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하다는 착각 - 왜 여성의 말에는 권위가 실리지 않는가?
메리 앤 시그하트 지음, 김진주 옮김 / 앵글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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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전에:


저는 여성이 남성의 우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남성이 여성의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말에도 반대합니다. 남성이나 여성 혹은 그로 구분 지어지지 않는 '성별'자체로 차별받는 상황을 싫어합니다.


<평등하다는 착각>의 저자는 영국인입니다. 그래서 동서양의 차이(차별이 아니라)에 따라서 다른 견해가 있을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책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 읽다 보니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쓰인 책'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소개하며 남성 경쟁자에게 밀리는 일은 흔하며 통찰력 있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 건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진다면 대상을 남성으로 바꾸었을 때에도 과연 같은 반응을 할 것인가에 대해 상상해 보라고 합니다. 만일 성별의 차이가 아닌 능력의 차이로 그런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면 그 능력을 발휘할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았던 건 아닌지 체크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편향은 무의식적일 때가 많고

강물의 흐름처럼 눈에 보이지 않기에

그 존재를 부정하고픈 유혹에 빠지기 쉽다.

자기에게 편견이 있음을

인정하려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p.71


저는 운 좋게(?) 직장 내에서의 성차별을 겪어 본 적이 없습니다. 애초에 남자들이 많은 회사에 들어간 적도 없고 대학 전공 역시 여성 쪽의 성비가 높은 학과였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어서 남성이고 여성이고 실제로 접촉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심지어 일주일에 한두 번 메신저로 대화하는 분이 남성인지 여성인지도 모릅니다. - 대부분은 대표님과 커뮤니케이션하니까요.



어쨌든 그래서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얼마나 험하고 해괴한지 직접적으로는 모릅니다. 하지만 공대생인 딸이 앞으로 겪게 될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척 신경 쓰였습니다. 실은 대학에 들어갈 무렵부터 이런 문제로 걱정했었습니다. 대학 자체도 남성 대 여성이 2 대 1인 구조이기 때문에 혹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할까 봐 염려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잘 이해하며 무리 없이 대학 생활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딸이 성별의 특성을 드러내지 않는 타입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진한 화장을 하고 있는데도 종종 남자로 - 도대체 왜? - 오해를 받을 정도의 중성적인 모습이기에 오히려 성별로 인한 문제를 (아직까지는) 겪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는 개인의 특성일 뿐 일부러 계획했던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실제로 남성의 세계(라고 여겨지는)에 들어가려는 여성은 낮은 목소리를 사용하고 성별의 특성을 억제해야만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능력을 펴는데 일부러 그렇게까지 꾸며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성별이 아닌 성품이나 능력 등으로 판단하는 세상이라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운지.



여성으로서 직장 생활 내에서의 고충을 잘 모른다고 해서 세상에서 벌어지는 성차별에 대해서도 그런 건 아닙니다. 일생이 차별투성이였기 때문입니다. 여자라는 이유로 많은 좌절과 반대를 겪어야 했고 성인이 된 지금도 그런 일들을 겪어왔습니다.



남자들은 자신의 의견이 옳고, 나의 판단은 그르다며 현재와 미래를 부정하였습니다. 여자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원하는 장소에 머물도록 하였으며 내 딸의 미래까지 좌우하려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맨스플레인을 싫어합니다. - 잠시 혐오인가 생각해 보았는데, 결론은 내리지 못했습니다.


성차별이 인종과 결부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과거 미국에서 노예 해방이 되었을 때에도 여성의 투표권은 존재하지 않았고, 흑인(이 표현을 싫어하지만) 여성의 권리는 더욱 낮았습니다. 여성 문제나 흑인 권리에 대한 이슈로 떠들썩할 때조차 존중받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여성인데 흑인이다가 아니라 흑인인데 여성이라고 인식하였습니다. 이는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으로 여전히 그들은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흑인인데 의사야? 와 여자 의사라고? 가 결합되면 흑인 여자 의사라니 말도 안 돼. 학위는 진짜 있는 거야?라는 의심을 받기 일쑤라는 겁니다. 만약 사실이라고 밝혀지면 그것참 대단한데!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판단을 하는 데에는 '무능하다는 가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흑인을 예시로 들었지만 모든 유색 인종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닙니다.


