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고르세요
켄트 그린필드 지음, 정지호 옮김 / 푸른숲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언젠가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아이스크림'이라는 아이스크림이 등장했다. 그리고 그 아이스크림 가게는 번창의 번창을 거듭해 아이스크림을 사기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광경도 흔히 보인다.

 

왜 이 가게가 성공할 수 있었을까?

 단순히 종류가 많다는 것 만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 아마 그 핵심에는 '선택'이라는 자유를 보장한다는 이미지가 큰 영향을 끼쳤으리라는 것만을 추측할 뿐이다.

 

'성 노동자의 권리 보장'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리라. 말 그대로 '성을 통한 노동을 선택한 이들의 권리'를 뜻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이 일에 종사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했으며, 그것을 범죄로 규정하고 규제하고 처벌하는 것을 거부하는 의사를 밝혀 세상을 놀라게 했다. 현재에도 어딘가에서 그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으리라.

 

조금 시간을 거슬러 중학교 즈음으로 돌아가보면 이런 기억이 떠오른다.

 요즘에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어있는 학교 폭력과도 관련이 있는 문제인데, 이런 이야기다.

 "야! 너, 일루와봐."

 "예? 저, 저요?"

 "그래, 너 말고 또 누가 있어? 긴 말 말고 좋은 말로 할 때 일루와."

 

이 다음은 대략 상상할 수 있듯이 주머니 혹은 지갑을 열어 그 좀 노는 형들에게 '최선의 성의'를 보이는 것을 선택하는 것으로 신체에 가해질 위협을 벗어나게 될 것이다.

 방금 나는 '선택'이라고 했는데 그들에게 돈을 준 건 정말 내가 선택한 일이었을까?

 

우리는 살아가며 무수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며 그 선택에 따르는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무가 부과된다. 하지만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는 정말 '자유롭게 선택'한 것일까?

 

이 책을 읽은 것은 확실한 나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그 선택이 무척 현명했음에 흐뭇함을 느꼈다.

 표지에 적힌 도발적인 문구 "당신의 선택은 강요된 것이며 조작되었고 강제로 진행된다."라는 말을 저자는 책 속에서 하나하나의 낯익은 사례들을 통해 증명해나간다.

 

 우리가 그동안 믿어왔던 '스스로 선택'했다는 생각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달리 말하면 우리가 외면해왔고 잊으려 했던 '제약된 선택, 필연적 선택'의 문제들을 끄집어 올린 것이기도 하다.

 

우리의 선택이 강요되고 조작되었다면 무엇이 선택을 강요하고 조작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걱정 할 것 없다. 가만히 책을 읽어가다보면 선택을 강요하고 조작하는 손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될테니 말이다.

 

이 책이 단순히 우리의 선택이 조작되고 강요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는데 그쳤다면, 재미도 교훈도 반감 되었으리라.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한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질 줄 아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다.

 끄집어 올린 문제들을 하나하나 되짚어가며 정리를 해준다. 거기에 친절하게도 어떻게하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는지 방법도 일러준다.

 

 우리가 지닌 선택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은 채 아무도 모르게 우리 삶 속에서 계속해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상업과 정치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그들이 원하는 선택을 하게끔 조작당한 정황도 보인다.

 그렇다고 그런 요소들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예민하게 살자면 행복하고 만족스런 선택은 나날이 멀어지게 될 것이다.

 

먼저 우리는 무엇이 우리의 선택을 '방해'하는지 그 요인을 분명히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이 최선인지, 어떻게하면 최선의 선택에 이를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이야기가 길어져버렸지만 우리는 누구나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 선택에 후회를 하고도 또다시 잘못된 선택을 반복하는 경우도 적잖이 경험한다. 불행하게도 그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잘못된 선택'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선택의 문제는 단순히 우리가 원하는 것을 선택했는가에서 그치지 않고, 정말 우리가 원해서 선택했는가 아닌가의 문제를 거쳐, 그 선택이 좋은 선택이었는가 나쁜 선택이었는가라는 물음에 닿는다.

 어떤 이는 우리가 하는 선택은 최선이나 최고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덜 나쁜 것, 차악을 고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왠지 납득이 가서 서글픈 이야기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최고의 선택을 하려하지만, 그 선택은 언제든 잘못된 선택이 될 수 있고, 그러한 사정은 우리 뿐 아니라 타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우리는 잘못된 선택을 한 이들을 비난하기에 조금의 머뭇거림도, 용서하려는 마음도, 용서해야할 이유도 없다고 여기지만 그 반대인 상황이 된다면 우리는 순순히 그러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될까?

 

이 책은 선택이라는 문제로 시작해, 공감이라는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우리는 최고의 선택을 할 수는 없을지라도 조금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는 있다. 그리고 그러한 선택에 이르기 위해서는 우리의 선택에 관여하는 요소들을 알고 또 인식하고 있어야만 한다.

 

 그러한 앎에 이 책이 얼마간의 도움이 될 것을 확신한다.

 언제나 치열한 삶 속에서 수 많은 선택과 그에 따른 만족 또 다른 한편에 후회를 쌓아갈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우리의 현명한 선택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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