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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철학 - 중년의 철학자가 영화를 읽으며 깨달은 삶의 이치
김성환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2월
평점 :
저는 책과 영화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런데 독자나 관객의 입장에서 즐기는 것일 뿐 깊이 파악하고 의미를 찾는 건 다회차나 되어서 가능한 거 같습니다.
장면을 만나며 그때의 감정이 밀려들어와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깊은 감동을 받기도 하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저랑 똑같은 걸 보면서 깊은 생각을 하고 과학이나 철학, 심리학 등 다른 분야와 연결 지으며 이를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는 분들을 보면 늘 부럽기만 합니다. 이번에 만난 <영화관에 간 철학> 역시 그렇게 부러워하며 읽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영화들의 반 이상은 저도 보았습니다.
'매트릭스 시리즈'나 '어벤저스', '다크 나이트'와 같은 - 히어로물이라고 생각했던 - 무비들은 시원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며 스토리에 푹 빠져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철학자는 이런 장르를 보면서도 이 안에 담겨있는 의미를 찾습니다.
영화는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의
연대기 순으로만 보여주지 않는다.
과거, 현재, 미래를 섞어
비연대기 순으로 보여줄 수 있다.
우리는 영화 덕분에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시간,
비연대기 시간을 볼 수 있다.
영화야말로 시간 조작 능력을 갖춘 타임 스톤이다.
-p.143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알려주고 작가의 의도를 파헤칩니다. 그 속에서 저는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시각을 갖습니다. 이 도서에 수록되어 있는 영화는 앞서 말한 '매트릭스 시리즈'나 '어벤저스', '다크 나이트 시리즈' 외에도 '어바웃 타임', 첫 키스만 50번째' 같은 사랑 이야기도 있습니다.
욕망을 충족하는 수단이 반드시 현실 체험일 필요는 없다. 남자친구, 여자친구와 영화를 보는 사람은 사랑을 나누고 싶은 욕망을 채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는 사람은 폭력을 행사하고 싶은 욕망을 채운다. 영화관, 컴퓨터, 스마트폰은 욕망을 채우는 현실 수단이지만 영화 보기, 게임하기는 환각 체험이다. 영화나 게임에 빠지면 꿈꾸는 것처럼 현실을 잊는다.
-p.121
'기생충', '변호인'에서도 제가 지금껏 몰랐던 의미를 찾았습니다.
아는 이야기를 통해 모르는 세계로 들어가니 그 입구가 한결 넓어 보였습니다.
자, 이제부터 철학 이야기를 시작하지. 하면서 손을 잡아 이끌다가 휙 하고 등을 떠미는 스타일이 아니라 천천히 자연스럽게 유도하였습니다. 그 스킬이 상당하여 즐겁게 읽다 보면 어느새 고찰하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영화관에 간 철학>을 읽고 나서 어쩐지 <기생충>이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바로 실천하였습니다. 예전에는 스토리를 따라가기 바빴는데 그래도 두 번째 보는 거라고, 그리고 책 한 권 읽었다고 전과는 다른 걸 캐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책에서는 기생충을 '냄새'와 연결 지어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 게오르그 헤겔의 "개별은 특수와 보편의 통일이다"라는 '개념 변증법'을 이야기합니다. 다만,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깊이 들어가면 해골이 아프니까 간단하게.
기생충이라는 단어 자체의 의미와 '특수' '보편' '개별'로 분류를 합니다. 사물 혹은 가족, 또는 장소로 각기 나누어지며 이들의 특성에 따라 귀추 됨을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무척 쉬운 말로 풀어서 이야기하지만 평범한 저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영화를 보았습니다. 아, 저자가 했던 말이 그것이로구나! 어차피 모든 걸 다 아는 건 애초에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하나씩 느끼고 배우고 생각하며 성장하면 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이 책에 담긴 애용은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김성환의 영화 한 컷, 철학 한마디>를 엮은 거라고 합니다.
'매트릭스 3부작'은 에로스와 타나토스가
작동하고 갈등하고 충돌하는 게 인생이라는
프로이트의 견해를 멋지게 풀이한
텍스트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키텍트가 프로이트의 분장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p.41
이 말의 의미가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세계는 타노스가 '지배'할 수도 있고
어벤저스가 세계와 '개인'의 '자유'를
지킬 수도 있으며
'시간'여행으로 '가족'을 되살릴 수 있지만
'죽음'은 피할 수 없다.
-p.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