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그드라실의 여신들 안전가옥 쇼-트 22
해도연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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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신화의 연결, 『위그드라실의 여신들』

오랜만에 읽는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 『위그드라실의 여신들』이 벌써 22권이다. 단편 세 편 정도만 묶어내는 단편집 시리즈라 가지고 다니며 부담없이 읽기 좋다. 평소 잘 읽지 않던 분야나 소재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이 시리즈가 좋은 선택지가 될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그랬었고.

이번에 나온 『위그드라실의 여신들』은 SF인데다 천문학이 소재다. SF는 간간히 읽는 장르고 우주 소재는 언제나 호감 가득이기에 읽기 전부터 기대감이 착착 쌓였다.

특히 저자인 해도연 작가님의 소개에서 천문학 박사학위를 받으셨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상당히 전문적이다. 몰입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낯선 단어들에 관한 설명이 붙어 있어서 혼란에 빠지진 않는다. 오히려 알아가는 즐거움이 더해지기도 한다.

세 편의 단편이 실렸다.

처음 실린 「위대한 침묵」은 우주 산업이 활발한 미래의 시점이 배경이다. 주인공 미후는 상사 크로포드의 지시를 받아 회사 내 의심스러운 인물들과 인터뷰를 하게 된다. 이야기가 흐르는 과정에서 나오는 '중력파 통신'이라던가 '반물질'에 관한 이야기가 어려운데 궁금해진다. 중력파가 관측된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중력파는 여전히 잘 모르겠는 분야라서 그런지 낯섦에서 느껴지는 매력이 있다. 이 이야기는 결말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다음은 표제작이기도 한 「위그드라실의 여신들」이다. 왜 제목이 '위그드라실의 여신들'일까 궁금했는데, 내용을 읽다보니 북유럽 신화의 세계수가 위그드라실이라는 걸 알았다. 목성의 4대 위성 중 하나인 유로파에서 연구를 하던 세 명의 과학자는 지구로 귀환명령을 받는다. 지구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의 치료제의 단서를 유로파에 있는 생물로부터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채취를 위해 잠수정이 가라앉게 되고,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고 만다. 그렇게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그들은 결국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된다.

「위그드라실의 여신들」은 유로파의 바다와 북유럽 신화를 연결지었다. 천문학이 신화와 많이 연결지어진다는 걸 생각하게 했다. 우주의 많은 별들이 신화 속 이야기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 많다. 가장 오래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신화가 최신의 과학 기술로 별들의 오래된 과거를 끌어올리는 천문학과 연결되는 건 당연한 것일까.

마지막으로 「여담, 혹은 이어지는 이야기」는 「위그드라실의 여신들」과 엮여있는 이야기였다. 과거, 현재에서의 다른 시점, 미래의 이야기. 세 시점의 이야기가 하나의 단편으로 묶여 있었다. 마지막 마야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은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일까? 최근 본 TV프로그램에서 숙취 박물관과 대포를 쏜다는 내용이 있었다. 같은 시기에 연결되는 이야기를 보다니, 우연이 신기했다.

세 단편 모두 이야기 진행은 단순한 편인데, 그 이야기를 채운 요소들에 관심이 갔다.

천문학를 비롯한 과학적 이야기와 북유럽 신화를 좀더 알고 보면 더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언젠가 다시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었지만 나즈마의 소중한 생각만을 담은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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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이경옥 옮김 / 빚은책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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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키스가 완성되어 가는 이야기, 『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


아오야마 미치코 책이라서 읽고 싶어졌다.
읽기 편하고, 특유의 따스함을 좋아한다.
이 책도 표지 일러스트부터 내용까지, 그런 분위기가 충분하다.

호주 멜버른에서 만난 레이와 부는 기한을 둔 사랑을 시작한다.
그들이 기한의 끝을 앞두고 남긴 에스키스.
이 그림이 거쳐가는 장소들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이 그림을 그린 화가의 시점에 이르러 이야기들이 하나로 연결된다.
처음의 에스키스가 어떤 과정을 거치며 본 그림으로 완성되었는지.

"에스키스?"
들어본 적이 없는 말에 내가 고개를 들었다.
"초벌 그림 같은 거야. 실제 그림을 그리기 전에 구도를 잡는 데생 같은 거지. 그걸 보면서 다시 시간을 들여 완성한대."(p.12~13)
이 책으로 '에스키스'란 용어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들어본 적은 있는 것 같은데, 이 소설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소재라서 확실히 알았다.
에스키스. 어감도 매력이 느껴지는 단어.
책 속에서는 완성되지 않은 초벌그림인 이 에스키스가 하나의 작품이 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 그림에 어울리는 액자를 만드는 내용도, 에스키스를 만화의 콘티와 연결짓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기반은 레이와 부의 사랑 이야기가 깔려있지만, 이 그림으로 연결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좋았다.

