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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몰락해도 한국이 사는 길 - 노키아와 핀란드 사례를 통해 본 삼성의 미래, 한국의 미래
박상인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우리집에는 삼성제품이 별로 없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삼성을 과거에도 사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핸드폰, 세탁기, 프린터, 노트북, 식기세척기 등이 삼성이었다. 나의 이런 점진적 선호 변화는 낮은 품질 때문이지 재벌에 대한 반감에서 기인한 것은 아닌 것 같다. 프린터와 노트북은 심한 고장으로 애를 먹었고 나머지도 그리 애착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가지고 있는 냉장고 세탁기 TV 등은 또다른 재벌인 LG 제품이기 때문이다. 삼성을 멀리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아마도 다른 제벌들과는 달리 삼성이 가지는 입법 사법 행정 그리고 언론 등 모든 측면에서의 현실적 지배력 때문인 것 같다. 누구든 자신의 지배자를 싫어하는 법이다.
책은 언론에서의 짧은 주목과 무시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삼성전자라는 법인이 망하면 한국경제에 얼마나 충격을 줄 것인가?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면 그 충격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대답을 찾기 위해 저자는 노키아가 핀란드 경제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
저자는 노키아 몰락 이후에도 핀란드 경제가 비교적 안정을 유지하고 노키아에서 유출된 인력들이 혁신기업을 창출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통계는 노키아가 몰락한 2012년 이후 핀란드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어 부진했던 EU 보다도 침체가 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한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노키아가 핀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높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삼성재벌이라는 연결고리로 한국경제의 더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를 통해 금융시스템에도 직접 연결되어 있다. 현재의 한국경제 구조하에서 삼성전자의 몰락은 국가위기와 다름없다.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이론’에 따르면 기존 독점기업 또는 지배적 사업자는 잠재적 진입자와 달리 단절적 혁신이 발생하면 기존 시장에서 이윤이라는 기득권을 상실하게 된다. 그래서 독점기업 또는 지배적 사업자는 단절적 혁신에 소극적이고 혁신은 새로운 도전 기업에 의해 이루어지게 된다. IBM에 대한 Apple, Apple에 대한 Microsoft, Microsoft에 대한 Google, Nokia에 대한 Apple, Sony에 대한 삼성 등 기업의 역사는 슘페터의 이론을 증명하고 있다. 기업은 언젠가 망한다. 삼성전자도 예외일 수 없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몰락이 갑작스럽게 올 수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따라서 문제는 필연적인 삼성전자의 몰락이라는 충격을 축소하기 위해 한국경제의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이다. 저자는 정치의 리더쉽에 의해 재벌 위주의 경제구조를 개혁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세기초 미국의 반독점 법안, 2013년 이루어진 우파 정권의 이스라엘 재벌개혁을 소개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주회사법이 재벌의 독과점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완화되고 있다. 한심스러운 점은 삼성의 재벌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삼성생명이 저지르는 자산운영의 편법을 국가적으로 묵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위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국제금융센터를 설립하고 위기 지표를 만들어 매일매일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큰 리스크라 할 수 있는 저자가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애써 회피하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삼성의 이익이 국민의 이익 위에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삼성 제품을 사지 말아야 한다. 이는 국민경제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