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테이아 - 매들린 밀러 짧은 소설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새의노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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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여인들에게 환멸을 느끼고, 스스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조각한 예술가를 아시나요? 자신의 완벽한 여인상과 사랑에 빠졌고, 그 모습을 본 신이 조각상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고 하는데요. 당연히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실린 이야기. 많은 사람들이 들어본 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데요. 가장 완벽한 아름다움을 가진 조각상을 만든 예술가의 끈기와 정성, 예술가의 사랑에 감동해서 조각상을 인간으로 만들어준 기적, 그리고 그들의 영원한 사랑까지.. 피그말리온 이야기,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가 어디 있을까요?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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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조금 더 상상력을 추가해서 쓰인 2권의 소설, <키르케>, <아킬레우스의 노래>. 너무나도 재미나게 읽었고, 이 책들 덕분에 한때 그리스 로마 신화에 푹 빠졌었는데요. 이 책들로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매들린 밀러의 새로운 책을 만났답니다. 하지만, 너무 책이 너무 얇더라고요. 잠깐 서서 읽기 시작했는데, 금세 끝나버리는 짧은 단편이었어요. 너무 짧아서 아쉽고 아쉬웠지만, 역시 그녀의 이야기는 여전하네요. 피그말리온의 이야기를 이렇게 뒤틀어버리는군요. 아니, 이렇게 바라봐야만 하는 이야기였을 지도 모르겠네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닌, 새로운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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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테이아.. 책의 제목이 바로 그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여인상의 이름이었다고 하네요. 아무도 불러주지 않았고, 모두가 몰랐던 그녀의 이름을 작가는 다른 자료에서 겨우 찾았다고 하더라고요. 생각할 수도 없는 먼 과거에 쓰인 이야기였지만,, 그 시절 문화가 그러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이 이야기를 읽는 우리는 그 시절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눈을 뜨고 새로운 시선으로 읽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오비디우스가 창조를 했지만, 우리는 우리의 시선으로 새롭게 창조하면서 읽어야 할 듯하네요. 그게 바로 진정한 독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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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 섬 제주 유산 - 아는 만큼 보이는 제주의 역사·문화·자연 이야기
고진숙 지음 / 블랙피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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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요? 제주도 한 달 살기가 유행하고, 뚜벅뚜벅 길을 걸으며 제주의 풍경을 느끼는 올레길이 연결되고, 여름 한때 놀러 가는 곳이 아닌 여행지가 되어버린 것이.. 저 멀리에 있는 해외의 낯섬과 경험도 좋지만, 어느 순간부터 저는 제주도의 느낌이 더 좋더라고요. 아마도 모두가 이런 마음이라 점차 새로운 시선이 생기고 새로운 문화가 생겼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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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이 아닌 ‘여행’을 하는 사라들이 많아졌다는 저자의 프롤로그 이야기도 이런 맥락이지 않을까 싶네요. 육지와의 다름을 숨기는 것이 아닌, 낯섬을 낯섬으로 마주하기 시작했고,, 그 안에서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기 시작했던 것이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좋은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제주를 조금 더 깊이 알 수 있는 백과사전 같은 책이었거든요. 자연과 문화, 역사.. 지루한 이야기가 아닌, 살아있는 이야기라 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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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다음 달인 10월에 제주를 놀러 갈 것도 아닌데, 우선 10월 이야기부터 읽어보았어요. 10월에 어울리는 제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은 어떤 것들일까요? 가을의 시작이자 수확의 계절인 10월이기에 먹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는데요. 제 예상이 정확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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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량이 어느 곳보다 많은 제주도지만, 화산섬인 제주는 그 많은 물들을 그대로 땅속으로 스며들었다고 하네요. 그렇다고 단단한 용암층 때문에 우물을 팔 수도 없던 제주.. 생명의 근원인 물, 용천수의 이야기로 10월의 자연을 담고 있더라고요. 화산재가 가라앉아 만들어진 그릇 같은 서귀포층 덕분에 모인 물들, 그리고 화산 암반층의 정수 덕분에 깨끗한 물들이 솟아오르는 용천수,, 그리고 현대 기술로 뽑아올려 전국 마트에서 팔리는 삼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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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에도 벌써 두 번이나 다녀온 제주도였지만, 이 책을 읽고 있으니 다시 가고 싶네요. 한 달마다 제시해놓은 테마를 따라 ‘관광’이 아닌 ‘여행’을 하고 싶어졌어요. 아니.. 요즘도 많은 분들이 하고 있는 한 달 살기에 도전하고 싶어졌네요. 아! 이 책을 고스란히 경험하려면 일 년 살기를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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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잠깐의 여행이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일 년이 되다가 정착해버리면 어쩌죠? 저자는 반서반제(반은 서울인, 반은 제주인)이라던데, 저는 순서가 반대니까 반제반서가 되는 거겠네요. 제주를 조금 더 깊게 알 수 있는 이런 인문학 지식이 한가득이면서 제주 역사가 담긴 책과 함께라면 제주 여행, 아니 일 년 살기도 괜찮을 듯한데요. 한번 도전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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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북촌 서촌 - 인왕산 아래 궁궐 옆, 아파트엔 없는 생활
