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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 - 당신을 위한 글쓰기 레시피
김민영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드디어 읽었다.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의 저자는 다름아닌 블로그 이웃 '글쓰는 도넛'님이시다. 작년 이 맘때쯤 글쟁이가 되겠다는 포부로 난 세상에 나왔다. 그러나 시작은 더뎠다. '밥 빌어먹는' 진로 선택의 대가를 몸으로 느껴야했다. 그때 온라인에서 글쟁이로 사는 사람을 찾는 내 눈에 포착된 사람이 다름아닌 도넛님이었다. 글만 쓰면서도 살 수 있을까?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읽고 쓰고 느끼고.
저자는 현재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서평 쓰기부터 읽기,쓰기,말하기를 연계한 통합 교육까지. 저자들을 만나며 북콘서트도 진행한다. 그래서일까? 온통 활자로 채워진 나날을 보내는 듯한 그녀의 글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쫀쫀함이다. 이 책에는 글쓰기 방법이 단계별로 제시되어있다. 시작하는 법, 얼개를 갖추는 법, 매력도를 높이는 법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술술 읽힌다. 다나까의 명령조도 아니고 넌 읽어라 난 쓸께라는 차도녀 말투도 아니다. 옆에서 말하는 듯한 친근한 어투는 조금 더 편안하게 글쓰기에 다가가게 한다.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는 네 구성으로 되어있다. 첫 번째는 글 시작하기다. 쓰고자하는 열망은 있지만 쓰지 않는 사람들은 보통 이런 말을 한다.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 이런 사람들에게 저자는 '네 옆에 있는 글감을 보라'고 말한다. 한 작가님께서 내게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다.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 하물며 '지우개 똥'이라도 글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작은 것 하나를 가지고 A4 10장을 채울 수 있을 때,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다' 저자의 말도 작가님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우린 지금 글감 세상에 살고 있는데 눈을 감고 있을 뿐이다.
두 번째는 글에 얼개를 세우는 단계다. 내겐 이 부분이 가장 어렵다. 하나를 쓰려고 하면 또 다른 하나가 슬며시 고개를 든다. 생각나는 것들을 모두 적다보면 결국 '쓴 사람만 이해하는' 글이 되버린다. 리뷰나 서평도 마찬가지다. 스크린이나 책으로 절절하게 느꼈던 내 기분이 잘 표현되질 않는다. 결국 홍보글처럼 맛없는 글이 되버린다. 이런 상태에 대한 저자의 조언은 '밑그림 그리기'다. 사실 난 '꽂혀야 쓰는' 습관으로 인해 구성이란 걸 잡아본 적이 없다. 아마 그래서 더 밋밋한 글만 썼던 건 아닐까? 이 책을 읽은 후, 글을 쓸 때 가능한한 구성을 잡고 시작하기로 스스로와 약속했다. 지금 이 글의 구성은 '저자소개 - 내용 요약 - 마무리' 지금 구성데로 잘 쓰고 있는건가?
세 번째는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단계다. 내 멋데로 쓴다고는 하지만 누군가 내 글에 반응해주면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 그래서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공감'과 '덧글'에 빠져드는 것일터. 저자가 전하는 방법은 다섯 가지다.간결하게 쓰기, 스토리텔링기법으로 쓰기, 논리적으로 쓰기, 퇴고 그리고 공개하기다. 내겐 이런 일화가 있다. 이틀밤을 새서 써 낸 글을, 신줏단지 모시는 기분으로 애지중지하다 제출했는데 글쓰기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호흡이 너무 길어' 한 단락이 한 문장으로 이뤄져 있다며 빨간 글씨만 빼곡한 첨삭지를 돌려주셨었다. 이런 말도 들었다. '공대생인거 티나' 재미없다는 말씀이셨다.(글 잘쓰는 공대생들에겐 폐를 끼친 것 같아 미안하다) 그래서 내가 찾은 해법은 다름아닌 묘사였다. 하루에 하나씩 소재를 잡아 세세하게 묘사하기. 이 부분은 저자가 말한 글쓰기 비기 중 '스토리텔링기법으로 쓰기'와 닿아있다. 그럼 이제 저자의 방법을 하나씩 연습해보는 일만 남은건가?
글을 시작하고, 구성을 탄탄히하고, 맛을 더하는 법을 배웠다. 이제 치열하게 쓰는 일만 남았다. 숨을 고르자. 하나, 둘, 셋. '당신을 위한 글쓰기 레시피'라는 부제가 참 마음에 든다. 난 그동안 글쓰기를 하겠다면서 글쓰기 책을 읽진 않았다. 글을 잘 쓰겠다면서 글을 쓰는 방법도 알지 못했다.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는 이런 내 안에 '400년된 글쓰기 고목나무'를 세워놓았다.
그간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글쓰기를 소홀히 했다. 내가 정말 저자처럼 뜨겁게 글쓰기를 열망했던가. 글을 쓰고 싶긴 한건가. 쓰자. 쓰자. 또 쓰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글쓰기 책을 읽고 나를 돌아보는 이런 기묘한 순간이 내게 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고. 내가 저자 김민영을, '글쓰는 도넛'을 이웃으로 만났던 작년 그 때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