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 138억 년 전 빅뱅에서 시작된 별과 인간의 경이로운 여정 서가명강 시리즈 9
윤성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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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간단한 문장으로 정의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별이 불변하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별은 진화한다. 누군가 20년 전 모습을 근거로 당신을 함부로 규정하려 든다면 모욕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21세기의 한국 사회를 일제 강점기의 모습으로 규정하려는 것과 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다. 별과 우주도 마찬가지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현대 천문학을 이야기하다

 

이 책의 저자 윤성철은 '광활한 우주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찾는 천문학자'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로 서울대학교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에서 항성 진화 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별의 진화와 죽음, 초신성의 기원, 초기 우주의 별 등을 탐구하고 있다.

대학 밖에서도 대중과 만나면서 천문학을 통해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낯설게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이 책에서는 우주 진화와 인간 탄생의 연결고리를 과학적 근거와 함께 세밀하게 밝혀내며, 우리 삶의 의미를 우주적 관점에서 되돌아보게 한다.

<과학하고 앉아있네 5: 윤성철의 별의 마지막 모습, 초신성>(공저), <빛 THE LIGHT: 렉처 사이언스 KAOS>(공저) 등을 썼고, JTBC 〈차이나는 클라스〉,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 등 각종 매체에서 우주와 인간을 주제로 강의한 바 있다. 

 

 

 

 

케플러가 발견한 우주의 질서

 

케플러의 제3법칙으로 알려진 소위 '조화의 법칙'타원궤도에 숨겨진 신성한 하모니의 발견이었다. 이 법칙은 후에 뉴턴이 중력에 관한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땅에서 작용하는 중력이 신성한 하늘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된다는 사실을 밝혔던 것이다.

 

지구의 기울기를 아는가? 실제 행성과 작은 행성의 궤도는 기하학적 미美에 비해 지저분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결코 질서 정연하지 않다. 행성마다 타원궤도의 찌그러진 정도가 다 다르다. 각 공전궤도의 평면도 서로 정렬되어 있지 않다. 각 행성의 자전축 역시 제멋대로여서 우리들이 살고있는 지구는 공전축에 비해 23.4도 기울어져 있다. 천왕성은 97.8도, 금성은 177.4도 기울어져 있다.  

 

지구의 자전축의 기울기가 천왕성처럼 97.8도였다면 생명의 진화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을 것이고 인류도 출현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우주에는 수많은 우연적 사건이 발생한다. 이런 사건의 연속을 우리는 역사라고 부른다. 지구의 자전축이 결정된 것도 인간의 출현도 모두 복잡다단한 우주 역사의 일부로 발생한 일이다. 이런 역사를 모른다면 우리는 결코 우리 자신과 우주를 이해할 수 없다.

 

우주의 나이를 구하다

 

허블의 기념비적 논문에서 관측으로 추정된 허블상수 값은 100만 파섹 떨어진 은하 기준 초당 558km였으며, 오늘날 측정한 최신 값은 약 70km다. 파섹이란 시차가 1초에 해당하는 거리를 듯하는 천문학적 단위로, 1파섹은 3.26광년이다. 허블-르메트르의 법칙에 따라 우주 팽창에 따른 후퇴속도는 거리와 선형적 상관관계가 있으므로 10만 파섹 떨어진 곳의 은하는 초당 7km, 1000만 파섹 떨어진 곳의 은하는 초당 700km의 값을 가진다. 

 

그런데, 이 측정값이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이는 외부 은하의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 자체의 한계를 들 수 잇다. 또한 당시 망원경의 성능상 가까운 은하들만을 대상으로 관측했다는 점도 허불의 한계였다. 아무튼 허블의 발견은 과거로 갈수록 우주의 크기는 작아져야 하므로 우주는 한 점으로 몰리게 된다. 그렇다면 한 점에서 시작해 현재까지 팽창한 시간은 단순히 어떤 은하까지의 거리를 그 은하의 후퇴속도로 나눈 값이 될 것이다. 

 

이렇게 추정된 우주의 나이를 천문학자들은 '허블시간'이라고 부른다. 허블의 관측 결과인100만 파색 기준 초당 558km로 추정한 허블시간은 18억 년 정도다. 당시 지질학에서 추정한 지구의 나이가 대략 36억 년이었기에 우주는 지구보다 더 젊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이 때문에 지구의 나이보다도 짧게 추정된 허블시간은 당시 우주 팽창 이론을 반박하는 근거로 사용되기도 했다.

 

결국 우리는 우주의 시작에 관한 질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과연 우주에 시작이 있었을까? 그렇다면 우주는 영원하지 않고 유한하단 말인가? 우주의 시작은 신의 창조를 연상시킨다. 때문에 동적인 우주에 관한 이론을 제시했던 프리드만의 업적은 자국 소련에서 배척당한다. 신의 창조 신화를 연상시키는 프리드만의 이론이 당시 소련 공산주의자들이 믿었던 변증법적 유물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우주 역사를 체현하는 인간

 

현대 과학은 평범한 육체를 가진 인간에게서 진리를 발견한다. 우리 몸의 DNA를 구성하는 원소들 중 수소는 빅뱅을 통해 우주에 존재했다. 즉 인간의 몸은 빅뱅의 순간을 기억하고 잇다. 그 외의 원소들은 모두 별 안에서 합성되어 우주 공간에 퍼쟈나갔고 그 물질이 다시 새로운 별을 탄생시켰다.

우리의 핏속을 흐르는 철鐵, DNA를 구성하는 원소들은 모두 과거 언젠가에 별 속에서 생성되었다. 별들의 먼지로 구성된 우리 몸은 별의 탄생, 별의 진화, 별의 죽음과 초신성 폭발의 과정을 기억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구와 같은 행성도 만들어졌고 인체를 구성하는 원소들이 지구에 마련되었다. 우리 모두 아주 먼 과거에는 별 속에 있었다.

 

생명의 진화

 

진화할 수 없는 것은 생명이 아니다. 생명이라는 현상을 태초부터 미리 정해진 '원형'을 통해 이해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 고정된 질서는 생명에게 죽음을 뜻할 뿐이다.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생긴다. 과연 생명은 어느 정도의 극한 환경에서까지 적응이 가능할까? 과학기술 문명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산소가 없거나 온도가 100도인 환경에서 영구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 인간은 그만큼 연약하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생명은 연약하다'라는 편견에 사로잡히곤 한다.

 

하지만 미생물의 세계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다. 초기 지구의 환경은 지금보다 훨씬 더 열악하고 그 변화도 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에는 생명이 출현했고 번성했다. 지난 10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지구 대기의 평균 온도는 1도 가까이 상승했다. 어느 순간 다시 빙하기가 도래하거나, 거대한 혜성이 지구와 충돌해서 지구 대기가 먼지들로 둘러싸이는 등의 급격한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런 급격한 변화에도 생명은 꾸준히 생존해왔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렇다.  생명은 결코 연약하지 않다.

 

 

 

인간의 역사도 우주 역사의 한 부분이다


인간의 특정 모습을 영원한 본질로 규정하고 그 틀에 맞지 않는 모습이 발견되면 죄, 타락, 혹은 합목적성에서 벗어난 것으로 이해하던 과거의 구습은 수많은 억압과 비극의 근원이었다. 하지만 별 먼지인 인간의 많은 측면은 역사의 여러 특수한 상황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이는 인간의 미래 역시 미리 정해진 질서에 구속받지 않고 열려있음을 의미한다. 인간의 역사도 우주 역사의 일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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