<평등하다는 착각>을 읽는 독자가 만일 여성이라면 챕터 9를 꼼꼼히 읽어야 합니다. 남성이 만든 프레임이 지배하는 세상이지만 여성 스스로도 성차별을 하기 때문입니다. 남성들은 흔히 이를 여적여라는 말로 비하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다면 남자의 적은 남자가 아닌 경우가 더 많은 걸까요? 갑자기 급발진했지만, 아무튼 어린 시절부터 수도 없이 들어왔던 차별적인 관념이 머릿속에 틀어박혀서 내내 무의식중에서 자신을 옭아매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출신인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하여 심리학과 사회학, 정치,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연구는 물론 구체적인 사례와 인터뷰 등을 들어서 팩트만을 전달합니다. 차별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걸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하며 똑같은 조건하에서 성별만 달리해본 경우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도 테스트해 보았습니다. 이는 무의식중에 보이는 편향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차별'하는 사람은 도덕적으로 성숙하지 못하다거나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하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주변에서 자신을 00혐오자로 볼까 봐 조심하는 경향은 높아졌습니다. 그렇지만 바닥부터 새겨져있는 프레임은 여전히 존재하기에 무의식중에 이런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게 아닌가 합니다.



이 책에서는 구체적인 성 평등 실천 법과 구조적인 인식 변화 등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저자는 남성이 아닌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키고자 함이 아니라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담았습니다.



그렇기에 이 포스팅의 초반에서 '남성이나 여성 혹은 그로 구분 지어지지 않는 '성별'자체로 차별받는 상황을 싫어합니다.'라고 했던 제 의견과 일치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분노'보다는 앞으로 딸이 겪을 세상에 대해 '걱정'하였습니다. 조금씩 변화하여 모두가 성별이 아닌 능력과 노력으로 평가받는 세상이 오길 기대합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굉장히 진보적인 사람으로

여기더라도 무의식적으로 성차별을 할 수 있듯이,

나도 모르게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 계급 차별,

장애인 차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을 대하는 동안

무의식적 편향이 뇌를 속이려고 할 때마다

편향을 바로잡도록 노력해야 한다.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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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괴 2 - 산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다나카 야스히로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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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괴>는 다나카 야스히로가 산에 있는 괴이한 존재들을 목격하거나 신기한 현상을 겪은 사람들을 취재하여 엮은 책입니다. 전작에서는 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았다면 이번에는 조금 민가로 내려온 듯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산에 있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장소에는 변동이 없습니다. 하지만 괴이가 사람을 따라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거나 주변을 맴돌기도 하는 등 조금 더 확장된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웬만해서는 산에 가지 않는 편이라 '산괴'와 만날 일은 없다는 걸 알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가면 그것이 있을 것만 같아 두렵습니다.



산에 있는 신기한 존재들은 참 다양한 형태 혹은 근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놀랍도록 커다란 뱀의 모습을 하거나 여우나 너구리와 같은 짐승의 형태를 취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우에 홀린 것 같다는 표현이 있는 만큼 어쩌면 정말로 나이가 꽉 찬 동물이 둔갑하여 현혹하는 일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도깨비불에 대한 이야기도 꽤 많습니다. 이 책에서는 불구슬이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간혹 너무나 크고 환한 불을 만나면 여우나 너구리의 불꽃놀이라고 여기기도 하였습니다. 어찌 되었건 요즘은 매장 (되었거나 그렇지 않은 때에도) 시신에서 발산된 인이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기는 하나 산길을 가다가 마주치면 무서울 거 같긴 합니다.



