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 - 푸시킨에서 카잔차키스, 레핀에서 샤갈까지
서정 지음 / 모요사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술가들의 자취를 따라 흐르는 에세이, 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

 

작가, 화가, 음악가...

예술가들이 남긴 자취를 따라 흐르는 여행 에세이는 예상보다, 아니 어쩌면 조금 예상했던대로 다소 진중한 느낌이 강했다. 인문학 서적을 읽고 있는게 아닌가 잠시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별로였냐고? 전혀!

오히려 그 점이 이 책의 매력이었다. 읽는 데 평소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 건 이 책에 담긴 내용과 관련된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유럽'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은 보통 서유럽, 남유럽에 위치한 나라들이 아닌가 싶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유럽에 관한 이미지도 거의 이 나라들과 연계해 생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유럽을 여행하는 책임에도 다소 낯설게 다가왔다.

러시아를 비롯해 리투아니아, 벨라루스, 우즈베키스탄 등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국가들. 잘 알지 못하는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맨 앞 책날개에 담긴 저자 소개를 보니 러시아어문학을 전공한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초반에 푸시킨,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같이 유명한 러시아 작가들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들의 작품들을 읽었고 관련 여행 에세이도 읽었었지만, 그들이 머물렀던 공간과 함께 깊이있게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읽어가는 것은 꽤 색다른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작품을 읽어가면서 느꼈던, 서유럽 작가들과는 다른 미묘한 느낌을 이 여행기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들은 그들이 살아온 공간, 유럽의 변경과 닿아 있었던 것일까 싶었다.

 

타르콥스키가 자신의 예술론 격인 「봉인된 시간」에서 러시아 지성의 특징이라고 주창한 "강한 책임감에 사로잡혀 있으며, 자신의 만족이라는 것을 멀리하며, 이 세상의 불행한 사람들에 대하여 동정심에 가득 차 있으며, 믿음과 자비 그리고 이상을 올곧게 추구하는 성품"을 톨스토이는 분명히 지니고 있었다. (p.95~96)

 

화가들의 이야기도 좋았다. 레핀, 샤갈, 니콜라이 박 등 이름을 알고 있는 화가들과 이름을 모르는 화가들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그들의 그림을 찬찬히 보고 싶어졌다. 예전에 봤었는데 놓친 것들, 그들이 표현하고 싶어했던 것들을 다시 제대로 느끼고 싶었다.

글을 읽어가다가 쿵-하고 와닿는 느낌이 있었던 부분도 있었다. 꽤 전시회를 보러 다니는 편인데도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음으로 인해 다음에 전시를 보러 갈 때는 좀더 깊이있는 감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술품을 대면하는 공간이 주로 미술관이나 갤러리다보니 우리는 화가가 남긴 작품이 저마다 주문자가 있다는 사실을 종종 간과하곤 한다. 주문자가 정해진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겠지만 경연을 위해서라든가 순수하게 자기 구상에 의해 붓을 든 경우에도 최소한 어떤 성격의 장소에 걸릴 그림인지를 머릿속에 그려보는 일은 작가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p.124)

 

그리고 음악가들 중에, 쇼팽이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 쇼팽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쇼팽이 실제 살았다거나 한 적이 없는 곳이지만 그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겨 있다는 쇼팽 박물관은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가보고 싶어진 곳이었다. 멀티미디어를 이용해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 기대되었다.

 

쇼팽은 사람이 목소리를 내듯이 건반이 연주되기를 원했다고 한다. (p.232)

 

그리고 쇼팽의 곡을 연주한 다양한 음악가들의 음반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쇼팽 콩쿠르의 우승자가 나와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쇼팽의 곡들은 피아노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럴 수 있는 것은 쇼팽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라는 '인간의 목소리'를 피아노 연주가 닮기를 원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예술가의 자취를 따라 걷는 저자를 차분히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마지막까지 다 읽게 되었다. 언젠가는 직접 걸어볼 날이 올까. 단순히 여행을 따라 읽어간 게 아니라 차곡차곡 예술 전반에 걸친 지식과 생각들을 담아낼 수 있었던 것 같아 좋았던 책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