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비웃는 숙녀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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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사회활동 추진 협회'의 사무장인 후지사와 유미는 3개월 전에 들어온 간자키 아카리와 함께 모금 활동 중이다. 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높여 호소를 해도 모금한 금액은 겨우 3천엔 정도뿐이었다. 더운 여름이라 바깥에서의 모금 활동은 유난히 힘이 든다.

유미가 모금 활동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이 모금액이 국회의원이자 협회의 이사장인 야나이 고이치로의 정치 자금으로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야나이의 비서인 사키타 아야카가 유미를 재촉해서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성과가 없어 곤란한 처지다.

그러던 중에 아카리가 투자 자문사에게 상담을 받아보면 어떻겠냐는 말을 먼저 꺼냈다. 의심하던 유미는 상담은 무료라는 말에 아카리의 소개로 노노미야 쿄코를 만나게 된다.


이후 사이비 종교 단체 쇼도관의 부관장 이노 덴젠, 야나이의 후원회 회장 구라하시 효에, 그리고 비서 사키타 아야카에 이어 야나이 고이치로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전 시리즈에서 미모와 언변으로 많은 사람들을 홀린 가모우 미치루는 친척 노노미아 쿄코의 얼굴로 수술하고서 여러 의혹에서 빠져나갔다. 악녀의 통쾌한 사기가 이번에는 어떻게 이어질지 기대가 됐다.

소설은 시작부터 각기 다른 등장인물의 이야기로 진행되었으나 처음부터 목표는 정해져 있다는 걸 드러냈다. 바로 국회의원 야나이 고이치로였다. 그가 어떤 사람이기에 타깃이 된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초반부터 단정 지었던 건 분명 나쁜 인간이라는 점일 뿐이었다. 야나이의 불법 정치 자금 마련을 위해 설립된 협회의 사무장인 유미에게 미치루가 처음으로 마수를 뻗쳤을 때부터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유미는 운용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았고, 쇼도관의 부관장 이노는 교단 운영이 어려워지자 책을 써서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했다. 그리고 구라하시는 젊은 야나이 이전에 그의 아버지 아냐이 고노스케를 후원했던 과거를 추억하며 자신도 정치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품었다. 그리고 야나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갖은 것들을 참고 견뎠던 비서 아야카는 그의 아내가 되고 싶은 마음을 품어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들은 모두 야나이와 관련된 부분은 차치하고 저마다의 욕망을 품었다. 그 욕망은 자신이 바라는 자리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 욕망을 단번에 알아본 미치루로 인해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진창으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늦었다는 걸 깨달았을 땐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었던 게 당연했다. 미치루는 언제나 그들보다 빨랐기 때문이었다.

타깃인 야나이가 얼마나 나쁜 인간인지 드러났을 때 그를 향해 복수를 하는 게 통쾌할 것 같아 기대가 됐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른 흐름으로 이어져 조금은 의아해지게 만들었다. 그러다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치달으며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고 말았다. 반전을 정말 예상할 수 없었기에 놀라운 한편으로 이전 시리즈와는 다르게 굉장한 불쾌감을 남겼다. 이게 바로 '이야미스'인가 싶었다. 나쁜 놈들을 혼내주는 매력적인 악녀라고 느꼈었는데, 이번 소설에서는 그저 사이코패스로만 여겨져 찝찝함을 남겼다.

불쾌하긴 해도 다음 시리즈는 읽어야겠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인간은 외모가 90퍼센트다. 외모가 그럴싸하면 대부분의 인간을 속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략)
그와 동급이라는 말은 아니지만 쿄코도 같은 부류라고 할 수 있다. 불쾌감을 주지 않는 미모와 사람을 매료시키는 목소리부터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이런 사람이 하는 말이라면 믿어 볼까, 라는 생각이 들고 만다. - P113.114

─ 이건 지능범죄로 가장한 최악의 범죄입니다. 돈은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로지 피해자들만 궁지에 몰아넣었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상대를 죽음에 이르게 했습니다. 오랫동안 이 일을 해왔지만 이렇게나 비정하고 악랄한 사건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습니다. - P368

세상에 쾌락을 위해 살인하는 부류가 존재하듯 쿄코라는 여자는 쾌락을 위해 계획을 짜는 인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특별한 동기도 없고 상대에 대한 증오도 없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타인의 삶과 생명을 앗아가고 목적을 달성하면 아이가 새 장난감을 찾듯 또 다른 사냥감을 찾기 시작한다. -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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