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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종의 기원 - 부끄러움을 과거로 만드는 직진의 삶
박주민 지음, 이일규 엮음 / 유리창 / 2017년 6월
평점 :
인사이동으로 옮긴 새로운 부서의 공용탁자 위에 놓여져 있던 책이다. 얼마전 노조 창립기념일 부대행사로 박주민 의원 강연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참석자에게 나누어준 책이었던 듯하다. 누군가 읽고서 권하고 싶어 놓아둔 듯하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쉽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읽기 시작했는데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우리 80년대 학번은 간혹 90년대 이후 세대를 가리켜 사회의식이 부족하며 개인주의적이라는 비판을 하곤 한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 이후 민주화 시기를 들어서며 학생운동은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없었고 사회의 기대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가 맞은 첫 10년은 평화와 번영과는 멀었다. 1990년대는 세계화라는 국제조류 편승으로 시작해서 IMF사태라는 경제적 파탄으로 종결되었다. 헌신할 대의는 사라졌으나 남은 것은 초라한 각자도생이라는 현실이었다. 박주민 의원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인용하는 것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이들이게 '가장 바라는 한국의 미래상이 무엇이냐' 물었더니 44%의 지지를 받는 1위 답변이 충격적이게도 '싹 망해버렸으면 좋겠다'였다.
세월호는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지를 그리고 박근혜씨로 대표되는 산업화 가치관은 이 더이상 한국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또렷하게 보여주었다. 한국사회는 헌법재판소를 통해서 그녀를 파면함으로써 한 시대의 종언을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하지만 과거는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자식들은 부모의 모습을 정확히 닮는다. 성공 지상주의 앞에 도덕관념이나 직업적 소명의식이 완전히 무너진 것입니다...지금도 법률가를 꿈꾸는 많은 후배들이 있는데 그게 좋은 직업이어서 그런 거지, 내가 법률가로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알맹이가 없습니다, 그러니 일단 검사가 되면 검사장 되기만 바라보는 거고, 판사가 되면 부장판사 되기만 바라는 거죠. 올라가야 할 위쪽만 그저 바라보는 거예요.
변화는 쉽지 않다. 그래서 박주민 의원은 우리의 희망이다. 그는 자신의 세대를 기존 세대와와 전혀 다르게 읽을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90년대의 학생운동은 80년대와 달랐습니다. 운동의 고양기도 아니었고 운동의 리더가 곧 대장이 되는 중앙집중적 방식은 아니었으니까요. 따라서 전대협 같은 전국적 학생조직을 배경으로 한 대중적 스타를 배출하지도 못했죠, 우리 세대는 여러 부문에서 조용하고 꾸준히 대중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여성운동, 환경운동, 인권운동, 시민운동이나 지역운동 등의 사회운동 분야에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대중과 함께 호흡해온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제 40대에 들어선 이 그룹들이 86세대 그룹과는 또 다른 정치적 모델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그런 가운데 하나이고요.
유시민 작가는 "정치는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면서 야수적 탐욕과 싸워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는 위대한 사업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다가가면서 상대를 존중하고 하나씩 문제를 풀어갔어야 하는데 제 고집과 원칙만 너무 앞세웠죠.... 외로움에 잘 견디는 것, 끈기 있게 잘 버티는 것, 성실하게 자기 일 하는 것 등은 자신 있어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인의 여러 덕목 가운데 '성실'이 으틈이라고 했다.성실한 정치인은 설령 한번 실수를 한다 해도 대중의 지지를 바로 만회할 수 있다. 이것이 얼마나 이루기 어려운 삶의 태도인지 대중들도 잘 알기 때문이다.
박주민 의원의 힘은 단순하다. 그래서 그를 신뢰할 수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