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 - 임윤택 에세이
임윤택 지음 / 해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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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불가능한 건 절대 없어!

 

음악전문 방송 Mnet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신인가수를 발굴하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2011년 8월부터 11월까지 장장 3개월 동안에 이뤄진 서바이벌은 출연자들의 화려한 공연과 뛰어난 가창력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4명으로 구성된 울랄라세션은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펼치면서 출연자 중 소위 갑甲이었다.

 

특히, 울랄라세션의 리더인 임윤택이 위암 말기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팀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사실 이 팀은 아마추어가 아니었다. 이미 미사리 카페촌에서 그 실력이 출중하다고 널리 회자되고 있던 공연 팀이었다. 이들은 버스커 버스커와의 결승에서 당당히 우승하여 상금 5억원을 거머 쥐었다.

 

이 책은 임윤택이 이 땅의 청춘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따스한 에세이다. 때론 그와 함께 비정상적인 처결에 울분을 느끼고, 때론 당당하게 현실에 맞서는 그의 행동에 박수를 보내고, 때론 꿈을 찾아 열정을 쏟는 그의 용기가 나에게 전염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춤추는 것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그는 그 시절 최고의 이벤트가 유치원 재롱잔치였다. 사람들 앞에 나서길 꺼려했지만 재롱잔치에서 추는 춤은 한번도 싫어한 적이 없었다. 춤을 잘 추면 대개는 활달한 성격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초등학교 때의 그의 모습은 내성적인 성격에다 뚱뚱한 '비만 아동'이었다. 초등학교 졸업여행 때 장기자랑에서 구경한 급우들의 춤 솜씨에 반해 이후 그는 그룹 '듀스'의 춤과 노래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비만은 춤을 추는 사람에겐 공공의 적이다. 그는 춤 연습을 위해 다이어트를 실행했다. 한편, 댄서 가수들의 모습을 비디오로 녹화하여 이를 학습 교재로 활용했다. 미국 방송 AFKN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주말에 방송하던 <소울 트레인>에는 흑인 가수들의 다양한 춤들이 소개되어 많은 춤 동작을 배울 수 있었다.

 

춤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자연히 모여들었다. 현재 울랄라세션의 스케줄 관리를 담당하는 우진과의 인연도 이때 생겨났다. 중학에 진학해서도 춤 연습은 계속 되었다. 수업이 파하면 다들 모여서 연습에 몰두했다. 장소는 주로 집 근처 초등학교 뒤편 공터였다. 동네 꼬마들 사이에서는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춤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일이 생겼다. 2학년 체육대회 때 학급 대항 댄스 대회가 생겼던 것이다. 그는 춤 동아리 급우들과 함께 출전하여 전 학년을 통틀어 우승하는 실력을 뽐냈다. 학교 내에서 영웅이 되었다. 3학년 졸업여행 때는 학생회장의 요청으로 한 시간짜리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이 무렵 그와 동아리의 부모님들이 연습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공식적인 연습실은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되었다. 팀의 기량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갔다. '루트 H', 정식 팀 명칭도 생겼다. 이들의 꿈도 덩달아 커졌다. 크고 작은 대회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었지만 이들은 더욱 큰 물을 원했다. 댄스 대회에서 이미 인사를 드린 적 있었던 구의원을 찾아가 단독 콘서트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지원을 약속받았다. 콘서트는 대박이었다. 천 명이 넘는 관중이 구민회관을 가득 메웠다. 관중들의 환호성은 그들의 미래에 큰 힘이 되었다.

 

비만한 몸집과 소심한 성격 때문에 그는 초등학생 때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었다. 그런데, 이런 친구들이 같은 중학교을 다니게 되자 또 다시 그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이번엔 그냥 당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실컷 패주었다. 그 때의 그가 아니었다. 한번은 자신을 괴롭히던 축구부원이 경남 진해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로부터 사과를 받고자 진해까지 내려가는 집요함을 보였다.

 

머리에 노란 물을 들이고 나타난 그에게 한 선생님이 핀잔을 주자, 그는 당당하게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운이 좋게도 이러한 그의 당당함을 선생님이 무시하지 않고 수용해주었다. 비록 칭찬은 아니라해도 그를 인정했다는 것이 오늘날의 그를 탄생시킨 원동력인 듯하다.

 

"아이들과 외모가 좀 다르다고 해서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머리 노랗고 귀걸이를 하는 천상 착한 사람과, 깔끔한 옷을 입고 평범해 보이지만 사기 치는사람이 있다면 어느 쪽이 옳은 건가요? (중략) 외모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건 너무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교칙 원리주의를 고집하는 선생 때문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댄스 팀 활동에 더욱 주력했다. 그가 결성한 루트 H가 엄청난 유명세를 떨치자 연예기획사는 춤에 특별한 자질을 보이는 3~4명에게만 유혹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를 막지 못하고 실력 좋은 친구 3명이 떠나면서 연습실도 폐쇄했다. 그는 당구장에서 빈둥대는 방황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후 재결성하여 그는 엔터테이너로서 미사리 카페촌에서 색다른 공연을 시작했다. 기존의 미사리는 발라드 위주의 조용한 공연이 주였다. 2000년을 기점으로 가수 춘자가 무대에 서면서 서서히 분위기가 바뀌는 중이었다. 발라드 외에 디스코, 알앤비 등 다양한 노래들이 공연되었다. 그는 이제까지 미사리에서 선보인 적이 없었던 엄청난 규모의 퍼포먼스를 펼치면서 관객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리더 임윤택, 춤 솜씨가 날로 발전하는 박광선, 노래를 제일 잘하는 김명훈, 스타일링이 돋보이는 군조, 눈빛으로도 대화가 가능한 박승일 등 5명이 울랄라세션의 멤버이다. 20년 지기 친구 우진은 이들의 매니저이다. 군조를 제외한 4명은 <슈퍼스타 K>에 도전하면서 기존의 가수 못지 않는 인기를 한 몸에 받았었다.

 

 

얼마전 그는 자신의 꿈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울랄라컴퍼니'라는 기획사를 설립했다. <슈퍼스타 K> 우승 후 매력적인 조건의 영입 제안들이 쇄도했지만 자신만의 색깔을 위해 내린 과감한 결단이었다. 이 책은 그의 멘토인 이외수 작가의 권유로 이루어졌다.

 

"진정성만큼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도 없지.

임 단장이 겪은 일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거야"

 - 이외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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