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공덕동 식물유치원'입니다 - 재개발 단지에 버려진 식물을 구조하는
백수혜 지음 / 세미콜론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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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단지가 존재하는 이상 구조 활동은 계속될 것 같았다. 우리 집에 와서 잘 자라준 식물들이 더 잘 보살펴줄 다른 집으로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즈음, 이것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만들어 꾸준히 활동해야겠다는 계획이 머릿속에 스쳤다. - ‘재개발 단지에서의 만남’ 중에서




며칠 전에도 혹시 버려진 화분이 있을까 싶어서 동네를 한바퀴돌았다. 내가 사는 동네는 새로 조성된 ‘고양시의 덕은지구’라는 곳이다. 일곱 개의 아파트 단지는 지난 연말을 기점으로 거의 입주를 마친 듯했으므로 봄이면 분갈이도 하고 새로 꽃화분을 구입하기에 버려질 운명에 놓일 화분들이 제법 있을 거라 판단하고 나선 걸음이었는데 버려진 화분이 하나도 없었다. 아파트라는 환경이 식물을 키우기엔 그리 좋은 편이 아니어서 원예를 취미로 삼는 분들이 별 없다 보다 생각하고 발걸음을 집으로 돌리고 말았다.


그런데,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의 저자는 정말 식물들을 사랑하는 분이다. 재개발 단지에 버려진 식물들에게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일을 한다. 즉 버려진 화분들을 데리고 와서 부족한 흙도 보충하고 물을 주면서 고사 일보 직전의 식물들을 환생시킨다.


비록 즉흥적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저자는 이를 꾸준히 해보기로 작심하고 유기식물 구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마치 유기견 구조 활동을 펼치는 것처럼 말이다. 삶의 가치를 ‘더불어 사는 것’이라고 여기듯 버려진 식물들이 쓰러지지 않고 살아남아 우리 모두와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정말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공덕동, 연희동, 노량진 등의 재개발 단지를 돌면서 유기 식물들을 구조하다 보니 나름대로 요령도 생겨서 몇 가지 방침을 세웠다. 사실 무턱대고 집 밖에 내놓은 화분을 버려진 것으로 오해하고 가져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첫째, 버려진 식물인지 확실히 확인한다

둘째, 일년생 식물은 특별하지 않는 한 구조하지 않는다

셋째, 틈새에 깊은 뿌리를 낸 식물은 그냥 둔다.


이렇게 구조 활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새 삶을 되찾은 식물들이 하나둘 늘면서 공간을 많이 점유하므로 이젠 갈 곳을 마련해줘야 할 일이 생겼다. 처음엔 수소문과 당근마켓을 활용해 보았는데, 별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해 ‘트위터 앱’을 설치했다.




“‘식물유치원’은 어때? 네가 데려온 식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보니까 왠지 유치원이 떠올라.”


친한 언니의 말에 마음이 끌려 마침내 ‘공덕동 식물유치원’을 개원했다. 새싹이 자라는 모습이 원아들과 비슷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듯이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며 분양받은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과연 이 식물유치원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유기 식물이 없어서 더 이상 구조 활동이 필요없을 때까지 장기전을 펼치듯 계속하겠다고 자신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졌다. 또 ‘식물유치원 동창회’라는 깜찍한 아이디어도 내보인다. 식물 나눔, 씨앗 나눔 등으로 공덕동 식물유치원이 오래 오래 있었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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