시신이 땅에 매장된 무덤은 아이들에게 항상 공포의 대상이었다. 발밑에 시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오들오들 떨리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화장해버리면 무섭지 않을까? 답은 '아니다'


-p.149



어른어른 거리는 푸른 불꽃이 저 멀리서 가까이 올듯 말듯 흔들리고 있다면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자칫 길을 잘 못 들었다가는 등산 용어로는 링 반데룽, 세간의 표현으로는 무언가에 홀려 같은 자리를 맴돌며 더욱 공포에 질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산괴 2>가 무서운 존재만을 다루는 건 아닙니다. 가끔은 만나서 기쁘거나 행복한 '모노'도 있습니다. 요괴 만화이면서도 힐링 물인 '나츠메 우인장'을 보면서 공포와 감동을 번갈아 느끼는 일과 마찬가지입니다. 보고 싶었던 친구나 가족을 만나는 행복감이라니, 허무하면서도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작년에 세상을 떠난 짝꿍이 자기처럼 산나물을 캐고 있었다. 올해도 함께 산에 올라와 주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p.38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고 해서 이 책에 소개된 이야기가 마냥 사랑스럽거나 훈훈한 건 아닙니다. 두려운 일들 중 간혹 이런 사례도 있다는 뜻입니다. 일상에서 만나기 어려운 상당수의 '모노'는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거나 기척을 내고 있으므로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꺼림칙한 기분이 들게 마련입니다.



도깨비불의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여전히 분분하지만 요즘은 시설 좋은 데에서 화장을 진행하므로 그렇게까지 무서운 일은 없을 거 같습니다. 그렇지만 현대식 시설이 아닌 화장터에서라면 난감한 일이 종종 벌어지는가 봅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글쎄요, 찾아가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시신이 타는 데에는 꽤 시간이 걸리는 데다가 냄새도 고약하다니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방식으로 생활해야 하던 시절도 있었다는 사실까지는 부정하지 않습니다. 



화장터는 길에서 조금 내려간 곳에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직접 목격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어느 날 현지 사람이 거기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확인했다.


"어라? 이상하네? 오늘은 아무도 태우지 않았을 텐데……."


해괴하게 생각해 길을 내려가 보고, 경악했다.


"관광하러 온 사람이 바비큐를 하고 있었어요, 그 무렵에는 조금이라도 관이 잘 타도록 돌로 아궁이 비슷하게 만들어 놓았거든요. 거기서 고기를 굽고 있더군요."


-p.152



산에서 생활하는 사람만 만나는 게 아니라 민가에 가까이 와있는 '모노'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던 탓에 개인적으로는 전작보다는 <산괴 2>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캠핑 중에 만나는 나쁜 '그것'이나 때때로 도움을 주는 '그것'은 만나는 사람 입장에서 신 혹은 산신령이 되기도 하고 요괴가 되기도 하는 거 같습니다.



느끼지 않는 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알면 병이고 모르는 게 약이다.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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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봄에는 할 일이 참 많습니다 - 101세 화가 모지스 할머니의 말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편역 / 수오서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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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라는 화가의 이름은 저에게 낯설기만 했습니다. 그렇지만 <101세 화가 모지스 할머니의 말 인생의 봄에는 할 일이 참 많습니다>를 읽다 보니 그 시대의 유명인, 정치인들까지 사랑해 마지않았다니 과연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인터넷에 이름을 검색하고 이미지 파일에서 찾아보았더니만 언젠가 보았던 것 같은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냥 느낌만으로도 따스함이 전해지는 그 그림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겁니다. 멀고 가까운 풍경이 한 화면에 들어가 스토리가 느껴졌습니다. 기존에 사용되어 왔던 멋들어진 기법이나 정형화된 표현은 제가 잘 알지 못하기에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화폭 속에 담겨있는 일상은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였습니다.



