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국의 슬픔 - 최고의 석학 이중톈이 말하는 중국 전제주의 정치와 인간 탐구
이중텐 지음, 강경이 옮김 / 라의눈 / 2015년 8월
평점 :
책은 역사학자 이중톈이 CCTV 교양프로그램에서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중국사 지식이 없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용어, 왕조, 배경을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 한국인이 읽기에도 좋다. 특히 유래와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대충 짐작으로만 유추했던 여러 용어를 알게되는 즐거움도 작지 않다.
책 제목이 시사하듯이 작가에게 중국사는 연민의 대상이다. 중국은 광활한 지역과 인구를 아우른 세계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중국제국은 최고의 문화를 창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쇠락하여 서구의 침략에 무릎을 꿇었다. 중국의 쇠락을 돌이켜보며 작가는 슬픔을 느낀다. 제국은 황제의 나라였기에 필연적으로 부패하고 무능해질 수밖에 없었다. 유능한 황제는 뛰어난 학자를 용납할 수 없었고, 무능한 황제는 유능한 학자를 알아 볼 안목이 없었다. 한나라 이후 중국역사는 황제에게는 권한 강화의 역사였고 동시에 학자들에게는 정신분열의 역사였다.
작가가 연민을 보인 여러 대상 가운데 특히 학자들이 공감된다. 작가는 단도직입적으로 학자의 운명에 대해서 황제의 애첩에 비유한다. 오늘날과는 달리 과거의 학자는 인문학만을 공부했기에 관료말고는 다른 길이 없었다. 반면 진의 시황제 이후 학자를의 수요자는 오직 한 명 황제뿐이었다. 결국 학자의 임무란 ‘황제의 고급 광대 노릇’이 되기 쉬웠다. 뜻은 천하를 경영하는 것이었지만 현실은 이전투구 정치판이었다. 그리고 관료로 나아가지 않을 경우에는 더욱 견디기 힘든 가난이 기다리고 있었다. 학자에게 은둔과 세속이라는 딜레마가 운명이었다.
그러자 작가가 학자에 대해 슬픔을 느끼는 이유는 보다 깊다. 학자는 고루하고 완고한 성향을 가지게 마련이라 자신이 재능만 믿고 안하무인으로 우쭐대거나 고상한 척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투박함은 거친 욱기의 또 다른 표출 방식이다. 욱기가 용기로 변형되고 용기가 다시 오기로 발전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집념으로 굳어진다. 세상이 어려웠을 때 이치를 고수하며 필사의 투쟁을 한 이끌었던 이들이 바로 학자 서생이었다. 작가는 이러한 정신의 힘이 중화민족이 모진 세월 속에서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이었다고 찬양한다. 무언가에 집착하는 것이 항상 옳지는 않지만 서생기질이 없으며 어떠한 일도 제대로 해낼 수 없었다.
작가의 마지막 문구가 마음에 와 닫는다. 마침 며칠전 강릉 선교장에서 예쁘게 핀 해당화를 구경했다.
해당화의 아름다움이 한없이 지속될 거라고 믿지 말라. 봄이 가면 잎은 짙어져도 꽃은 시들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