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 선언 - 전직 부장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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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교양 함양을 위한 인문 도서로 선정하여 나누어 준 책이다. 동시대를 살아서인지 공감하는 에세이가 많다. 무엇보다 깊은 사색과 폭넓은 독서로 단련한 명확한 글쓰기가 돋보인다. 

현직 판사인 저자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는 개인주의가 확립되지 못한데 비롯한다. 그래서 저자는 맑스의 공산주의자 선언을 빗대어 외친다. 
만국의 개인주의자들이여, 싫은 건 싫다고 말하라. 그대들이 잃을 것은 무난한 사람이라는 평판이지만 얻을 것은 자유와 행복이다. 똥개들이 짖어대도 기차는 간다. (p. 57)
그러나 제목과는 달리 저자는 그리 개인주의자가 아니다. 오히려 개인은 혼자서 살 수 없는 존재이며 공동체를 이루어 상부상조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책은 "우리는 서로의 아이를 지켜주어야 한다.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라고 끝맺고 있다. 

저자가 개인주의자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전근대적 집단주의 때문이다. 법조계도 최근 밝혀지고 있는 비리를 보면 일반인의 집단주의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국가의 사법체계를 이용하여 사익을 취하는 부정의는 엘리트 집단이라는 선민의식에 기초하고 있다. 짖어대는 똥개들 사이에서 무난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비난을 들으며 살아온 판사의 에세이인 셈이다.  

인상에 남는 몇 구절을 옮겨 본다.  
우리가 서구에서 수입한 민주주의는 바로 이런 개인들을 전제로 성립되어 있다. 우리 사회 존립의 근거인 가장 근본적인 사회계약, 즉 우리 헌법 질서의 근간이 그렇다. 이건 모두 유치원 때부터 배워온 지루할 정도로 상식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슬플 만큼 이 사회에 내면화되어 있지 못한 이야기다. (p. 25)
아름다운 윤리와 당위만으로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 인간의 이기심, 욕망을 있는 그대로 일단 인정하고 그걸 출발점으로 타협할 지점을 찾는 냉정함이 현실적이다. 세상이 복잡하다고 생각하기를 거부하고 신념과 분노에만 의지하다가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도 최악의 결과만을 가져올 수 있다. 의심하고, 근거를 찾고, 다시 생각하고, 아니다 싶으면 주저없이 결론을 바꾸는 노력 없이는 세상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깨어 있어야 한다. (p. 204)
지금 그 사회에서 다수의 의견이라고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만약 다수의 의견이 늘 옳다면 인류는 아직도 천동설을 믿고 잔인한 사적 보복을 허용하며 인종간 결혼은 금지하고 성적 소수자를 박해하고 있지 않을까. 다수결의 원칙을 중시하는 민주주의에서 다수에 대한 정교한 견제장치도 같이 마련하고 있는 이유다. 대의제, 법률보다 개정이 어려운 헌법, 권력 분립과 견제, 표현의 자유 보장 ... 하지만 이런 장치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 구성원들이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폭넓게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내면화하려면 끊임없이 대화하고, 토론하고, 잘못된 생각들과 싸워야 한다. (p. 246)
팔짱 낀 채 '한계' '본질' '구조적 문제' 운운 거창한 얘기만 하며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아무나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진짜 용감한 자는 자기 한계 안에서 현상이라도 일부 바꾸기 위해 자그마한 시도라도 해보는 사람이다. 어떤 통속적인 미국 드라마를 보다가 아래 대사를 듣고 그 통찰력의 깊이에 놀란 일이 있다. Anyone can be cycical. Dare to be an optimist. (p.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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