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루프 창비교육 성장소설 11
박서련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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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마음   그럭저럭 알려진 아이돌 그룹 멤버인 '나'는 요즘 학교에 매일 출석한다. 새로 들어온 메인 보컬 언니가 그룹 내 따돌림을 폭로해 논란이 되어 활동이 없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회사에서는 반박 기사를 내지 않고 그저 소문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 사건이 알려진 탓에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손가락질을 하며 나를 따돌린다. 그럼에도 나는 꿋꿋하게 학교에 매일 나가며 반에서 원래 왕따인 '원따'와 친하게 지내려 애를 쓴다.

안녕, 장수극장   중학생 윤송의 할아버지는 배우가 꿈이었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해 고향에 '장수극장'을 지었다. 마을 사람들 대다수가 농업에 종사하는 곳이었던 소읍에서 장수극장이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찾는 이가 드물어 사장이 된 아버지 윤장수는 폐업을 결정했다. 중학교 축제를 위해 장수극장의 인터뷰를 요청하는 학생회장이 귀찮은 윤송이었는데, 축제날 강당 스크린에 펼쳐진 장수극장에 대한 영상에 뭉클해진다.


엄마만큼 좋아해   주비는 바쁜 엄마 대신 자신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이모에게 머리를 땋아달라고 간절하게 애원한다. 이모는 약속했지만 이튿날 주비의 머리를 땋아주지 않아 속상하기만 하다. 주비가 매일같이 머릴 땋으려는 이유는 밤이 오빠 때문이다. 오빠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었고, 또 소꿉놀이를 할 때 늘 아빠 역할을 하는 밤이 오빠라서 주비는 엄마 역할을 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했다. 무슨 머리 모양을 하고 가도 예쁘다고 해주는 친구 시아에게 주비는 밤이 오빠가 엄마만큼 좋다고 고백한다.

보름지구   사람들이 달로 이주하기 시작한 미래. 1차로 이주한 '나'는 수업 시간에 추석에 대한 발표를 한다.

고─백─루─프   밴드부 보컬인 우지현이 축제 전야제에 노래를 부를 때 보러 오라고 했다. 김현지는 얘가 고백을 하려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인기 많은 애가 나 같은 애한테 그럴 리 없다 생각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 이튿날이 되어야 마땅했지만, 김현지는 축제 전야제 날에 눈을 떴고 어김없이 우지현이 찾아오는 날들을 몇 번이고 반복한다.


가시   '나'는 엄마가 돌아가신 뒤 서울에서 미용실에 다니며 일을 하는 언니의 집으로 들어와 함께 살게 됐다. 엄마 없는 삶에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나의 엄지손톱 밑에 가시가 박혔지만 빼내지 않는다. 그게 마치 엄마의 속눈썹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발톱   아빠의 빈소에서 상주 역할을 맡은 건 '나'가 아니라 다른 여자였다. 아빠의 재혼 상대인 그 여자는 나와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을 것 같다. 그 여자는 나에게 나름 친절하게 대하려고 했지만 나는 그럴 마음이 생기지 않아 말을 섞어본 적이 없다. 아빠의 장례식이 끝나고 난 뒤에 그 여자와 함께 사는 게 내키지 않는다. 그러다 그 여자가 조금 달라졌다는 걸 느낀 이후 나의 마음 역시 조금 바뀐다.





박서련 작가의 소설집 <고백루프>가 다른 소설집과 달랐던 이유는 비단 청소년 문학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작가가 실제로 청소년이었던 시절에 쓴 단편을 공개했다는 점이 이 소설집을 특별하게 여겨지게 했다. 나도 10대 시절에 인터넷 소설 카페에 글을 쓴 적이 있고 친한 친구에게만 알려줬던 기억이 있는데, 성인이 된 지금 생각하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만큼 부끄러운 기억이라 소설집에 게재한 것만으로도 대단하게 보였다.

