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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느와르 - Café Noi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98분 짜리 영화...그것도 액션이나 스릴러 영화도 아닌 일반 드라마 같은 국내 영화인데...
왠만한 인내심과 영화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그 시간을 끝까지 지켜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미 평론가로서 이름을 떨친 정성일 씨가 이번에는 직접 영화를 만들었다니
한 편에서는 그간 신랄하게 평을 당한 다른 감독들의 시선을 어찌 감당할지...
다른 편에서는 평론가로서 그의 궤적이 영화 속에서 어떻게 녹아들어 표현되었는지 자연스럽게 궁금해집니다.
영화는 한 남자, 초등학교 음악 선생님 영수와 그와 이래저래 관계된 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전체적으로 대사가 문어체로 이루어져 있기에 마치 한 편의 책을 누군가 대신 읽어주는 양,
혹은 어떤 연극에 올려진 배우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신하균, 정유미를 비롯한 출연배우들의 역량이 아주 잘 드러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서울 곳곳의 배경도 이에 따라 한껏 낯선 무대를 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감독도 이미 다른 곳 인터뷰에서 언급했듯이...
이 영화는 분위기나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것이
마치 괴테의 명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듯한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쉽게 음미하도록 영화는 그리 친절하지 않습니다.
영화 속 진실에 다가가면 갈수록 자꾸 낯선 이미지나 이야기들이 불쑥불쑥 나오니 말입니다.
결국 영화가 상영되는 그 긴 시간 동안,
실제로 90분 정도를 남겨둔 시점에 가서야 제대로 된 영화제목과 주연배우 이름이 나오는 장면을 대하게 되는데,
우리는 그 전후로 한 남자의 죽음으로 가는 마지막 길을 동행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는 정말 두 번 못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