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거들 뿐이다. 관객에게 잠시 회상의 기회를 준다면 그걸로 준수하게 임무를 달성한 게 된다. 거기다 가슴을 찌르는 무엇, 롤랑 바르트가 ‘푼크툼(Punctum, 사진 작품을 감상할 때 관객이 작가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작품을 받아들이는 것)’이라 표현한 느낌까지 전달할 수 있다면 흠잡을 데 없이 좋은 사진일 거다. 하지만 이런 작품은 쉽게 찍히지 않는다. - <뭉우리돌의 바다>, 김동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25b029326fa4f80 - P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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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번역: 황석희 - 번역가의 영화적 일상 에세이
황석희 지음 / 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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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번역가 황석희님이 작가 황석희로 다가온 책이었습니다.
영화 번역 에피소드와 소개 작품들도 흥미로웠지만, 간간이 등장한 아버지에 대한 소회가 개인적으론 가슴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재미있으면서도 진솔했던 작가의 사연들이 마치 친한 친구의 이야기를 옆에서 직접 듣는 것 같더군요. 앞으로도 좋은 영상번역 작품 기대하고요. 이렇게 사람 사는 이야기 책을 통해서도 또 만날 수 있음 좋겠습니다. 언젠가 명동씨네라이브러리 GV에서 만나뵙기를 바라며 그가 인용한 영화 <해피 홀리데이>(2014)의 한 대목을 다시 적어봅니다.
“사실 지구에 사는 사람은 모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한심스러운 존재들이란다. 그러니 함부로 판단하거나 싸울 것 없다. 결국에 가면 다 부질없으니까. 이 모든 게 다 부질없단다.”
(The truth is, every human being on this planet is ridiculous in their own way. So we shouldn’t judge and we shouldn’t fight because, in the end none of it matters. None of this stuff.)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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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번역: 황석희 - 번역가의 영화적 일상 에세이
황석희 지음 / 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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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에 관심이 있어 최근 9개월 정도 공부를 했어요. ‘황석희’란 이름이 번역가 브랜드가 될 정도의 자신감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네요. 이제 ‘작가 황석희’로도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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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갈수록 말이 마음처럼 나오지 않는다. 분명 아는 단어인데 입 밖으로 내려면 떠오르지 않아서 단어와 단어 사이의 공백이 길어진다거나 머릿속에서 한꺼번에 두어 개의 단어, 혹은 여러 개의 조사와 어미들이 뒤엉켜 결국은 섞인 채로 발음한다거나 하는 증상을 겪고 있다.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218

상황이 이렇다보니 말보다 글이 편하기까지 했다. 글을 쓸 땐 몇 번이고 고칠 수 있고 단어와 단어 사이에 원하는 만큼의 여유를 가질 수 있어서 마음이 한결 편하다. 아무도 채근하는 사람이 없으니까(사실 혼자 느끼는 중압감이지만).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219

말의 속도를 생각의 속도에 맞추는 거다.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220

내 생각과 말의 병목현상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컴퓨터 하드웨어처럼 생각의 체계를 통째로 교체할 순 없는 노릇이니 말의 속도를 생각의 속도에 맞추는 게 가장 좋은 보완책일 거다. 생각의 속도에 맞춰 말하려면 말의 속도를 예전보다 20~30%쯤 늦춰야 한다. 생각이 다음 단어와 표현들을 떠올릴 동안 말의 속도가 시간을 벌어주는 거다.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221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그리 좋지 않다. 머리가 굵기 전에는 그저 공포의 대상인 동시에 피하고 싶은 사람이었고, 머리가 굵은 후부터는 눈만 마주쳐도 싸워댔다. 그도 그럴 것이 밖에서 무시당하고 집에 들어와 폭력적으로 변하는, 쓸데없이 자존심만 세우는 그 옛날 전형적인 가부장의 화신, 그런 흔한 아버지상이었으니까. 나는 아버지와 반대의 아버지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렇다고 악한 사람은 아니었다. 나름의 방식이었지만 가족을 아꼈고, 애먼 곳에 한눈팔지 않고 당신의 능력 안에서 평생을 성실히 살았다. 틀린 구석이 많던 사람이었을 뿐 악한은 아니었다.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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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here’s my idea. Just to make a virtue out of a necessity. Let’s go downtown in the middle of broad daylight and have lunch at the Holt Café, and walk right down Main Street and take our time and enjoy ourselves.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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