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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워터
기예르모 델 토로.대니얼 크라우스 지음, 김문주 옮김 / 온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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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봉 때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고 책을 구입하였다가 거의 2년 만에 읽게 되었다. 당시 영화를 꽤 인상 깊게 보았던 지라 책을 읽으며 영화에서 다루지 않았던 부분들, 영화에서는 있었으나 책에 없는 장면들을 떠올리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다만 영화를 보고 나서 바로 책을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 듯싶다. 내 게으름을 탓해야지 ㅠㅠ

책의 표지는 청록색이다. 미래를 의미하는 청록색, 물을 의미하는 청록색, '그'의 몸 색깔인 청록색.

이 글은 영화 리뷰가 아닌 책 리뷰이므로 책에 중점을 두겠다.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부분은 2가지이다.
1. 첫째로 남주인공의 지적인 부분이 영화보다 두드러진다. 사실 영화를 보았을 때, 우리와 다른 모습의 생명체인 '그'가 가지고 있는 동물적인 측면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내가 스트릭랜드처럼 인간중심적인 편협한 사고를 가지고 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과연 남주인공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스스로 선택을 하였는지,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에 대하여 영화를 보았을 때는 개인적으로 불친절하다는 느낌이었다. 영화에서 특히 두 장면(고양이 장면과, 흑백영화 장면)에서 더욱 혼란스러웠다. 다만 책에서는 엘라이자가 남주인공에게 인간 세상에 대하여 학습시키는 부분도 있고(이때 '그'의 지능이 높다는 점이 드러난다.) 고양이 장면도 축약되어 나온다. 그리고 남주인공이 다른 생명체에게 공감하는 점이나 갈등을 바라지 않는 성격이 영화보다 부각된다.
2. 두 번째로 스트릭랜드의 부인 일레인(애칭 레이니)에 대하여 영화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을 책에서 다루어준다. 책을 읽은 것은 레이니에 대한 재 발견이었다. 스트릭랜드의 생각처럼 '일라이자'와 '일레인', 이름이 비슷한 두 여인은 비가 쏟아지는 날 눈부신 용기를 낸다. 스트릭랜드에게는 엘라이자도, 일레인도 너무나 아까운 사람이었다. 엘라이자의 이야기가 '판타지'라면, 일레인의 이야기는 '현실적'이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 것의 매력은 영화에서 시간 관계상 풀어놓지 못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책은 독자의 기대를 긍정적으로 만족시켜준다. 영화 속 주인공뿐만 아니라 친구 자일스와 동료 젤다에게 매력을 느꼈던 사람들 또한 책 속에서 더욱 빛나는 그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셰이프 오브 워터, 영제목을 그대로 음차 하였는데 왜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음차 했는지 모르겠다.... 영화 제목 그대로 따라간 것이라고 생각해도 영어 제목을 그대로 쓴다는 것은 내 눈에는 게을러 보인다. 아무리 쉬운 영단어라고 해도 한국어와 영어가 주는 느낌이 다른데 아쉬울 따름이다. 제목이 사람 이름이 아닌 이상(캐롤처럼...) 번역은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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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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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를 중심으로, 그녀를 둘러싼 메인주의 바닷가 마을 크로스비의 주민들에 관한 이야기를 서로 연관된 열세 편의 단편에 담은 소설(486쪽-옮긴이의 말 중)
연작 소설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을 차례 순으로 꼽아본다면 '약국', '굶주림', '여행 바구니' 이다.

*'약국'은 이 책의 처음을 여는 소설이자 남편 '헨리 키터리지'의 시선에서 우리의 주인공 '올리브'를 슬쩍 엿볼 수 있는 글이다. 시간 순서 상 가장 옛날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이후의 소설에서도 계속 언급될 수 밖에 없는 남편과의 사이를 잘 보여주는 글이기도 하다. '약국'의 글에서 주로 조명되는 것은 '데니즈'라는 약국의 여직원이다. 데니즈의 수동적인 성격은 올리브와 대비된다. 짧은 단편 소설의 결말은 해피엔딩이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미련과 죄책감 때문에 우리는 이 소설을 마냥 행복하게 볼 수 없다.

* '굶주림'은 하먼과 데이지, 니나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하먼은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 또한 하먼을 사랑하지만 둘의 온도는 서로 다르다. 하먼은 니나와의 짧은 인연을 통해 자신의 사랑을 자각한다. 솔직히 말해 하먼이 사랑이 열정을 쫓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해도 아내가 스스로 그 사실을 알게될 몇 달을 그냥 기다리겠다는 게 싫었다. 아내의 입장에서 그것은 기만이 아닌가?

*'여행 바구니' 에서도 바람을 비우는 나쁜 남자가 등장한다. 아니 소설의 시점에서는 이미 죽었으니 등장이라고 하기엔 어색한 감이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부부들은 왜 이렇게 한 눈을 많이 파는 지 모르겠다. 남편의 장례식장에서 뒤늦게 불륜을 알게된 아내는 올리브에게 '여행 바구니'를 버려줄 것을 부탁한다. 남편과 함께 여행 책자를 보며 남편이 다 나으면 갈 여행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여행 바구니'는 남편의 불륜으로 인해 창피하고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추억이 된다. '여행 바구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올리브가 자신의 '여행 바구니'를 떠올리는 장면이 인상 깊다. 인생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슬픔은, 이제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지난 날의 행복한 상상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소설의 마지막에서 돌멩이를 바다에 던지는 젊음을 부러워하는 올리브의 모습이 쓸쓸했다.

