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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안드레아스 헤르만.발터 브레너.루퍼트 슈타들러 지음, 장용원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먼저 제 소개를 하자면, 가족과 친한 친구들이 인정한 자타 공인 길치에 기계치, 그리고 요즘 세상에 아주 희귀한 무면허자 입니다. 핑계를 대자면 운전을 안 하니 길치인게 당연한 거고, 기계치라고는 해도 필요한 장비(그래봤자 핸드폰이나 탭, PC정도?)는 그럭저럭 만지고, 면허는 음... 저를 대신해 운전을 하시는 모든 버스, 택시 기사분과 면허증 소지자 분들이 계시는데 뭐 굳이 저까지... (대중교통 마니아)

 

제가 이런 설을 푸는 이유는 바로 <자율 주행>이라는 책 때문입니다. 말씀드린 대로 전 문외한이란 걸 강조하고 싶었다~ 이 뜻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저도 이해가 갈 정도로 아주 쉽게 자율 주행에 대해 말해주고 있는데요, 일단 10개 파트에 각각 2-6개 정도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각 챕터는 핵심 단어를 콕 집어 예시와 그림을 통해 자율 주행과 자동차 산업 전반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용된 핵심 용어는 저 같은 문외한이라도 이해하기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었어요.

 

벽돌 책을 첫 페이지부터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 마시고, 목차를 보다가 평소 궁금한 부분을 먼저 툭 펼쳐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처음부터 흥미로운 부분을 읽으면 집중도 잘 돼고, 그러다 보면 앞뒤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읽기가 편해지니까요. 그래서 처음 툭 펼쳐 본 부분은 '공상과학 소설(p.64)'이에요. 저는 '멋진 신세계' 광팬이니까요.

 

20세기에는 이런 이야기가 자율주행차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끼쳐, 사람들은 소설 속 이야기 중 많은 부분이 언젠가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믿었다. 마술 자동차, 로봇 자동차, 유령 자동차 같은 표현은 이 기술의 놀라운 점을 드러낸다. 하지만 두려움을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자동차가 항상 통제 가능한 것은 아니며, 때로는 자체 생명력을 지닌 것으로까지 묘사되었기 때문이다.(p.64)

 

공동저자 중 한 명인 루퍼트 슈타들러가 전 아우디 회장이었던지라 주로 아우디에서 했던 프로젝트에 대해 제법 상세히 나와 있으니, 아우디 마니아라고 자처하시는 분들에겐 아주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이 책은 기술에 대해서만 언금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자율 주행으로 인해 어떠한 콘텐츠를 창출할 수 있는지와 여러 분야에 어떠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해주고 잇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자율 주행과 인간에 대한 챕터25. 윤리와 도덕이었습니다.(p.333) 아무리 발전했다 해도 운전이란 건 사람의 목숨과 직결되는 사항이라 자율 주행 차량의 사고 상황에서 책임 소지에 대한 방안을 연구한 챕터입니다.

 

여기에서는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도 나왔던 '트롤리 딜레마(전차가 빠른 속도로 돌진할 때 4명을 구하기 위하여 1명을 희생하는 것은 정당한가에 관한 철학적 사고 실험)'가 나오는데요, 사전에 인간의 도덕적 윤리 기반의 판단력을 알고리즘화 해서 프로그래밍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하지만 AI 문제에서도 그렇듯이 각자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인간의 도덕을 어떻게 보편화 시켜야 하는지는 정말 어려운 문제라, 당분간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어보입니다.

 

다른 모든 것을 제쳐두고 탑승자의 안전을 최우선시 하는 자동차나, 다른 도로 이용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탑승자를 희생시키는 자동차나 모두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삶과 죽음의 결정을 난수 발생기에 맡겨야 할까, 아니면 운전자나 탑승자가 최종 권한을 가져야 할까?(p.334)

 

우린 정말 말 그대로 '멋진 신세계'에 살고 있고, 앞으로 기술적으로는 '더 멋진 신세계'가 도래하겠죠. 이런 기술의 발전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에 대해 접하게 되는 소식들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현실로 다가와 있음을 실감하게 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조금 무섭기도 해요. 우리가 익히 봐왔던 SF들은 유토피아도 결국 디스토피아였다는 결론으로 대부분 마감해 버리니까요. 그래서 이 책을 보고 나니 무섭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영화에서 보던 세상을 내가 살 수 있는건가라는 기대감도 생기고 그러네요.

 

우리는 좋든 싫든 테크노마트에서 살아가야 하는 시대가 왔어요. 아직까지 기술은 사람의 뜻대로 움직여주고 있긴 하지만, 터미네이터를 만나지 않으려면 기술과 도덕이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해준 책, <자율 주행>이었습니다.

 

 

붉은 달의 바람그늘

https://blog.naver.com/kaketz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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