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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봄에는 할 일이 참 많습니다 - 101세 화가 모지스 할머니의 말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편역 / 수오서재 / 2023년 2월
평점 :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라는 화가의 이름은 저에게 낯설기만 했습니다. 그렇지만 <101세 화가 모지스 할머니의 말 인생의 봄에는 할 일이 참 많습니다>를 읽다 보니 그 시대의 유명인, 정치인들까지 사랑해 마지않았다니 과연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인터넷에 이름을 검색하고 이미지 파일에서 찾아보았더니만 언젠가 보았던 것 같은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냥 느낌만으로도 따스함이 전해지는 그 그림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겁니다. 멀고 가까운 풍경이 한 화면에 들어가 스토리가 느껴졌습니다. 기존에 사용되어 왔던 멋들어진 기법이나 정형화된 표현은 제가 잘 알지 못하기에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화폭 속에 담겨있는 일상은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였습니다.
만일 그림을 먼저 만났더라면 이걸 그린 사람은 누굴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찾아보았을 거 같습니다. 순서가 바뀌긴 했지만 저는 모리스 할머니의 책을 만나고 그림도 보았습니다. 저도 나이 들어 하고 싶은 일, 잘 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1860년 생인 할머니는 아주 어릴 때부터 농장 일을 해왔고 열몇 살 남짓부터는 먼 친척 집에서 요즘 말로는 가정관리사 일을 했습니다. 좋은 남자와 결혼 후 열 명의 아이를 낳고 다섯 명의 어린아이를 잃었습니다. 전 담담하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때의 심정은 어땠을지 감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인생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평생 부지런히 살아온 할머니는 쉬는 동안에도 손을 쉬지 않았습니다. 일흔 중반에 이르러 관절염으로 자수를 놓지 못하게 되어 선택한 게 그림이었던 겁니다. 전문적인 공부를 하지 않았기에 비하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때때로 이론이나 스킬을 넘어서 전해지는 게 있는 법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저에게 와닿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림 공부를 한 적 없는 저 같은 사람에게 편안하게 다가오는 -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느껴지는 임팩트가 있었습니다. 좋은 그림을 보고 다시 글을 읽으니 회화 속에 모지스 할머니의 성격이 들어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인생의 봄에는 할 일이 참 많습니다>는 당시의 기사, 인터뷰와 구술 기록 그리고 자필 편지 등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책을 편역한 류승경은 모지스 할머니의 묘지를 찾아가 인사를 드렸을 정도로 진심이었습니다. 번역서임에도 우리나라 독자들만 읽을 수 있는 도서라고 합니다.
산재되어 있는 내용을 하나로 묶어서 출판하게 되었다는데, 덕분에 저도 모지스 할머니의 진짜 긍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젠체하지 않는 태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겸손하지도 않은 유쾌함이 저에게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생에서 스쳐 지나가듯 기록된 일들이 후대 사람들에게도 미소와 교훈을 준다는 걸 과연 아실지 궁금합니다.
불안함이 늘 내 옆에 있고 우울과 분노가 떠나지 않는 지금의 저에게 도움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짧은 말을 되새기며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도서입니다. 소중한 사람에게 전하기에도 좋은 책으로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