작가가 청소년 시절에 쓴 단편은 <가시>와 <발톱>이다. 단편 소설이라는 장르에 걸맞게 정말 짧은 이야기지만,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역시 좋아서 인상적이었다. 그때부터 여성 서사에 관심이 있었던 건지 세상을 떠난 엄마에 대해 말하다 언니에게로 이어진 <가시>와 젊은 새엄마와 완전한 남이지만 어느새 마음의 벽을 허물게 된 <발톱>의 엔딩이 좋았다.

인상적이었던 단편은 <안녕, 장수극장>이었다. 시골에 살아본 적이 없지만 이 이야기를 읽는 동안에는 왠지 모를 향수에 젖게 만들었다. 소읍의 유일한 유흥거리였던 극장이 어느새 쇠락해 이제는 찾는 사람이라고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친구와 상영관에 몰래 기어들어가는 백수 아저씨뿐이라 윤송은 이걸 애물단지라고 여겼다. 하지만 윤송이 다니는 중학교 축제에서 장수극장을 마을 사람들이 어떤 존재로 인식했는지 보여주는 영상에서 나도 모르게 뭉클해져 눈물이 날 뻔했다. 극장이 그저 영화를 상영하는 장소가 아닌 마을 모든 이들의 삶이자 역사이기도 했다는 점이 애틋하게 다가왔다.

또 기억에 남은 이야기는 <엄마만큼 좋아해>이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주비가 주인공인데 꼬마 아이의 일상이 왠지 모를 생동감이 느껴졌다. 좋아하는 오빠와 함께 하는 소꿉놀이에서 엄마 역할을 맡고 싶어서 양 갈래머리를 하려는 마음이 깜찍하게만 보였다. 그러다 어린이집에서 제일 예쁜 시아와 관련된 해프닝이 일어나면서는 치기 어린 마음으로 인해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그게 분명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주비가 인지하고 있었기에 밉게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선 이어진 엔딩은 그 어떤 선입견이 전혀 없이 좋아하는 감정 그대로의 표현이라고 보여 흐뭇하게 만들었다.


다양한 장르가 담긴 이야기들을 읽을 때마다 매번 색다른 느낌이 들게 한 소설집이었다. 로맨스와 SF, 추억과 여성 서사 등등 각기 다른 매력 덕분에 즐겁게 읽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나는 왜 처음에 가시를 뽑지 못했나. 당신은 왜 암에게 당신의 낡은 아기집을 내주었는가. 아니, 애초에 왜 언니와 나에게 그 아기집을 빌려주었다.
왜 몸에다 다른 삶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아픈 일인지를 알게 했는가. <가시> - P177

"어른이 되면 우리 모두 다른 길을 걷겠지만 우리가 이 마을에서 자란 기억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장수극장을 잊지 않을 것이다." <안녕, 장수극장> - P61

내가 오빠를 얼마나 좋아하지? 사탕만큼? 돈가스만큼? 마이 멜로디만큼?
어쩌면…… 로즈 공주만큼? 아니지, 그보다는 훨씬 더 좋아하는 것 같아.
"엄마만큼."
(……중략)
응, 난 엄마만큼이나 밤이 오빠가 좋아. 밤이 오빠도 그러면 좋겠어. <엄마만큼 좋아해> - P8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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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1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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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5년.

장 발장은 남편을 잃은 누나와 누나의 일곱 아이들을 위해 빵을 훔치다 걸려 감옥에 갔다. 겨우 빵을 훔치고서 몇 년의 형기를 받은 장 발장은 몇 번이고 계속된 탈옥으로 인해 형기가 늘어 무려 19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다. 그렇게 모든 형벌을 마치고 장 발장이 세상에 나왔다. 그것도 죄인이라는 표시가 명백하게 새겨진 노란색 통행증과 19년 동안 감옥에서 일해서 번 푼돈을 가지고서 말이다.

남루한 옷차림으로 오랫동안 걸어 다닌 장 발장은 디뉴에 도착했다. 여관에 가서 허기를 달래고 하룻밤을 지내려고 했으나 가는 곳마다 주인들이 통행증을 보여달라고 했다. 통행증을 본 이들은 당연히 그를 쫓아냈다. 오갈 데가 없어 길에서 잠을 청하려던 장 발장에게 어느 친절한 부인이 미리엘 주교의 집 문이 열려 있다고 하며, 그곳으로 가라고 했다.