심혜경 외 지음 / 에이치비프레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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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모두가 사랑하는 흔하디흔한 아파트가 아닌,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서 모든 이들과 살짝 다른 집을 선택했고.. 살짝 다른 삶을 지냈고.. 살짝 다른 경험을 한 사람들. 그리고 아직도 그곳을 떠나지 않는 3명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를 만났답니다. 궁금하신가요? 우선 한줄평은 무엇이냐고요? "우와! 진심으로 부럽다.." 이거랍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멋진 풍경들, 어릴 적 뛰어놀던 고향이 떠오르는 골목들, 서로가 서로를 챙겨주는 정겨운 동네 이웃들, 오랜 전통과 정취가 남아있는 건물들, 바로 근거리에 있는 고궁과 박물관과 미술관까지.. 정말 서울이 맞는 거죠? 제가 알고 있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인구밀도의 도시에 이런 동네가 있었다니.. 드라마와 광고 등에 자주 등장했기에,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과 감성으로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가는 동네지만.. 그곳의 진짜 모습은 바로 이렇게 살아가는 이들이 들려주는 이런 이야기들일 듯하더라고요. 그 이야기에 푹 빠져서 읽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당장 달려가 보고 싶더라고요. 아니, 그곳에서 살아보고 싶었어요. 저도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느끼고 싶었답니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겠죠? 이런 멋진 장점만 있으면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줄을 서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유가 있겠죠? 아파트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버린 이들에게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하네요. 대형 마트가 없어서 다양한 물품으로 채워진 동네 편의점이 유일한 공급처이고, 조금만 걸어가면 대형 약국이 있지만 동네 약국이 없고, 주말마다 넘쳐나는 관람객들과 시도 때도 없이 펼쳐지는 시위와 집회로 차도 막히고 시끄럽기만 하고, 골목골목 주차할 공간도 부족해서 매번 차 빼달라고 전화를 해야 하고... 너무 많은 단점들에 대한 솔직한 고백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이 불만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이런 어려움을 받아들이는 이들의 마음가짐 때문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불편함을 익숙함으로 변하는 시간 동안 이들이 찾은 소소한 행복들과 즐거움들 때문이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그래서일까요? 삶의 방향과 태도만 살짝 바꾸면 단점이 장점이 되어버리더라고요. 부족하고 불편할 수도 있지만, 조금만 넓고 크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리더라고요. 이런 단점들조차 하나의 즐거운 에피소드가 될 수 있는 삶이 부럽기만 하네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여러분은 이 책을 읽으시면 안 될 듯합니다. 충동 이사를 하게 만드는 위험한 책이네요. 그리고, 북촌 서촌 입주 경쟁자를 만드는 몹쓸 책입니다. 하지만… 읽는 내내 몇 번이고 이 말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정말 부럽다! 나도 저곳에서 살고 싶다.. 아마 이번 주말에 저 동네에서 어슬렁거리는 저를 발견하실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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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향수 - The Dreamer 향기를 따라
진노랑 지음 / 바른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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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비가 내리면 만나는 향수 가게에 저도 한번 가보고 싶네요. 저만의 향수가 뭘까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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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안보윤 외 지음, 이혜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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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이란 단어,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는 분열이라는 반대 뜻의 단어가 떠오르더라고요. 미디어의 발달과 인터넷의 보급,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채널들이 많이 생기면서 세상은 진짜 정보와 거짓 정보가 넘치는 사회가 되어버렸는데요.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과학의 발전이 오히려 이렇게 각자의 의견만 내놓고 귀를 닫아버리는 사회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이 드네요. 물론, 과학의 잘못이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인간의 문제겠지만요..

