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작은 공간 넓은 이야기 - 2022 NEW BOOK 프로젝트 - 협성문화재단이 당신의 책을 만들어 드립니다 선정작
이정관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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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는 협성문화재단이 ‘당신의 책을 만들어 드립니다’라는 ‘2022 NEW BOOK 프로젝트’의 선정작이라고 한다. 저자 이정관은 25년 차 택시운전사로 비록 협소한 택시 공간이지만 수많은 승객들과의 인연을 통해 폭넓은 경험을 했다.




누구 못지 않게 강한 자아심을 가졌다고 자부했기에 과거에 사로잡혀 살아가던 그의 앞날은 점점 어둡기만 했다. 어느 날, 한 승객이 건넨 한마디는 ‘글을 써보라’는 권유였고, 이에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걸어온 길조차 희미해지는 나이임에도 글을 써게 되면서 그는 ‘작은 빛이 짙은 어둠을 걷어낸다’는 것과 ‘사람은 본디 선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총 3개 장으로 구성된 에세이는 영업용 택시를 모는 저자가 여러 승객들과의 만남을 통해 듣고 배운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그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형태의 세상살이가 들어있음을 엿보게 한다. 자, 25년 차 택시운전사가 만난 승객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남다른 길을 간다


여성 승객을 군자교 인근 빌라까지 태워주고 돌아가려는데 한 승객이 승차했다. 아침 6시가 다 되어 가는데 제법 술을 마신 상태였다. 청산유수같이 자신의 살아온 길을 줄줄이 쏟아내며 군대에서 우연히 전기공으로 근무하다가 전역 후에도 이 전공을 계속 살려서 전철과 지하철의 고압 전기 공사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서 35년째 일을 하는데, 낮과 밤이 바뀌어 낮엔 쉬고 저녁 9시에 출근해 새벽 4시에 작업이 끝나는 생활을 한다고 했다.


낯선 이웃이 밤이슬을 맞고 다니는 나쁜 사람으로 오해, 신고함에 따라 경찰관이 집에 찾아오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으며 주야가 바뀐 생활로 인해 친구들도 대부분 곁을 떠났다고 한다. 새벽 시간에 택시를 이용하는 이 승객은 택시 기사들의 고충을 이해한다며 행선지 안양은 죽마고우를 만나러 가는 길이란다. 저자는 승객의 35년 외길 인생이 존경스럽고 부러웠다.


사랑이 담긴 효도


점심 때가 지난 어느 날, 할머니와 손녀를 태운 택시는 강변역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단순히 할머니를 배웅하는 손녀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두 사람은 1박 2일 일정으로 속초 여행을 떠나는 승객이었다.


“손녀가 최고네요, 요즘 젊은이들 바브다는데 시간 쪼개서 할머니랑 여행도 떠나고 부럽습니다.”


택시 안 룸미러로 알뜰살뜰 챙기는 손녀를 바라보면서 사람의 본성은 본디 밝고 맑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내리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은 이를 본받아 치사랑도 할 줄 아는 것이다. 스스로의 좋은 경험이 그대로 착한 행동으로 발현되는 셈이다.


요즘 세태론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이유를 내세우며 늙은 부모를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지내도록 하는 게 흔하다. 평생 자식 뒷바라지에 온 정성을 다한 부모는 그곳에서 이승으로 갈 준비를 한다. 참으로 슬프고 유쾌하지 못한 일이다. 물론 여러 가지 말못할 사유로 이런 봉양奉養을 선택한 것이리라.


옛말에 ‘자식 여럿 있어도 효자는 하나’라는 말이 있다. 속초로 여행 떠나는 할머니와 손녀 모두에겐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면서 결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행복을 추구한다. 행복이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효도란 말이나 글로써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이처럼 행동과 함께 하는 것이리라. 두 사람의 여행을 보면서 저자는 또 세상살이를 깨우쳤다.


택시와의 동행


십여 년 전 승객이 저자에게 던진 한마디. 즉 ‘글을 써보라’는 말이 처음엔 생소하게 들렸지만, ‘맞는 말이야!’ 라고 맞장구를 치면서 글 쓰는 열정 속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었다. ‘택시 운전하면 책 백 권은 쓰고도 남는다’는 선배 기사들 말이 내 머릿속에 콕 박혔다.


택시에서 타고 내리는 승객들의 마음을 훔쳐, 사람만이 나타낼 수 있는 표정을 글로 옮기자는 생각이 들었다. 떠나고 남겨질 사람의 이야기도 담고 삶의 정답과 오답을 배워 쓰고 또 목적을 이룬 이들과 그렇지 못한 애틋한 사람들 이야기도 써보자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다.


점점 택시 핸들이 버겁게 느껴지는 나이가 되어 가고 있다. 승객이 건넨 솜사탕 같은 삶의 이야기를 조금씩 떼어 다른 승객에게 나눠주는 즐거움이 내 삶의 힐링이 된다. 여전히 새벽 두 시 반이면 부지런한 핸드폰 알람은 잠든 저자를 깨운다.


‘하루를 어떻게 살까’ 같은 고민은 이젠 아예 하지도 않는다. 오늘도 웃으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면 될 일이다. 본격적인 근무에 들어서기 전 핸들을 잡고 택시와 귓속말을 나눈다. ‘오늘 하루도 안전이 우선이다. 코로나가 자취를 감추기를 바라고 따뜻한 정이 넘치는 하루가 되었으면 너무 좋겠다’고 전한다.


‘출이반이’出爾反爾란 사자성어가 있다. 이 말은 ‘너에게서 나와서 너에게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좋고 나쁜 일이 결국 모두 자기 자신에 의한 행위와 결과라는 가르침인 셈이다. 세상은 변하고 변할 것이기에 그 흐름에 따르는 것도 한 방법일 수도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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