1817년.

공장에서 일하는 팡틴은 사랑하는 톨로미에스와 그의 친구들, 함께 일하는 여직공들과 나들이를 떠났다. 즐거웠던 그들의 하루는 톨로미에스와 그의 친구들이 영원히 떠나면서 끝이 났다. 팡틴에게 남은 건 지독한 가난과 곧 3살이 되는 딸 코제트뿐이었다. 고향에 가서 일자리를 찾으려고 마음먹은 팡틴은 식당을 하는 테나르디에 부부에게 매달 돈을 보내주는 조건으로 딸을 맡기고 떠났다.

고향 몽트뢰유쉬르메르에 도착한 팡틴은 마들렌 씨가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을 하지만, 아름다운 금발과 예쁜 용모를 질투하는 이들로 인해, 그리고 코제트를 맡긴 테나르디에 부부의 사기로 인해 점점 삶이 버거워진다.




소설의 시작은 주인공 장 발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팡틴도 아니었다. 스쳐 지나갈 뿐이지만 모든 이에게 귀감이 될 수 있을 만한 인물인 미리엘 주교였다. 그는 청렴결백한 성직자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었고, 인간적으로도 충분히 존경받을 사람이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건 거의 없던 그는 남에게 베풀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며 너무나 재치 있는 사람이라 많은 시민들이 미리엘 주교를 사랑했다.

장 발장이 미리엘 주교의 집을 방문하게 된 건 운명이나 다름없는 듯 보였다. 빵을 훔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몇 년의 형기를 받은 그는 몇 번이고 계속된 탈옥 시도로 인해 무려 19년 동안 감옥살이를 해야만 했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세상에 나오게 된 장 발장에게는 범죄자라는 표식이 된 통행증과 몇 푼의 돈이 전부였기에 증오나 악밖에 남지 않았을 터였다. 그로 인해 미리엘 주교의 집에서 은그릇과 은촛대를 훔쳐 달아났지만, 안타깝게도 그놈의 통행증 때문에 잡혀 왔다. 그러나 그런 장 발장에게 미리엘 주교는 그에게 깊은 깨달음을 주었다. 스스로 깨달아야만 했던 선한 영향력이었다.

장 발장이 새롭게 다시 태어났을 때 팡틴은 내리막길 인생을 걷고 있었다. 의지가지했던 톨로미에스가 떠나면서 팡틴에게는 견딜 수 없는 가난과 딸 코제트만 남았다. 고향으로 일을 하러 떠나기 전에 마음씨 좋아 보이는 테나르디에 부부에게 코제트를 맡겨두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악독하기 그지없는 이들이었다. 고작 3살밖에 되지 않은 코제트로 돈을 벌 궁리를 했는데, 그걸로도 모자라 아이를 핍박하고 학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향에서 돈을 벌고 있는 팡틴은 전혀 알지 못하는 사실이었기에 테나르디에 부부가 원하는 대로 코제트를 키우는 데 필요한 돈을 부르는 대로 보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너무나 화가 난 건 당연했다. 자신들도 딸을 키우고 있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어린아이를 학대할 수 있는지 도통 이해를 할 수가 없었고, 돈에 미친 인간들로만 보였다. 이들이 제대로 된 벌을 받기를 바랐지만, 책이 아직 1권이기에 그 바람은 요원하게만 보였다.

팡틴이 고향에서 취직한 일자리는 마들렌 씨의 공장이었는데, 말하지 않아도 뻔하게 알 수 있듯 그는 당연히 장 발장이었다. 과거를 감추고 미리엘 주교의 뜻에 따라 가난한 자들을 위해 선행을 베풀었던 그는 어느새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몇 번이나 고사를 했는데도 시장이 되어 더욱더 깊은 선을 행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 번 죄를 지은 이를 결코 놓는 법이 없었던 사복형사 자베르의 의심을 피할 길 없던 장 발장은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상황을 모면하게 된다. 하지만 엉뚱한 이가 자신의 죄를 뒤집어쓰고 처벌을 받는다는 걸 견딜 수가 없었던 장 발장은 스스로의 정체를 밝히고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고백한다. 가여운 코제트를 숨이 끊어지려고 하는 엄마 팡틴에게 데려다준 뒤에 말이다.

