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트랙 발란데르 시리즈
헨닝 망켈 지음, 김현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 장르 소설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내가 또 한 번 장르 소설을 들었다. 8페이지 남짓한 프롤로그를 다 읽었을 때 이 책을 끝까지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한 장르 소설과는 달랐다. 작가는 확실히 자신의 문장을 갖고 있었다. 읆조리듯 흐르는 나지막한 글들.


- <사이드 트랙>은 스웨덴 산이다. 강력 범죄가 발생하고 형사가 등장한다. 그런 탓에 노르딕 누아르라 불리지만 다 읽고나면 사회파 소설이라는 간판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 우리가 흔히 천국이라 생각하는 스웨덴에서 끔찍한 연쇄 살인이 벌어진다. 등장인물들 조차 여기는 "미국이 아니잖아요."라고 외칠 정도. 미국이 아닌 스웨덴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작가 헨닝 망켈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이 다루고 있는 90년대 중반의 스웨덴은 복지 국가의 명성이 서서히 꺽이고 있는 시점에 그 동안 잠잠했던 정신적 가난이 표면으로 부상하고 있는 사회였다. 작가는 천국의 베일을 들고 그 밑에 고인 썩은 물을 퍼 올린다.


- 스웨덴이 천국이라는 믿음은 스웨덴 사람보다도 다른 나라 사람들의 마음 속에 더 깊이 새겨져 있는 것 같다. 살아보지도 않았으면서.


- 범죄 소설 치고는 꽤 지루한 편이다. 사건은 숨가쁘게 흐르는 것 같은데 요상하리 만치 긴장감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같은 나라에서 온 <렛 미 인>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뱀파이어가 나오고, 사람이 죽어가는데도 도통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복지 국가의 풍요를 누려온 탓에 생긴 특유의 나른함일까? 다행인 건 이 둘 모두 영화 <렛 미 인> 보다는 덜 지루하다는 것이다.


- 스웨덴 영화 얘기가 나왔으니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이 영화도 딱히 역동적이진 않지만 미스테리와 서스펜스가 절묘하게 섞여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형성한다. 얼음 같은 스릴러. 그야말로 메이드 인 스웨덴. 하지만 선택은 데이빗 핀처의 <밀레니엄>.


- 메이드 인 스웨덴이든 필름 바이 데이빗 핀처든 여자가 나오고 밧줄에 묶이고 감금 당하고 폭행 당하고 살해 당한다. <사이드 트랙>도 마찬가지다. 스웨덴의 정신적 가난이란 뒤틀린 성적 욕망을 말하는 걸까?


- 정신적 가난에 대해 생각해 보자. 그것은 물질적 풍요가 낳은 부작용일까 아니면 충분히 지속되지 못한 풍요의 결핍 때문일까?


- 풍요 --> 지루함 --> 자극에 대한 욕 -->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성범죄


- 부의 불평등 --> 먹고 살기의 어려움 --> 범죄에 노출 --> 범죄 조직의 증가 --> 수요와 공급의 시너지 --> 악순환


- ???


- <사이드 트랙>은 발란데르 시리즈의 다섯 번 째 작품이다. 발란데르는 형사다. 소설의 주인공이다. 딱히 개성은 보이지 않는다.


- 영화로 만들었으면 더 재밌었을지 모르겠다. 분위기는 딱 데이빗 핀천데, 발란데르 역을 할 배우가 즉각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데이빗 핀처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중 딸을 가진 남자를 본 적이 없다. 그들은 늘 고독과 외로움의 외투를 두르고 누런 등이 밝히는 잿빛 하늘 아래로 걸어나간다. 여자는 있지만 딸은 없다. 여자가 있는 남자와 딸이 있는 남자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 이 책을 읽어야 합니까?


- 나쁘지 않습니다.


- 이 책을 사야 합니까?


- 두 질문은 같은 것 같지만 완전히 다릅니다.


- 그래서 대답은?


- 노코멘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