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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평점 :
한겨레 조현 기자의 휴심정 기사를 보고나서 호기심이 생겨 그녀의 유튜브 강연을 보았다. 짧은 비디오 클립에서 그녀는 차분하고 호소력이 높은 목소리로 "공감"이 무엇인지를 설명했다. 50년을 살면서도 공감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온 나를 발견하고서 깜짝 놀랐다.
정혜신씨의 글은 한겨레와 경향에서 몇번 읽었지만 사회적 약자를 껴안는 정신과 의사 이상으로 생각해보지 못했다. 책을 읽으니 그녀는 정신과 의사를 넘어서 우리 사회를 연구하는 사회학자이며 심리학자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정혜신씨는 공감한다는 것은 먼저 상대방에게 맞추어 주는 정신노동이 아니라고 말한다. 친절을 배푸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방법은 아니다. 지속가능한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친절을 배푸는 사람의 정신을 고갈시키고야 만다. 공감은 잘못된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공감은 정신노동에 비해 훨씬 어려운 일이다. 공감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온 몸을 던지는 것이다. 상대방의 모든 것을 궁금해 하며 답하기 곤란한 점을 묻고 그가 대답하는 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개별자로 고유하며 존중받기를 원한다. 인간은 공감 받기를 원하며 공감 받아야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얼마전 한겨레에서는 문대통령님이 책을 읽고서 페이스북에 "내가 생각했던 공감이 얼마나 앝고 관념적이었는지 새삼 느꼈다"고 쓰셨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분다운 겸손함이다.
책을 읽으며 돌이켜 보니 나는 그저 기능적으로 살아온 듯하다. 머리가 나쁘지 않은 반면 모험심은 없어서 안전한 길만 걷다보니 억울하거나 불편한 일을 경험하지 않았다. 어쩌다 운도 좋아서 우울증에 빠지거나 심리적 공황을 경험하지 않고 무던하게 50년을 살았다. 그러나 가까운 가족조차 공감하며 지내오지 못한 것 같다. 아니 공감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살아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책은 실용적인 안내서처럼 구성되어 있다. 임상경험을 제시하며 이럴 때에는 이런 방법을, 저럴 때에는 저런 방법을 써야 한다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공감"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책만 읽고서 실제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가끔씩 책장에서 뽑아서 다시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