고의로 신분을 세탁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살고 있는 현재의 장 발장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기를 바랐었다. 스스로 깨닫고 바뀌어 이 삶을 이뤄냈고, 자신의 죄를 대신 뒤집어쓴 샹마티외가 완전무결한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 발장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다. 지금 이뤄놓은 걸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감수하고 한 그 고백이 고결하게 보인 건 당연했다.


이후 소설은 팡틴의 사망과 도망친 장 발장, 그를 잡으러 나타난 자베르의 모습으로 이어졌다. 도망친 장 발장은 죽으면서까지 제 딸을 찾았던 가련한 여인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아이를 구해야만 했다.

도망친 장 발장과 한 번 문 범죄자는 절대 놓치지 않는 자베르, 그리고 가여운 코제트가 어떻게 될지는 다음 이야기를 읽어야 할 수 있을 듯하다.

"잊지 마시오. 결코 잊지 마시오. 이 은을 정직한 사람이 되기 위하여 쓰겠다고 내게 약속한 일을.
(……중략)
장 발장, 나의 형제여. 당신은 이제 악이 아니라 선에 속하는 사람이오. 나는 당신의 영혼을 위해서 값을 치렀소. 나는 당신의 영혼을 암담한 생각과 영벌(永罰)의 정신에서 끌어내 천주께 바친 거요." - P192.193

이 팡틴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그것은 사회가 한 여자 노예를 사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에게서? 빈궁에게서.
굶주림에게서, 추위에게서, 고독에게서, 버림에게서, 궁핍에게서. 비통한 매매. 한 영혼과 한 조각 빵과의 교환. 빈궁은 제공하고, 사회는 받아들인다. - P334.335

분명히 사람들은 눈앞에 장 발장을 보고 있었다. 그는 빛나고 있었다. 그의 출현은 조금 전 그렇게도 알 수 없었던 그 사건을 백일하에 드러내 놓기에 충분했다. 이제는 아무런 설명도 필요 없이 그 모든 군중은 다른 사람이 자기 대신에 유죄 판결을 받지 않도록 자수하는 그의 그 단순하고도 숭엄한 행위를 대번에, 그리고 한눈에 이해했다. 그 세세한 사실들이며 망설임, 있을 수 있는 사소한 저항 같은 것들은 이 빛나는 거대한 사실 속에 사라져 버렸다. - P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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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복어 문학동네 청소년 70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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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고 2학년 김두현은 이름보다 '청산가리'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다. 단어 자체만으로도 무시무시한 별명이 붙은 건 두현이가 불량 학생이라서 그런 건 절대 아니었다. 7년 전 엄마가 청산가리를 먹고 죽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아버지는 사업과 관련된 문제로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어 그들의 자식인 두현이는 자극적인 걸 좋아하는 아이들의 놀림을 받으며 졸지에 청산가리라는 별명이 붙은 것이었다.

정신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때였지만 그럼에도 두현이는 괜찮았다. 복집을 운영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두현이를 거두어주셨고,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준수가 있었기에 학교생활을 견딜 수가 있었다.


하지만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아버지가 교도소에 간 10월이 되면 두현이는 굉장히 예민해졌다. 평소라면 그저 흘려 넘겼을 청산가리라는 단어가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아이의 입에서 들려오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 단어를 입에 올린 녀석이 초중 동창인 형석이라는 걸 알자 더욱 참을 수가 없었다. 반 단톡방에 엄마와 아버지에 대한 기사를 올려 두현이에게 청산가리라는 별명이 붙게 만든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어린아이가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한다. 부모끼리 어떤 대화를 하거나 싸웠다고 해도 아이들은 금세 잊어버릴 거라고, 아이들 앞에서 누군가의 욕이나 해서는 안 될 말을 해도 내용이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건 절대 아니었다. 아이들은 은근히 많은 걸 기억하고 있고 또 깊이 새겨져 지워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두현이가 바로 그런 것처럼 보였다. 내가 7년 전에 뭘 했는지 떠올려 보면 생각이 안 나는 게 당연하지만,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 된 두현이는 7년 전 과거의 어떤 부분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직접 겪어서 기억한다기보다는 자극적인 기사로 접한 가족의 비극이었기에, 그리고 그 기사를 같은 반 아이들이 알게 되었기에 두현의 마음에는 그 과거가 상처처럼 새겨져 있었다.

