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출간된지 얼마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작 장르소설이다. 제목인 브레이크 다운을 보고 오래전 무척 재미있게 봤던 영화 커트 러셀 주연의 브레이크 다운을 연상했으나 그 영화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소설이다. 작년에 재미있게 읽었던 걸 온 더 트레인과 비슷한 정서를 느꼈는데 영국 여성 작가가 쓴 소설의 공통점과 기억이 헷갈리는 여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워서 그런것도 있지만 소설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두 소설은 다른 소설이다.


여교사 캐시는 직장 동료들과 즐거운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마침 폭우가 쏟아진다. 시야가 안 좋은 상황에서 좀더 빨리 가기 위해 지름길인 숲속 도로를 선택해서 운전하던중 도로 노면에 정차되어있는 차를 발견한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여인을 보고 잠시 차를 세웠다가 별일 없겠지라고 생각하며 무사히 집에 도착한다.


다음날 남편이 집 근처 숲속 도로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음을 알려준다. 차를 세웠다가 지나쳤던 캐시는 자책감에 빠지는데, 살해당한 그 여인이 자기가 얼마전 만나서 점심을 먹었던 사람이이란걸 알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어머니가 치매로 돌아가신 가족력이 있는 캐시는 그 살인사건과 맞물려 기억을 차츰 차츰 잃어가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사건을 자체를 목격하지 못했지만 익명으로 그 차를 발견한 사실을 경찰에게 신고한다. 그리고 나서 이상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한다. 남편과 어렸을때부터 자매처럼 지냈던 친구의 도움으로 버텨나가지만 점차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상황에 놓인다.


책장이 무척 빠르게 넘어갈 정도로 가독성이 높은 소설이다. 막판 50장에 충격적인 반전을 홍보하지만 사실 소설을 읽자마자 대충 범인의 윤곽을 알 수 있었다. 장르소설을 좀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치를 챌 수 있는 부분인데 그 점은 좀 아쉽다.


이 소설은 가스라이팅 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의 소설이라고 한다. 가스라이팅은 상황 조작을 통해 타인의 마음에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정신적으로 황폐화시키고, 그 사람에게 지배력을 행사하여 결국 파국으로 몰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를 지칭한다.


과도한 폭력이나 잔인한 장면없이 긴장감을 조성하는 작가의 재능은 인상적으로 보인다. 향후 더욱 좋은 소설을 펼쳐낼만한 역량이 느껴진다. 반전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책장을 넘기며 계속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했던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