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갈수록 말이 마음처럼 나오지 않는다. 분명 아는 단어인데 입 밖으로 내려면 떠오르지 않아서 단어와 단어 사이의 공백이 길어진다거나 머릿속에서 한꺼번에 두어 개의 단어, 혹은 여러 개의 조사와 어미들이 뒤엉켜 결국은 섞인 채로 발음한다거나 하는 증상을 겪고 있다.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218

상황이 이렇다보니 말보다 글이 편하기까지 했다. 글을 쓸 땐 몇 번이고 고칠 수 있고 단어와 단어 사이에 원하는 만큼의 여유를 가질 수 있어서 마음이 한결 편하다. 아무도 채근하는 사람이 없으니까(사실 혼자 느끼는 중압감이지만).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219

말의 속도를 생각의 속도에 맞추는 거다.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220

내 생각과 말의 병목현상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컴퓨터 하드웨어처럼 생각의 체계를 통째로 교체할 순 없는 노릇이니 말의 속도를 생각의 속도에 맞추는 게 가장 좋은 보완책일 거다. 생각의 속도에 맞춰 말하려면 말의 속도를 예전보다 20~30%쯤 늦춰야 한다. 생각이 다음 단어와 표현들을 떠올릴 동안 말의 속도가 시간을 벌어주는 거다.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221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그리 좋지 않다. 머리가 굵기 전에는 그저 공포의 대상인 동시에 피하고 싶은 사람이었고, 머리가 굵은 후부터는 눈만 마주쳐도 싸워댔다. 그도 그럴 것이 밖에서 무시당하고 집에 들어와 폭력적으로 변하는, 쓸데없이 자존심만 세우는 그 옛날 전형적인 가부장의 화신, 그런 흔한 아버지상이었으니까. 나는 아버지와 반대의 아버지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렇다고 악한 사람은 아니었다. 나름의 방식이었지만 가족을 아꼈고, 애먼 곳에 한눈팔지 않고 당신의 능력 안에서 평생을 성실히 살았다. 틀린 구석이 많던 사람이었을 뿐 악한은 아니었다. - <번역: 황석희>, 황석희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52f2dd72554a73 - P22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