그랬기에 형석이가 하굣길에 제 친구들에게 청산가리를 운운하는 걸 듣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공고에 다니는 애라서 허세를 부리는 듯한 껄렁한 말에 형석과 친구들은 잔뜩 움츠러들어 꼬리를 내뺄 수밖에 없었다. 비록 두현의 속은 시원해지지 않았지만, 그 비열한 놈의 기를 조금이나마 꺾어줬다는 후련함은 조금 있었다. 형석이가 살해 협박을 당했다고 학교에 신고하기 전까진 말이다.


소설은 두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그의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도 보여주며 여러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이 어떤 마음으로 현재를 살아가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두현이의 든든한 편이 되어준 준수는 바쁘게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해 어린 두 동생들을 돌보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는 와중에 한국전력에 입사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자격증을 여러 개 취득했고, 실습 또한 착실히 해냈다.

갑자기 두현과 준수에게 다가와 친하게 지내자고 한 재경은 인문계에서 기계공고로 전학 온 특이한 케이스였다. 그녀는 오빠 재석이 공장에 실습을 나갔다가 크게 다쳐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픈 상황에 안타까움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공장의 사장이자 학교의 운영위원회인 장귀녀에게 오빠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라는 시위를 했었고, 체육대회 때 소동을 벌이기도 한다.

아직 한창 응석을 부릴 나이이고 부모에게 기대도 괜찮았는데, 준수와 재경이는 자신만의 눈으로 세상을 보며 지켜야 할 게 무엇인지, 미래를 향해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벌써부터 계획을 세워두었다. 그게 참 대견하면서도 안쓰럽게 보였다. 아직은 어른의 보호를 받아도 괜찮은 아이들이 너무 빨리 어른이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준수, 재경이와는 다르게 두현이는 과거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엄마의 죽음과 감옥에 간 아버지는 웬만한 사람도 견디기 힘든 일이라 당연하게만 보였다. 두현이는 그저 준수를 따라 기계공고에 왔을 뿐 뭘 좋아하는지, 학교를 졸업하면 뭘 하고 살아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러다 살해 협박 건으로 무료 급식소에서 봉사를 하게 되면서 두현이는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던 것 같다. 담임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을 때가 그 계기였고, 아버지를 닮은 아저씨와 대화를 하게 되면서 이전까지의 사고가 조금은 달라졌다. 준수와 재경이에게 털어놓은 후에는 든든한 응원을 받기도 해서 두현이는 멈춰있던 그 자리에서 한 걸음 발을 뗄 수 있었다.

그 발걸음이 이전과는 다르게 완전히 가벼워진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두현은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지워낼 수 없는 비극의 과거를 계속해서 되새기며 음울한 나날을 보내기보다 과거는 담아두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으로 말이다.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 조부모님과 친구들이 있었기에, 그리고 자신을 그 누구보다 사랑했을 엄마가 있었기에 두현은 조금은 성장할 수 있었다.


소설 <나는 복어>는 이전에 <훌훌>로 한 번 접했었던 문경민 작가의 신작이다. 이번에도 청소년 소설로 만나보게 되었는데, 상처 입은 아이들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앞으로 향해가는 과정이 재미있고 따스하게, 그러면서도 대견하게 진행된 이야기였다. 누구도 쉽게 떨쳐낼 수 없을 과거로부터 빠져나온 두현이가 정말 기특했다. 깎인 만큼 단단해졌을 두현이의 앞날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그 상상은 내게 독이었다. 청산가리보다 치명적이고 복어의 독보다도 더 진한 검붉은 마음이 김을 모락모락 피어올리며 혀를 날름거렸다. 너는 절대로 벗어날 수 없어. 그런 생각이 독을 품은 이슬처럼 내 마음 어두운 곳에 맺혀 있다는 걸 나는 알았다. - P56

