ``how I saved the world'' 대신에 ``I will save the world (capitalism)'' 셈이다.


책은 크게 구분한다면 저자 자신이 던지는 두개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질문은 금융위기라는 명칭이 말하듯 ``금융''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끊임없이 경제위기를 초래하고 있으며 그렇다면 처방은 무엇인가? 그리고 둘째 질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경기부진의 원인은 무엇이고 처방은 무엇인가?


질문을 시작하며 King 금융의 역사를 돌이켜보며 현대 금융을 연금술에 비유한다. 연금술이 납을 금으로 만드려 것처럼 현대 금융은 유동성이 낮는 위험자산인 대출과 채권을 유동성이 높고 안전한 부채인 예금으로 바꾼다. 이러한 현대 금융의 연금술은 평화로운 시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경제가 불안정해지면 위기로 치닫는 내생적 불안정성을 가지고 있다. 예금보호제도나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LOLR) 불안을 보완할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번 금융위기에서 드러났듯이 금융은 제도적 장치를 벗어나 확장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Too big to fail 또는 too complicated to fail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개별 기업인 금융회사가 서로 경쟁하는 환경에 놓일 Citi Chuck Prince언급한 것처럼 as long as the music is playing, you’ve got to get up and dance.


사실 이러한 금융의 특성을 관찰한 대표적인 경제학자들은  오래전부터 Chicago Plan이라고 불리는 100% 준비금제도를 주장하였다. 이번 금융위기 직후 Financial Times Martin Wolf 현재의 복잡한 은행업무를 단순화 하여 부분준비금 대신에 국공채 준비금을 100% 적립하는 예금은행과 위험자산에 자금을 투자하는 투자은행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가 있다. King 중앙은행의 총재를 지낸 저자답게 과격한 주장 대신에 지금까지 이론과 경험을 종합한 현실적이고 혁신적이며 단순한 방안을 제안한다. 은행의 업무를 제한하지 않고 은행이 보유한 자산에 따라 미리 정해진 비율의 유동자산을 적립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위기시에 중앙은행은 미리 정해진 비율에 따라 hair-cut 적용하여 자동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King 제안하는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은 과거 Bagehot 원리와 다르다. Walter Bagehot 위기시 은행이 보유한 안전자산을 담보로 penalty rate으로 무제한 대출을 하는 것이었으나 King 제안은 미리 정해진 hair-cut 따라 자산에 관계없이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한다. 자산을 구분하지 않고 위험도에 따라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의미에서 그는 전당포식(pawnbroker for all seasons; PFAS)라고 부르고 있다. 이는 현대 금융이 과거의 안전성 추구에서 수익성 추구 전략으로 전환하며 자산이 크게 확대된 대응한 현실을 반영한 방안이다. 2008 금융위기시 중앙은행들이 담보증권 대상을 확대하여 거의 모든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행했었다.


다음으로 둘째 질문에 대해서 King 불확실한 경제환경에서 소비와 투자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기존의 경제학 이론을 검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신이 대학생활을 시작했던 1965 캠브리지에서 Joan Robinson Keynes 사도들이 경제학에 수학을 도입하며 불확실성 대신에 확률계산 가능한 risk 미래를 해석하는 지적분위기에 저항했던 것을 들려준다. 자본주의 경제란 확률을 계산할 수조차 없는 radical uncertainty 환경에서 경제주체간 coordination 불가능한 상황에서 경제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체제이다. 경제학이 상정하는 의사결정인 auction 미래에 어떤 상품이 나타날지도 모르는 상황에 비추어 헛소리일 뿐이다.


King 우리의 의사결정은 dynamic equation 해를 푸는 optimization 아니라 상황에 따라 최적의 대응을 모색하는 coping이라고 주장한다. 자본주의라는 분산의사결정 시스템에서 경제주체는 경제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자그마한 외부충격에 대응하여 미조정하며 대응한다. 경제학이 상정하는 optimization log linearization 의미하듯이 미세한 충격에 대응한 최적반응이라는 점에서 coping 닮았다. 중앙은행이 경기부진에 대응하여 이자율을 낮추면 경제주체는 미래의 소득을 포기하고 현재의 소비를 늘리는 Euler equation 해를 추구한다.


하지만 자본주의에 충격이 발생하면 경제주체간 공유하는 경제상황에 대한 전망 또는 이야기가 부재하게 된다. coordination 없는 상황에서 개별 경제주체는 보수적으로 소비와 투자를 축소하며 경제 전체 수준에서는 경기침체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는 다시 경제주체의 소비와 투자를 축소하는 악순환으로 되풀이 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vicious circle 또는 저축의 역설은 바로 coordination 부재한 상황에서 공유되는 경제전망 스토리 없이 축소를 향해 나아가는 경제상황을 의미한다.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2008 금융위기 이후는 이전 Great Moderation 스토리가 붕괴하고 새로운 스토리가 모색되고 있는 시대이다.


금융위기 이후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상황이 지속되는 이유는 장기 소득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래소비를 현재소비로 이전하는 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은 유효성이 없다. 오히려 낮은 금리는 미래 이자수입을 줄이고 미래 소비의 현재로의 이전은 미래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만을 크게 한다. 그래서 King 요즘의 중앙은행 이자율은 단기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너무 높은 반면 장기 저축과 소비의 균형을 맞추기에는 너무 낮은 policy paradox 빠져 있다고 평가한다.