만일 그림을 먼저 만났더라면 이걸 그린 사람은 누굴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찾아보았을 거 같습니다. 순서가 바뀌긴 했지만 저는 모리스 할머니의 책을 만나고 그림도 보았습니다. 저도 나이 들어 하고 싶은 일, 잘 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1860년 생인 할머니는 아주 어릴 때부터 농장 일을 해왔고 열몇 살 남짓부터는 먼 친척 집에서 요즘 말로는 가정관리사 일을 했습니다. 좋은 남자와 결혼 후 열 명의 아이를 낳고 다섯 명의 어린아이를 잃었습니다. 전 담담하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때의 심정은 어땠을지 감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인생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평생 부지런히 살아온 할머니는 쉬는 동안에도 손을 쉬지 않았습니다. 일흔 중반에 이르러 관절염으로 자수를 놓지 못하게 되어 선택한 게 그림이었던 겁니다. 전문적인 공부를 하지 않았기에 비하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때때로 이론이나 스킬을 넘어서 전해지는 게 있는 법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저에게 와닿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림 공부를 한 적 없는 저 같은 사람에게 편안하게 다가오는 -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느껴지는 임팩트가 있었습니다. 좋은 그림을 보고 다시 글을 읽으니 회화 속에 모지스 할머니의 성격이 들어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인생의 봄에는 할 일이 참 많습니다>는 당시의 기사, 인터뷰와 구술 기록 그리고 자필 편지 등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책을 편역한 류승경은 모지스 할머니의 묘지를 찾아가 인사를 드렸을 정도로 진심이었습니다. 번역서임에도 우리나라 독자들만 읽을 수 있는 도서라고 합니다.



산재되어 있는 내용을 하나로 묶어서 출판하게 되었다는데, 덕분에 저도 모지스 할머니의 진짜 긍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젠체하지 않는 태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겸손하지도 않은 유쾌함이 저에게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생에서 스쳐 지나가듯 기록된 일들이 후대 사람들에게도 미소와 교훈을 준다는 걸 과연 아실지 궁금합니다.


불안함이 늘 내 옆에 있고 우울과 분노가 떠나지 않는 지금의 저에게 도움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짧은 말을 되새기며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도서입니다. 소중한 사람에게 전하기에도 좋은 책으로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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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철학 - 중년의 철학자가 영화를 읽으며 깨달은 삶의 이치
김성환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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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책과 영화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런데 독자나 관객의 입장에서 즐기는 것일 뿐 깊이 파악하고 의미를 찾는 건 다회차나 되어서 가능한 거 같습니다.


장면을 만나며 그때의 감정이 밀려들어와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깊은 감동을 받기도 하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저랑 똑같은 걸 보면서 깊은 생각을 하고 과학이나 철학, 심리학 등 다른 분야와 연결 지으며 이를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는 분들을 보면 늘 부럽기만 합니다. 이번에 만난 <영화관에 간 철학> 역시 그렇게 부러워하며 읽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영화들의 반 이상은 저도 보았습니다.


'매트릭스 시리즈'나 '어벤저스', '다크 나이트'와 같은 - 히어로물이라고 생각했던 - 무비들은 시원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며 스토리에 푹 빠져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철학자는 이런 장르를 보면서도 이 안에 담겨있는 의미를 찾습니다.



영화는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의

연대기 순으로만 보여주지 않는다.

과거, 현재, 미래를 섞어

비연대기 순으로 보여줄 수 있다.

우리는 영화 덕분에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시간,

비연대기 시간을 볼 수 있다.


영화야말로 시간 조작 능력을 갖춘 타임 스톤이다.

-p.143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알려주고 작가의 의도를 파헤칩니다. 그 속에서 저는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시각을 갖습니다. 이 도서에 수록되어 있는 영화는 앞서 말한 '매트릭스 시리즈'나 '어벤저스', '다크 나이트 시리즈' 외에도 '어바웃 타임', 첫 키스만 50번째' 같은 사랑 이야기도 있습니다.