뒷표지에는 일본 서점 관계자들의 리뷰 문장들이 적혀 있다.
그 중에 '한 번 더 읽을 수밖에 없었다'라는 언급이 있는데, 왜 한 번 더 읽을 수밖에 없는지 알 것 같다. 책이 끝을 향해 갈수록 숨겨진 이야기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특히 주인공 두 사람, 레이와 부의 이름에 숨겨진 이야기는 에필로그에 이르러서야 밝혀지는데, 마음에 드는 설정이었다. 파랑, 그리고 빨강. 소재가 왜 그림이었는지, 다시 한 번 느낌표를 찍어주기도 하고.

아오야마 미치코의 글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다른 에피소드에서 스쳐가는 인물로 등장하는 연결점에 있었다. 이번 소설도 그런 모습이 있지만, 전과 약간 다른 점은 전체적으로 계속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다는 점. 에피소드를 읽을 때는 잘 모르겠지만, 다 읽고 나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었구나! 알게 된다. 그런 점에서 다음 이야기는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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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말차 카페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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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연결되는 이야기의 매력, 『월요일의 말차 카페』

아오야마 미치코란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도서실에 있어요』를 시작으로, 『고양이 말씀은 나무 아래에서』와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을 거쳐 이번에 읽은 『월요일의 말차 카페』까지. 모두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만족스러웠습니다. 기본적으로 몽글몽글하니 따뜻함을 자아내는 글이라 부담 없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들입니다. 그런 분위기의 책을 찾으신다면 이 작가분의 이름을 기억하셨다가 어떤 책이든 읽어보세요.

이 작가분이 쓰신 작품들마다 담긴 특별한 매력이 있습니다. 바로 등장인물 간의 '연결'입니다.

한 에피소드에서 조연이었던 인물, 스치듯 지났던 인물들이 다음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곤 합니다. 한 권의 책에 담긴 에피소드들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다른 책에서 마주했던 인물을 발견하고 신기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누가 연결되어 있을까.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읽어갑니다. 어쩌면 이 설정은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게 하는 작가님의 의도일까요?이 작가님의 책을 많이 읽게 한 건 이 사람들 사이의 연결에 흥미를 느낀 점이 가장 큰 부분이었습니다. 우리가 서로 모르는 사이에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월요일의 말차 카페』에서도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더듬어 올라가다 보면 연결되는 손이 무수히 늘어날 거야. 어느 손 하나라도 떨어졌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어. 어떤 만남이든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맥맥이 연결된 손과 손끝 덕분에 이루어진 거야." (p.164)

"가장 멋진 것은 먼 곳에서 손을 잡은 사람들이 자기가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걸 전혀 모른다는 거지. 그걸로 된 거야. 자기 일에 몰두한 것이 생판 모르는 남을 움직이게 했다는 것." (p.165)

이 부분을 읽으며 의미 없는 삶은 없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쳤을까요? 알지 못하는 만남과 변화들을 상상해봅니다.


"사람도 물건도 한 번이라도 만났다면 인연이 있는 겁니다. 인연이란 씨앗 같은 거죠. 작고 보잘것 없어 보여도 키우다보면 선명한 꽃이 피거나 맛있는 열매가 열리죠. 씨를 뿌릴 때는 상상도 하지 못한." (p.15)

『월요일의 말차 카페』는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의 후속작입니다. 마블 카페의 휴일인 월요일에 특별 이벤트로 하룻동안 열린 말차 카페에서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도쿄와 교토에서 인연이 하나씩 연결되어 갑니다. 도쿄와 시드니를 번갈아 조명했던 전작과 달리, 도쿄와 교토의 이야기가 한 화마다 번갈아 나오진 않습니다. 인연을 통해 따뜻한 결말이 나는 분위기는 비슷합니다. 전작에 나왔던 인물들이 에피소드에 언뜻언뜻 비춰집니다. 주요 화자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두근거리는 사랑의 시작. 누군가의 응원을 듣고 싶었던 마음.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이 전해지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사람들의 연결이 가득한 하나의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다란 세상에서 어느 한 부분을 줌인해 비춰내는 듯한 느낌. 흥미롭습니다.

에피소드 제목을 정리하다가 깨달은 사실인데 도쿄Tokyo와 교토Kyoto는 서로 철자가 반대라는 점이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교토가 말차로 유명한 지역이라서인지, 아니면 철자의 특별함이 선택의 우선순위였는지 궁금해집니다.

그건 헌책 냄새를 좋아하는 거란 걸 최근 깨달았다. 뭔가 안심이 되고 아주 마음이 차분해지는 냄새. 종이도 잉크도 먼 옛날 누군가의 생각을 빨아들인 채, 느긋하게 쉬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재촉받지 않고. (p.114~115)

책을 읽을 때의 아저씨 모습, 참 좋다. 아름답다. 분명히 그곳에 있는데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다는 걸 안다. 몸은 멈춰 있는데 뭔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전해진다. (p.115)

중간에 헌책방 근처에서 지내는 고양이 시점의 에피소드도 있었는데, 책과 관련된 이야기라 즐거움이 더했습니다. 헌책 냄새 이야기도 좋았고, 누군가가 책읽는 모습을 말하는 부분도 좋았습니다.