복국이 먹고 싶었다. 그래. 바로 이거다. 삶이 온통 회색빛이었기 때문인지 하고 싶다, 되고 싶다, 먹고 싶다, 같은 모든 욕심이 나는 반가웠다. - P57

그동안 엄마를 충분히 그리워하지 않아서 미안했다. 나는 그곳에서 그리워할 것들을 실컷 채웠다. 엄마가 사랑했고 엄마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앞으로는 엄마의 마지막이 아닌, 좋았던 기억으로 이지연이라는 한 사람을 떠올리고 싶었다. - P179.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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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냥 - 죽여야 사는 집
해리슨 쿼리.매트 쿼리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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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해리와 사샤 부부는 자연에 파묻힌 삶을 이뤄 줄 꿈에 그리던 집을 찾아냈다. 아름다운 산과 자연으로 둘러싸인 집은 가격도 합리적이었고 차로 갈 수 있는 거리에 공항도 있는 곳이라 마음에 들었다. 두 사람은 계약을 하고 드디어 이사를 했다. 부부의 반려견 대시도 그곳을 무척 좋아했고, 사샤는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직장에 소속되어 있었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이사하고 적응한 지 3주가 됐을 때, 사샤와 해리는 2킬로미터 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가장 가까운 이웃인 댄과 루시 부부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나이 든 부부는 젊은 부부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갑작스러운 저녁식사 초대에도 흔쾌히 응했다. 사샤와 해리는 좋은 이웃을 알게 되어 더없이 기뻤다.

그런데 그날 저녁, 초대를 받아 온 댄과 루시는 각각 해리와 사샤를 데리고 따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하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거라는 사실을 알지만, 그럼에도 꼭 믿어달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 그들이 해리와 사샤에게 한 말은 이 지역, 골짜기에는 악령이 살고 있고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을 괴롭힌다는 것이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부부에게 보금자리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도시에서 편리함 속에서 사느냐,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사느냐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해리와 사샤는 의견이 잘 맞았다. 아무래도 두 사람은 부모에게 제대로 사랑받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공통점으로 인해 집과 가족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부부가 아이를 낳고 키우는 환경은 도시보다는 자연이 더욱 안전할 수도 있었고, 가족 간의 끈끈한 유대 관계도 깊어질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꽤 오랫동안 찾아 헤맨 끝에 마음에 쏙 드는 집을 발견했고, 바로 계약을 해서 이사를 시작했다. 맥시멀리스트가 아니라서 이사도 둘이서 해낼 수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이삿짐을 정리하고 이 새로운 생활에 만족을 느끼며 지냈다.

그러다 이웃 댄과 루시 부부를 만나 저녁 식사 초대를 한 이후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 자연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악령이 있다는 것이었다. 노부부는 젊은 부부를 위해 악령이 계절마다 어떻게 나타나고, 나타났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적은 종이를 들고 왔다. 자신들이 하는 말이 개소리로 들릴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들은 꼭 당부를 하며 알아두라고 했다. 해리는 화를 내며 그들을 쫓아버리고서 사샤와 이 사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노인네들이 헛소리를 하는 것만 같았다.

봄에 연못에서 불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무리 봐도 연못에 불이 떠 있을 수가 없는데 해리는 그것을 분명히 보았고, 사샤 역시 목격했다. 거기다 사샤를 보호해야 할 일이 아니면 순하기만 한 반려견 대시 역시 날카롭게 짖어대는 등 놀라운 반응을 보였다. 이 사건으로 해리와 사샤는 악령이 나타난다는 말을 믿게 되었고, 댄과 루시 부부에게 사과를 하며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 조언을 구했다.