욕망을 충족하는 수단이 반드시 현실 체험일 필요는 없다. 남자친구, 여자친구와 영화를 보는 사람은 사랑을 나누고 싶은 욕망을 채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는 사람은 폭력을 행사하고 싶은 욕망을 채운다. 영화관, 컴퓨터, 스마트폰은 욕망을 채우는 현실 수단이지만 영화 보기, 게임하기는 환각 체험이다. 영화나 게임에 빠지면 꿈꾸는 것처럼 현실을 잊는다.


-p.121



'기생충', '변호인'에서도 제가 지금껏 몰랐던 의미를 찾았습니다.


아는 이야기를 통해 모르는 세계로 들어가니 그 입구가 한결 넓어 보였습니다.


자, 이제부터 철학 이야기를 시작하지. 하면서 손을 잡아 이끌다가 휙 하고 등을 떠미는 스타일이 아니라 천천히 자연스럽게 유도하였습니다. 그 스킬이 상당하여 즐겁게 읽다 보면 어느새 고찰하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영화관에 간 철학>을 읽고 나서 어쩐지 <기생충>이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바로 실천하였습니다. 예전에는 스토리를 따라가기 바빴는데 그래도 두 번째 보는 거라고, 그리고 책 한 권 읽었다고 전과는 다른 걸 캐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책에서는 기생충을 '냄새'와 연결 지어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 게오르그 헤겔의 "개별은 특수와 보편의 통일이다"라는 '개념 변증법'을 이야기합니다. 다만,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깊이 들어가면 해골이 아프니까 간단하게.



기생충이라는 단어 자체의 의미와 '특수' '보편' '개별'로 분류를 합니다. 사물 혹은 가족, 또는 장소로 각기 나누어지며 이들의 특성에 따라 귀추 됨을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무척 쉬운 말로 풀어서 이야기하지만 평범한 저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영화를 보았습니다. 아, 저자가 했던 말이 그것이로구나! 어차피 모든 걸 다 아는 건 애초에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하나씩 느끼고 배우고 생각하며 성장하면 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이 책에 담긴 애용은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김성환의 영화 한 컷, 철학 한마디>를 엮은 거라고 합니다. 



'매트릭스 3부작'은 에로스와 타나토스가 

작동하고 갈등하고 충돌하는 게 인생이라는

프로이트의 견해를 멋지게 풀이한

텍스트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키텍트가 프로이트의 분장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p.41


이 말의 의미가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세계는 타노스가 '지배'할 수도 있고

어벤저스가 세계와 '개인'의 '자유'를

지킬 수도 있으며

'시간'여행으로 '가족'을 되살릴 수 있지만

'죽음'은 피할 수 없다.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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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가 잘못됐습니다 - 쑤시고 결리고 늘 지친다면
이종민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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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여덟 시간 이상을 앉아서 보내다 보니 가끔씩 극심한 통증을 느끼곤 했어요.


보통은 허리 쪽에 문제가 생긴다고 하던데, 십여 년 전 이쪽으로 한 번 엄청난 아픔을 겪었던 터라 나름대로 근육도 단련하고 늘 괜찮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별로 큰 문제는 겪지 않았죠.​


하지만 뜬금없이 왼쪽 팔뚝이나 어깨가 너무나 아픈 거예요. 처음에는 타이핑을 많이 하면 그런 건가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앉는 자세나 손목 위쪽을 제대로 지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거 같아요. 자세를 바로하고 스트레칭하며 운동하는 일만으로도 자연히 좋아지니 놀라울 따름이었어요.