이번 책은 제목이 제목이니만큼 월요일에, 직접 제조한 말차 라떼를 홀짝홀짝 마시며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쌉싸레한 말차맛을 느끼니 좋았습니다. 따뜻한 음료와 따뜻한 이야기는 아주 잘 어울렸고요. 말차를 마시는 등장인물들의 상황을 짐작하는데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코코아, 말차가 나왔습니다. 어쩌면 커피나 홍차를 제목으로 이야기가 이어지지는 않을까요?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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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대여점 - 무엇이든 빌려드립니다
이시카와 히로치카 지음, 양지윤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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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이상한 곳, 『외모 대여점』


"전혀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면 '외모'를 대여해 보세요."

기타칸토에 있는 자그마한 동네에 있는 지역 상점에는 특이한 이름의 가게가 있다.

'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

주로 자전거나 레저용품, 관혼상제 및 이벤트용 복장 등을 대여해 주는 것 같은데, 대여 품목 중에 '외모'도 있다.

놀랍게도 실제로 원하는 모습의 '외모'를 대여할 수 있다는데.

원하는 외모를 이야기하면 직원을 통해 준비된 외모를 보여준 뒤 혼을 맞바꾸는 방식으로 외모를 대여한다.

이제까지 이 서비스를 이용한 손님들의 목적은 각양각색.

목적은 다양했지만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모양이다.


하룻동안 미소녀가 되고 싶었던 사쓰키.

여장이 어울리는 외모를 원한 마코토.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던 데쓰야.

나이 있는 아주머니의 외모를 대여한 유리.

가게 사장과 안면이 있던 후미코.

비쩍 마른 아이의 모습을 원했던 유타.

몇 번이나 외모 대여를 했던 미오리.

포용력 있어 보이는 여성의 외모를 원한 고이치.

예쁜 아이가 되어 고백하려는 스미카.

각자의 목적을 품고 외모를 대여한 이들은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갔다.

'외모 대여'라는 부분이 외모 지상주의를 연상시켜 약간의 반감이 있었다.

그러나 대여하는 외모들이 멋지고 아름다운 것만이 아니었다.

그런 외모를 대여한 경우도 결국엔 외모가 아닌 다른 가치가 중요할 수 있음을 깨닫는 결과였다.


외모 대여 서비스는 주인인 안지가 있어야지만 진행할 수 있다.

그는 '여우술사'의 후손으로 할아버지로부터 능력을 이어받았다.

사람들의 외모를 흉내내야 살아갈 수 있는 변신 여우들을 돌보기 위해 외모 대여 서비스를 생각해냈다.

그와 함께 일하는 직원 네 사람은 사실 모두 여우들이다.

에피소드들은 손님들을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조금씩 비치는 네 여우들과 안지의 이야기에서 서로에 대한 유대감이 쌓이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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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는 코코아를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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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연작 힐링 소설, 『목요일에는 코코아를』

제목에 끌려 읽고 싶어진 책. 『목요일에는 코코아를』.

코코아의 따뜻하고 포근한 이미지가 잘 녹아있는 소설이었다.

책은 생각보다 얇은데, 무려 열두 편의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갈색, 노란색, 분홍색, 파란색, 붉은색, 회색, 초록색, 주홍색, 터콰이즈, 검정색, 보라색(퍼플), 흰색까지.

도쿄에서, 시드니에서. 색색의 이야기.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위해 그는 기점이 되어 사람을 움직인다. 마스터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세상을 비춰보지 못한 빛이 많았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많건 적건 누구나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일지도 모른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누군가의 인생에 한자리 잡고 있다. (p.159)

얼마전 읽었던 아오야마 미치코의 다른 소설에서도 그랬는데, 한 에피소드 속의 주변인이 다음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되는 식으로 연작이 이어진다. 심지어 다른 소설 속 인물이 이 소설에 등장하기도 했다.

소설에서 말했듯, 실제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다른 누군가가 주인공인 인생에 자리잡고 있다. 때로는 가까운 이로, 때로는 단지 스쳐지나가는 인물로.

띠지에 적힌 문장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를 구원한다.

열두 편의 에피소드지만 길지 않아서 책 자체는 그리 두껍지 않다.

제목 때문에 카페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을 건너 먼 두 도시를 잇고 있다.

아오야마 미치코의 다른 소설들처럼, 마음을 치유해주는 편안한 이야기였다.

다 읽고 나니 따스한 코코아 한 잔을 마시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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