악령은 봄에 불빛으로 나타나고, 여름에는 살려달라고 외치는 벌거벗은 남자와 그 뒤를 쫓아오는 곰이 나온다고 했다. 가을은 소름 끼치게 생긴 허수아비가 등장하는데, 사람처럼 서서 말하다가 갑자기 평범한 허수아비로 풀썩 쓰러지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고 했다. 이런 악령이 계절마다 서너 번씩 나타난다는 게 너무너무 무서웠다. 그것들을 상상하니 소름이 끼쳐서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것들이 나타나서 그에 걸맞은 의식을 치르기만 하면 되는데, 사샤를 보호하고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해리는 점점 그것들의 출연에 분노하게 된다. 그 분노로 벌거벗은 남자를 도발했고, 가을에 두 번째로 나타난 허수아비에게 다시 한번 분노를 표출했다. 그 분노로 일어난 참상은 안타깝다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했고 어마어마한 좌절감을 느끼게 했으며, 이보다 더 무섭고 두려운 일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게 했다.

내가 상상력이 너무 부족한 사람이라는 말을 때때로 하곤 하는데, 공포 장르 소설을 읽을 때면 너무나 부족한 상상력이 폭발하곤 한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계절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악령이 내게는 어마어마하게 큰 공포로 다가왔다. 집에서 책을 읽다가 바람에 창문이 소리를 내서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그 정도로 소설은 무시무시했고, 흡인력이 있었다.

가을을 겨우 넘기고 겨울이 다가왔을 때 원래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아야 했지만, 해리의 도발로 악령은 화가 나 있었다. 그 결과로 일어난 일들은 오로지 해리 홀로 감내해야 했던 것이라 더욱 무서웠고 외로웠을 터였다.

그러나 해리는 혼자가 아니었다. 해리보다 더 강하고 현명한 사샤가 있었고, 가족을 지키는 일에 누구보다 진심인 반려견 대시도 있었다. 덕분에 사샤와 해리는 이 말도 안 되는 두려움과 공포를 그들만의 방법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두께가 제법 되는 소설인데 흠뻑 빠져들어서 읽었다. 여름에 읽었더라면 오싹해서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을 했다.

재미있는 소설이라 그런지 넷플릭스에서 벌써 판권 계약을 했다고 한다. 텍스트로 읽어도 무서운 소설을 그보다 더 무서운 영상으로 만날 날이 기대된다.

사샤가 전적으로 옳았다. 연못에 빛이 나타났을 때나 울타리를 향해 달려오는 남자를 봤을 때의 느낌 그대로였다. 전염병 같기도 하고, 마구 번지며 침입하는 낯선 두려움 같은 것. 마음속에서 생기는 게 아니라 밖에서 강제로 밀어닥치는 감정이었다. - P366

"이곳에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 이상하면서 위험한 일이. 이 골짜기에 사는 사람들에게만 일어나.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악령은 계절마다 다른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내. 말하자면, 이 악령은 하나가 아니야. 안타깝게도 자네가 알게 될 이상한 사건들의 배후에 있거나, 원동력이 되는 것들이지." - P132.133

놈은 전혀 감정 없는 얼굴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여름의 뜨거운 목초지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사이로 나를 보는 남자. 소총 조준경 너머로 그 눈빛이 똑바로 나를 향했다. 나는 온몸이 잠시 마비되었다. 남자는 거기 서서 멍한 얼굴로 전혀 움직이지 않고 나를 바라보았다. 반면에 곰은 계속 발버둥 치고 몸을 질질 끌며 남자의 뒤쪽 수목한계선으로 향하고 있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공포가 몸을 타고 흘렀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 P296

나는 그 자리에서 결심했다. 우리를, 우리의 땅과 몸을 사로잡은 이 악령의 굴레를 깰 방법을 찾아내리라. 내일 당장 알아낼 수는 없겠지. 어쩌면 올해 안에도 못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알아내리라. 내가 늙어 죽든, 아니면 악령의 노여움을 사서 죽든, 방법을 알아내다 죽으리라 각오했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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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비웃는 숙녀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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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사회활동 추진 협회'의 사무장인 후지사와 유미는 3개월 전에 들어온 간자키 아카리와 함께 모금 활동 중이다. 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높여 호소를 해도 모금한 금액은 겨우 3천엔 정도뿐이었다. 더운 여름이라 바깥에서의 모금 활동은 유난히 힘이 든다.

