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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괴 2 - 산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 ㅣ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다나카 야스히로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2월
평점 :
<산괴>는 다나카 야스히로가 산에 있는 괴이한 존재들을 목격하거나 신기한 현상을 겪은 사람들을 취재하여 엮은 책입니다. 전작에서는 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았다면 이번에는 조금 민가로 내려온 듯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산에 있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장소에는 변동이 없습니다. 하지만 괴이가 사람을 따라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거나 주변을 맴돌기도 하는 등 조금 더 확장된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웬만해서는 산에 가지 않는 편이라 '산괴'와 만날 일은 없다는 걸 알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가면 그것이 있을 것만 같아 두렵습니다.
산에 있는 신기한 존재들은 참 다양한 형태 혹은 근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놀랍도록 커다란 뱀의 모습을 하거나 여우나 너구리와 같은 짐승의 형태를 취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우에 홀린 것 같다는 표현이 있는 만큼 어쩌면 정말로 나이가 꽉 찬 동물이 둔갑하여 현혹하는 일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도깨비불에 대한 이야기도 꽤 많습니다. 이 책에서는 불구슬이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간혹 너무나 크고 환한 불을 만나면 여우나 너구리의 불꽃놀이라고 여기기도 하였습니다. 어찌 되었건 요즘은 매장 (되었거나 그렇지 않은 때에도) 시신에서 발산된 인이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기는 하나 산길을 가다가 마주치면 무서울 거 같긴 합니다.
시신이 땅에 매장된 무덤은 아이들에게 항상 공포의 대상이었다. 발밑에 시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오들오들 떨리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화장해버리면 무섭지 않을까? 답은 '아니다'
-p.149
어른어른 거리는 푸른 불꽃이 저 멀리서 가까이 올듯 말듯 흔들리고 있다면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자칫 길을 잘 못 들었다가는 등산 용어로는 링 반데룽, 세간의 표현으로는 무언가에 홀려 같은 자리를 맴돌며 더욱 공포에 질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산괴 2>가 무서운 존재만을 다루는 건 아닙니다. 가끔은 만나서 기쁘거나 행복한 '모노'도 있습니다. 요괴 만화이면서도 힐링 물인 '나츠메 우인장'을 보면서 공포와 감동을 번갈아 느끼는 일과 마찬가지입니다. 보고 싶었던 친구나 가족을 만나는 행복감이라니, 허무하면서도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작년에 세상을 떠난 짝꿍이 자기처럼 산나물을 캐고 있었다. 올해도 함께 산에 올라와 주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p.38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고 해서 이 책에 소개된 이야기가 마냥 사랑스럽거나 훈훈한 건 아닙니다. 두려운 일들 중 간혹 이런 사례도 있다는 뜻입니다. 일상에서 만나기 어려운 상당수의 '모노'는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거나 기척을 내고 있으므로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꺼림칙한 기분이 들게 마련입니다.
도깨비불의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여전히 분분하지만 요즘은 시설 좋은 데에서 화장을 진행하므로 그렇게까지 무서운 일은 없을 거 같습니다. 그렇지만 현대식 시설이 아닌 화장터에서라면 난감한 일이 종종 벌어지는가 봅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글쎄요, 찾아가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시신이 타는 데에는 꽤 시간이 걸리는 데다가 냄새도 고약하다니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방식으로 생활해야 하던 시절도 있었다는 사실까지는 부정하지 않습니다.
화장터는 길에서 조금 내려간 곳에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직접 목격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어느 날 현지 사람이 거기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확인했다.
"어라? 이상하네? 오늘은 아무도 태우지 않았을 텐데……."
해괴하게 생각해 길을 내려가 보고, 경악했다.
"관광하러 온 사람이 바비큐를 하고 있었어요, 그 무렵에는 조금이라도 관이 잘 타도록 돌로 아궁이 비슷하게 만들어 놓았거든요. 거기서 고기를 굽고 있더군요."
-p.152
산에서 생활하는 사람만 만나는 게 아니라 민가에 가까이 와있는 '모노'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던 탓에 개인적으로는 전작보다는 <산괴 2>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캠핑 중에 만나는 나쁜 '그것'이나 때때로 도움을 주는 '그것'은 만나는 사람 입장에서 신 혹은 산신령이 되기도 하고 요괴가 되기도 하는 거 같습니다.
느끼지 않는 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알면 병이고 모르는 게 약이다.
-p.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