*왓차에서 올리브 키터리지 드라마를 보고 있다. 총 4편인데 1편 '약국'은 소설 속 흐름 그대로이며 2편 '밀물'은 '밀물'과 '작은 기쁨'을 섞은 내용이다. 소설과 다른 부분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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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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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처럼 스러져가는 마을의 꿈

딩씨 마을의 꿈(2006, 옌렌커, 김태성, 자음과 모음)

딩씨 마을은 인구가 다 합쳐서 팔백 명도 안 되고, 전체 가구가 이백 호도 안 되는 작은 마을이다. 이 책의 화자는 이미 죽은 열두 살의 소년으로 이곳에서 지난 십 년동안 마을이 등불처럼 스러져간 일을 할아버지가 꾸는 꿈과 함께 풀어나간다.

1부는 세 가지 꿈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아리송하지만 이 책의 제목에 있는 '꿈'이 어떤 양상의 것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책을 모두 읽은 후 다시 1부를 읽으면 3가지의 꿈이 어떤 꿈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1부의 세 가지 꿈의 비유를 지나 2부에서는 12살 소년의 화자가 할아버지의 꿈과 마을의 과거를 뒤섞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옛 가치(혈족)을 지키려는 할아버지 딩수이양과 재물을 탐하는 아버지 딩후이는 둘 다 화자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직계존속)이며 할아버지와 아버지 또한 소설 내내 대립하지만 인연을 완전히 끊어내지 못한다. 할아버지가 마을 사람을 아끼는 것도, 아버지가 도시로 떠난 뒤에도 다시 마을에 계속 들리는 것도 마을이 '딩씨' 마을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2부에서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갈등이 시작된다. 처음 시작에는 상부의 명으로 할아버지가 마을 사람들에게 매혈을 장려하였지만 비양심적인 매혈로 인하여 큰 돈을 번 이는 아버지 딩후이이다. 이에 할아버지는 마을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마을사람 앞에서 개두를 하며 아버지 또한 개두(머리를 땅에 대고 절하는 예법)와 죽음으로써 마을사람들에게 사죄하기를 바란다.

이 책에서 눈길이 가는 것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대립도 있지만 병에 걸려 욕망에 솔직해져가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미 삶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리고 순간의 사랑(둘째 삼촌과 링링)을 탐하기도 하고, 옛날의 영광에 자나 깨나 집착하기도 한다(관인에 집착하는 리싼런). 도둑질로서 재물을 탐하거나 병에 걸리지 않은 가족에게 버림 받기 싫어 발버둥치기도 한다. 이러한 이기심은 죽은 뒤 땅에 묻히는 '관'에서도 드러나는데, 남은 것이 다가올 죽음 밖에 없는 사람들은 마을의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버리고, 미래의 아이들을 위한 학교의 물건(책상, 칠판)을 분배하며, 삼촌과 링링의 화려한 무덤을 도굴하기까지 이른다. 이야기 초반 추자희를 공연하는 마샹린의 그림을 무덤에 넣어주거나, 잃어버린 관인 대신 새로운 관인을 리싼런의 관에 넣어주며 죽은 이의 넋을 달래주던 인간적인 모습은 이야기 후반에 이르러 아버지의 손에 의하여 남은 사람들의 욕망으로 탈바꿈 된다. 이야기의 화자인 12살 소년의 영혼결혼식을 위하여 화려한 관과 그림을 준비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마을을 떠나기 싫어하는 영혼의 절규에서 앞서 할아버지가 보여주었던 죽은 이에 대한 존중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버지는 처음 할아버지가 권유한대로 개두를 하는 대신 끝없이 마을 사람들을 착취하고 중간에서 돈을 빼돌려 부를 축적한다. 마을 사람들 몇몇이 진실을 알고 아버지를 죽이고자 하나 결국에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는 것을 댓가로 자신의 이익을 탐한다. 할아버지에게 아버지는 가장 가까운 혈족이기에 쉽사리 아버지를 포기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마을 사람들 또한 할아버지가 지켜야 할 사람들이었다. 마을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할아버지의 제자들이며 '딩씨' 마을에 속해있는 먼 친척이나 다름없기에 할아버지의 마지막 선택은 시간의 문제였을 뿐이다.

여기서 다시 1부로 돌아가 세 가지 꿈에 대하여 말하고자 한다. 첫 번째 술 맡은 관원장의 꿈에서 관원장은 포도나무(마을)에서 포도주(피)를 짜서 파라오(정부)의 잔에 채운다. 두 번째 떡 맡은 관원장의 꿈에서 관원장은 세 광주리 중 파라오(정부)의 것인 가장 위의 광주리에 담긴 떡(재물)을 새(아버지 딩후이처럼 중간 이익을 탐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빼앗긴다. 세 번째 파라오의 꿈은 동일한 내용의 꿈을 두 번 반복한다. 살찌고 아름다운 암소 또는 곡식(순박하고 아름답던 삶)이 흉악하고 파리한 암소 또는 곡식(열병으로 이기적으로 변해버린 삶)에게 전부 잡아먹히는 꿈이다. 파라오는 처음 불길한 꿈을 꾸고 깨어났다가 다시 잠에 들지만 암소가 이삭으로 변했을 뿐 아름다운 것이 흉악한 것에게 삼켜지는 것을 무력하기 다시 보았을 뿐이다. 1부의 꿈 이야기는 우울하고 고통스럽게 끝나지만 소설의 마지막은 조금 다르다. 할아버지가 텅빈 마을로 돌아왔지만 지친 몸을 이끌고 잠이 든 할아버지가 꾸는 딩씨 마을의 마지막 꿈은 쏟아내리는 소나기에 튀어오르는 흙방울처럼 생명력이 가득하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꿈의 존재 의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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