유미가 모금 활동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이 모금액이 국회의원이자 협회의 이사장인 야나이 고이치로의 정치 자금으로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야나이의 비서인 사키타 아야카가 유미를 재촉해서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성과가 없어 곤란한 처지다.

그러던 중에 아카리가 투자 자문사에게 상담을 받아보면 어떻겠냐는 말을 먼저 꺼냈다. 의심하던 유미는 상담은 무료라는 말에 아카리의 소개로 노노미야 쿄코를 만나게 된다.


이후 사이비 종교 단체 쇼도관의 부관장 이노 덴젠, 야나이의 후원회 회장 구라하시 효에, 그리고 비서 사키타 아야카에 이어 야나이 고이치로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전 시리즈에서 미모와 언변으로 많은 사람들을 홀린 가모우 미치루는 친척 노노미아 쿄코의 얼굴로 수술하고서 여러 의혹에서 빠져나갔다. 악녀의 통쾌한 사기가 이번에는 어떻게 이어질지 기대가 됐다.

소설은 시작부터 각기 다른 등장인물의 이야기로 진행되었으나 처음부터 목표는 정해져 있다는 걸 드러냈다. 바로 국회의원 야나이 고이치로였다. 그가 어떤 사람이기에 타깃이 된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초반부터 단정 지었던 건 분명 나쁜 인간이라는 점일 뿐이었다. 야나이의 불법 정치 자금 마련을 위해 설립된 협회의 사무장인 유미에게 미치루가 처음으로 마수를 뻗쳤을 때부터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유미는 운용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았고, 쇼도관의 부관장 이노는 교단 운영이 어려워지자 책을 써서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했다. 그리고 구라하시는 젊은 야나이 이전에 그의 아버지 아냐이 고노스케를 후원했던 과거를 추억하며 자신도 정치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품었다. 그리고 야나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갖은 것들을 참고 견뎠던 비서 아야카는 그의 아내가 되고 싶은 마음을 품어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들은 모두 야나이와 관련된 부분은 차치하고 저마다의 욕망을 품었다. 그 욕망은 자신이 바라는 자리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 욕망을 단번에 알아본 미치루로 인해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진창으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늦었다는 걸 깨달았을 땐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었던 게 당연했다. 미치루는 언제나 그들보다 빨랐기 때문이었다.

타깃인 야나이가 얼마나 나쁜 인간인지 드러났을 때 그를 향해 복수를 하는 게 통쾌할 것 같아 기대가 됐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른 흐름으로 이어져 조금은 의아해지게 만들었다. 그러다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치달으며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고 말았다. 반전을 정말 예상할 수 없었기에 놀라운 한편으로 이전 시리즈와는 다르게 굉장한 불쾌감을 남겼다. 이게 바로 '이야미스'인가 싶었다. 나쁜 놈들을 혼내주는 매력적인 악녀라고 느꼈었는데, 이번 소설에서는 그저 사이코패스로만 여겨져 찝찝함을 남겼다.

불쾌하긴 해도 다음 시리즈는 읽어야겠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인간은 외모가 90퍼센트다. 외모가 그럴싸하면 대부분의 인간을 속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략)
그와 동급이라는 말은 아니지만 쿄코도 같은 부류라고 할 수 있다. 불쾌감을 주지 않는 미모와 사람을 매료시키는 목소리부터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이런 사람이 하는 말이라면 믿어 볼까, 라는 생각이 들고 만다. - P113.114

─ 이건 지능범죄로 가장한 최악의 범죄입니다. 돈은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로지 피해자들만 궁지에 몰아넣었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상대를 죽음에 이르게 했습니다. 오랫동안 이 일을 해왔지만 이렇게나 비정하고 악랄한 사건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습니다. - P368

세상에 쾌락을 위해 살인하는 부류가 존재하듯 쿄코라는 여자는 쾌락을 위해 계획을 짜는 인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특별한 동기도 없고 상대에 대한 증오도 없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타인의 삶과 생명을 앗아가고 목적을 달성하면 아이가 새 장난감을 찾듯 또 다른 사냥감을 찾기 시작한다. -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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