현재의 장기부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이 장기 성장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 Keynesian 주장하듯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경제의 생산력이 높아질 있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또한 교역을 통해 상대국의 수요를 뺏어오는 인근궁핍화 환율정책을 탈피하고 글로벌 imbalance 해소하기 위해 환율이 탄력적으로 조정될 필요가 있다.


그의 모든 주장과 제안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특히 최근 경제학의 핵심 주제인 소득불균형이 수요에 미친 영향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세계사 흐름에서 경제상황을 파악하고 최신 경제이론의 한계를 지적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거장의 지혜가 놀랍다. 이런 중앙은행 총재가 있기에 이름만 남아 있는 제국이 아니라 여전한 세계의 리더로서 영국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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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writing the Rules of the American Economy: An Agenda for Growth and Shared Prosperity (Hardcover)
조지프 스티글리츠 / W W Norton & Co Inc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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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glitz는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이 어떻게 글을 써야하는지를 보여준다그는 자신의 주장이 경제학 이론의 무엇에 근거하고 있으며 실증하는 관련 논문들이 어떤 것인지 명확히 밝힌다일반인의 주장을 경제학에 근거한 비판적 사고 없이 통계 숫자 몇개를 인용한 것으로 경제학 치장을 하는 우리의 잘난 경제학자들과는 차이가 크다우리 신문에 등장하는 목소리 높은 소위 경제학자들이 Stiglitz나 Krugman을 읽는지 의문이다.


책에서 Stiglitz는 미국 경제가 국민들의 복리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바꾸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경제는 사회구조의 다양한 부분이 상호 연관되어 있으며 역사를 통해 발전한 유기물과 같은 총체라는 점에서 제도 일부를 고치는 임시방편적 대응책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Stiglitz에게 미국 경제의 성장률 하락과 소득불균형이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1980년대 이후 supply side 경제학과 경제금융화의 결과물이다. Wall Street와 Main Street의 구분은 시기심에서 출발한 populist의 불만이 아니라 현재의 경제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인식틀이다.


책은 경제학 비판에서 시작한다. 1970년대 stagflation을 배경으로 등장한 supply side 경제학은 trickle down이 핵심이다능력있는 부자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면 경제가 성장하여 능력이 부족한 가난한 사람들도 모두 잘 살게 된다는 fairy tale이다. supply side 경제학의 처방에 따라 지난 30년간 미국을 중심으로 부자들의 세율을 낮추고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를 축소하였다그러나 실험결과를 살펴보면 경제 성장률은 낮아지고 중간계층의 소득은 정체되고 빈부격차는 커졌다문제는 바로 supply side 경제학이 강조한 incentive 라고 Stiglitz는 지적한다. 세율을 낮추어 부자들에게 부를 축적하도록 한 인센티브는 투자와 혁신으로 파이를 키우기 보다는 파이에서 부자들의 몫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했다부자들은 자신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main street에서 땀을 흘리기 보다는 Wall street에서 약탈적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투기에 열심했다그리고 결과는 2008년 금융위기로 나타났고 장기 경기부진으로 지속되고 있다인센티브는 다양한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supply side 경제학은 이데올로기를 위해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그러면 대안은 무엇인가? Stiglitz는 liberal들은 대안이 없고 naïve하다는 세간의 인식이 얼마나 근거가 없는지를 보여준다그는 상위소득계층 위주의 잘못된 인센티브는 경쟁적이지 않은 금융시장지적재산권 등 제도에 있음을 지적하고 독점이윤을 제한하기 위해 경쟁시장을 확립해야 한다고 제시한다그리고 약탈적 배분구조의 인센티브를 낮추기 위해 조세와 분배의 공정성을 제고하고 장기 시계의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금융시장 제도를 개선함을 지적한다중간계층의 소득이 높이기 위해서 통화정책이 고용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하며 여성과 흑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인적자본을 축적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제도와 환경이 다른 우리에게 상세한 정책대안 보다는 최근 경제학계의 연구가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그의 이야기가 더 흥미롭다그 자신을 포함하여 Akerloff, Spence, Tirole, Kahneman, Williamson, North, Harsanyi, Nash, Selten, Ostrom, Shiller 등 현대 경제학을 이끈 연구는 바로 경쟁시장에서 벗어난 현실 시장의 모습에 대한 연구였다.

Researchers … have won Nobel prizes for work on information asymmetries and imperfections, bargaining theory and imperfections of competition, behavioral economics, and institutional analysis. These works provide a whole new perspective on the functioning of labor, product, and financial markets, and essentially show that institutions and rules are required to force markets to behave competitively, for the benefit of all. And even when markets are competitive, there can be “market failures,” important instances where government intervention is required to ensure efficient and socially desirable outcomes.

책은 Stiglitz가 Roosevelt Institute의 연구원들과 함께 연구한 결과물이다서문에서 Franklin Roosevelt 대통령 손녀가 보이고 있는 용기와 열정을 언급하며 금융위기 이후 장기침체의 저조한 경제성과는 Rewriting the Rules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강조한다.


The arc from 1892 to 1938 shows that American politics can bring together outsider social movements and powerful political forces in the service of all citizens— to make profound structural change to the rules that govern our economy. Today, we have the opportunity to see this happen again, and the obligation to push for it. These rules were decades in the making, and will take a long-term effort to fully rewrite. Middle- and working-class Americans have lived in fear for too long, but as Franklin Roosevelt told us, the only thing we have to fear is fear itself. Rewriting the Rules makes the case for pushing past that fear and taking control of our own economic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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