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맨부커상을 받았다고 신문에 크게 소개되어 덩달아 읽는 셈이지만 작가 한강씨가 광주 출신이라는 점이 5월이 지나가기 전에  읽게 만든 것 같다. 맨부커상 수상작으로는 아룬다티 로이의 작은 것들의 신, Yann Martel Life of Pi에 이어 세번째인 듯하다. 채식주의자는 Life of Pi보다는 작은 것들의 신에 가까운 소설이다.


소설은 영혜라는 여인이 채식주의자가 되고 정신이상이 점점 심해져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사실 그녀가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그녀를 중심으로 남편 형부 언니가 중심인물로 독자에게 제시된다
세 사람은 각각 소설집 세개 중편의 화자가 되어 영혜에 대해 이야기 하며 소시민전문가그리고 우리시대의 여자를 드러낸다


먼저 소시민 남편은 평범하게 사는 것이 목적이다그의 평범함이란 회사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제대로 기능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합리성을 지녔고 주변을 끊임없이 의식하지만 막상 자신의 아내에 대해서는 차갑고 무관심하다.  그래서 기능 장애가 된 아내는 그에게 고장난 자동차처럼 재수없이 걸린 무엇일 뿐이다

다음으로 전문가는 세속을 초월해 인류 문화를 창조한다고 하나 그 문화는 더이상 인간을 위한 무엇이 아니다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소수 전문가 집단을 위한 작업이지 이제 대중과는 아무 소통이 없다정신이상의 처재를 대상으로 비디오를 찍으면서도 아무런 문제 의식조차 없다그의 아내로부터 나쁜 새끼라는 말을 듣고서도 깨닫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언니다언니 인혜는 영혜와 어릴적부터 함께 지냈고 이제는 보호자가 되었다그녀는 영혜야말로 바로 자신의 모습임을 깨닫는다영혜와 인혜는 예수처럼 죄없이 고통을 받은 희생양이 아니다폭력 속에 자랐지만 동시에 공범이기도 했다영혜를 문 개는 더 잔인하게 죽어서 음식으로 먹혔다인혜는 힘없는 동생에게 저질러지는 폭력과 불의를 보고도 외면하였다하지만 동생 영혜는 언니에게 무력함으로부터 숭고함을 끌어내 보여 준다자신의 몸을 통해서 세상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은 용기다


소설을 읽으며 많이 불편했다세상은 그런거야 하며 타협하지 않는 작가의 불편한 이야기는 맨부커상이 아니었다면 읽다가 그냥 덮어두었을 것 같다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처럼 지내는 집사람이 의식되어 공포물을 읽는 듯했고 차가운 소시민 전문가로 살고 있는 천박한 삶에 대한 부끄러움도 일었다

이러한 개인적인 느낌 이외에도 소설 속의 영혜는 우리 사회에서 광주일 수도 있고 또 세월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소시민은 나 살기도 힘들다는 핑게로 그리고 전문가는 거창한 이야기로 희생자를 모욕한다하지만 그런다고 세월호에서 결코 벗어나지는 못한다오히려 그 순간 짐승이 된다광주에서 시민군은 인간 존엄을 위해서 마지막으로 죽음을 선택했다소설은 인간이 무엇인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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