 

최첨단 시대라는 21세기에 눈에도 보이지도 않는 작디작은 세포 하나, 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가 혼돈에 빠진 코로나 시대. 미지의 대상에 대한 공포와 혼란은 이런 분열을 더 깊게 만들었고, 수면 위로 더 부각시키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넉넉할 때나 가능했던 공감과 위로보다는 나를 먼저 보호해야 하는 시대였기에.. 우리보다 내가 먼저일 수밖에 없는 시간들이었기에.. 이해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지 않을까요? 아니 그러면 안 되지 않을까요? 따로가 아닌 함께를 바라보는 이야기들이 담긴 단편소설들을 만났는데요. 그 안에서 조금 더 생각하게 만드네요. 내가 아닌 우리를..

 

여성, 노인, 청소년, 장애인, 환자, 저소득층..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들이 담긴 단편들이었는데요.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사회를 꿈꾸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잖아요. 누군가는 지금도 힘들어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그들을 차별하는 누군가일 수도 있고, 이유가 어찌 되었건 경제적인 어려움일 수도 있고,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받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을 텐데요. 우리 모두 그들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양한 이유로 그들과 반대편에 서있곤 하네요. 저 역시..

 

졸업 후에 취업을 못하고 아르바이트에 전전하면서 점점 지쳐만 가는 청춘의 서글픈 이야기 ‘에트르’, 절친 삼총사였지만 한 아이의 커밍아웃 선언에 불편했고 그 아이의 자살에 힘들었던 과거를 고백하는 ‘고백’, 춥디추운 겨울에 온기 하나 없는 방에서 죽은 아내가 데려다 놓은 개와 마주하는 ‘고요한 밤, 거룩함 밤’, 돈을 벌기 위해 학생비자로 위장 입국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계약직 강사 ‘중국어 수업’ 등등.. 약하디 약한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는 불쌍하다는 동정보다는 가슴 아픈 공감을 하게 만드네요.

특히, 대형 마트의 파견 계약직에서 해고당한 이모의 이야기와 잠시 돌보게 된 자폐 성향의 조카의 이야기는 마음이 찡해집니다.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더 강하게 밀어붙이는 엄마와 이를 힘겨워하는 조카,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이모.. 각자의 입장이 이해는 가지만, 그들의 입장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래도 어디선가 뛰어내리고 싶어 하는 조카와 함께 수영장으로 점프하는 이모의 마지막 장면은 아름답네요. 이모와 소통하며 아이가 행복해하던 그 순간만큼은..

 

창비 교육에서 꾸준히 출간하고 있는 테마 소설 시리즈 중에서 이번 작품은 공존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그동안 만났던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네요. 단편 소설 하나하나 빠짐없이 너무 좋았어요. 우리들 중에 누군가의 이야기였고, 다양한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었거든요. 이제는 내가 아닌 우리로써 공존하는 사회를 위해 모두가 함께 읽었으면 하는 이야기들이었어요. 추천하고 싶네요. 당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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