물론 신체 어디가 아픈 게 모두 이런 식으로 케어 되는 건 아니지만 평소 바른 자세를 취하는 건 상당히 도움 되어요. 예전에는 이런 내용을 미처 몰랐었기에 삐딱한 자세를 취하기도 하고 턱을 괴기도 했죠. 어른들이 그러다가 큰일 난다고 했었지만 젊었을 때는 과장되었다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잠시 옆으로 누워 손목으로 머리를 받친다거나 한 손으로 30분 이상 폰을 보면 금방 아파지는 나이가 되어버렸어요. 이렇게 빨리 문제가 나타나다니 이게 바로 노화인가 싶어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바른 자세로 생활하면 아플 일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관절이나 인대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면 손상을 입는 건 나이와 관계없다는 거예요. 물론 중년 이상에서는 더욱 주의해야 하지만 곰곰이 돌이켜보면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고통을 겪어왔던 게 다 이유가 있었어요. 특히 습관화된 나쁜 버릇이 있다면 나이와 무관하게 인지하고 교정을 해야 하죠.


<자세가 잘못됐습니다>를 읽기 전에도 어깨 통증 때문에 모니터와의 거리를 조정하고 습관처럼 높여서 쓰던 키보드도 낮추었어요. 손목 꺾이는 각도가 낮아지니 아픔이 덜하더라고요. 하루 종일 타이핑을 하다 보면 팔꿈치까지 아플 수 있다는 거 아셨나요? 저는 이 증상 때문에 한 달 넘게 고생을 했어요.

모니터와의 거리, 키보드의 위치 타이핑하는 자세 등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걸 책을 통해서 다시금 확인했어요. 그러고 보니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고 결리고. 때로는 일주일 이상 고통을 주는 게 다 잘못된 자세 때문이었다니 좀 충격적이었죠. 나이 탓만은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운동하는 의사 재활 전문의인 이종민 원장은 여기저기 아픈 건 잘못된 자세를 취하는 습관에서 오는 거라고 말해요. 손상이 누적되면 통증을 주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죠. 심지어 예전에는 50대에나 나타났던 오십견이 30대에서도 발견되기 시작한다니 놀라울 따름이었어요.


학생이라 오랫동안 공부하느라 책상에 앉아있어 허리가 아픈 게 아니라 자세에 문제가 있다는 거예요. 폰을 보고 PC를 다루면서 턱을 내밀거나 목을 앞으로 빼는 등의 습관 때문에 거북목은 이미 흔한 일이 되어버렸어요. 나중에는 목 디스크나 어깨 통증으로 이어지는 만큼 나이 불문! 자세를 바르게 할 필요가 있어요.


관절의 노화는 30대부터 노화가 시작되지만 이미 20대를 넘어서면서부터는 관절이나 연골의 손상의 회복력이 떨어진다고 해요. 그러므로 평소 바른 자세를 익히고 실천하며 몸에 익혀야 하죠. 이런 나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한참 더 먹은 저는 좀 슬프긴 하지만 앞으로의 건강한 관절과 통증 관리를 위해서 가능한 실천해 보려고 해요.


이 책은 놀라울 정도로 디테일하게 생활 속의 가이드를 해요. 보통씨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서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출근 준비는 물론 이동할 때와 사무실에서 일할 때, 퇴근해서 자기 전까지 올바른 자세를 이야기해요. 취침 준비를 하고 자는 동안에도 쭉 가이드 하죠.


뿐만 아니라 평소 집안일을 하고 육아나 반려동물을 돌볼 때의 포즈까지 꼼꼼하게 알려줘요. 정말 수많은 내용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세부적이에요. 솔직히 말하자면 모든 내용을 지킬 자신은 없어요. 그렇지만 가능하면 다치지 않는 방법을 체득하여 습관화해보려고 해요.​


몸이 아픈 건 정말이지 화가 나는 일이에요. 순환계뿐만 아니라 근골격계까지 꼼꼼하게 챙겨야 하는 나이인 만큼 좀 더 신경 써보려고 해요. 그렇지만 이 책은 나이와 관계없이 주니어 이상이라면 읽고 실천해야 할 필독서가 아닐까 해요. 특히 평소 바르지 못한 자세로 인해 고통받는 분이라면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죠.



<자세가 잘못됐습니다>는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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