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 읽는 남자 - 삐딱한 사회학자, 은밀하게 마트를 누비다
외른 회프너 지음, 염정용 옮김 / 파우제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글쓴이는 슈퍼마켓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기본 입장)와 사회적 지위를 가로세로축으로 하여 분석한 '시누스'(독일의 사회 시장 연구소로서 환경들을 발표해 목표 집단 분석을 위한 방법을 제시함) 환경이라는 개념을 통해10가지 집단(시민 중산층, 힙스터, 자유주의자, 보수적 기득권층, 진보적 지식인층, 순응적 실용주의자, 전통주의자, 성과주의자, 쾌락주의자, 불안정층)으로 분류했다고 한다. 슈퍼마켓에서 만난 사람들의 장바구니에 담긴 물건들과 그 사람들이 걸친 옷/안경/가방 브랜드, 머리스타일, 핸드폰 기종까지 분석해서(그것이 신상인지 지지난 시즌의 것인지까지) 그 사람을 재빨리 위 10가지 집단 중 하나로 분류한 다음 각 집단의 특성에 대해 썼다. 대체로 중상/상류층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고 하류층에 대해서는 가혹하게도 써놓았다. 내가 알거나 모르는 특정 브랜드들이 아주 디테일하게 수시로 등장해서, 왜 이 브랜드를 구입하거나 걸치는 것이 문제가 되는가? 걸릴 때가 많았다. 읽을수록 저자가 아주 불쾌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난 척에 오지랖도 그런 오지랖이 없다.

그런데 마지막 장에 나름 반전이 있다. 글쓴이가 왜 자신이 그런 식으로 썼는가를 마지막 장에 써놓았다. 읽다가 불쾌(하고 지루)해서 책을 놓을뻔 했는데 그나마 마지막 장까지 읽기를 잘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찜찜함은 남아있다. 각 집단에 대한 평가 부분은 글쓴이의 진심이 담긴 것처럼 보이니까.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독일 사회에 대해 궁금하다면 재미있게 읽어볼 수도 있겠다. 독일 사람들은 이런 걸 먹고 마시고 소비하는구나...+ 마지막 장의 교훈 정도가 남았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이런 책이 쓰여진다면 사뭇 다른 지표들이 등장하겠지. 사실 걸치고 있는 브랜드, 사는 동네/아파트, 나온 학교, 직업, 소득에 따라 곧바로 사람을 분류하고 줄세우기하는, 불쾌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더 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제발 내가 사람들과 사회환경에 관해 적어놓은 내용을 100퍼센트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기 바람.

이 책은 우리가 사람들에게서 발견하는 신호를 어떻게 지각하고 평가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세상을 보는 우리 시각을 어떻게 만드는지 등의 내용을 다룬다.
(...)
우리는 사람, 제도, 상황 같은 것들에 재빨리 그리고 거리낌없이 낙인을 찍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것은 항상 선의에서 비롯된 일이 아니며 게다가 우리는 매우 과시적으로 일단 최악의 상황부터 가정하고 시작한다. 그래서 아랍인으로 보이는 남자는 기본적으로 테러 의심을 받고, 저개발 주거지에서 홀로 자녀를 키우는 여성은 RTL-II 사회 보조금을 받는 희생자로 여겨진다. 무직인 남자는 사회에 기생하는 사람으로, 전쟁과 테러를 피해 빠져나온 사람은 경제 난민으로 간주된다.

누구나 늘 오직 자신의 모든 경험과 가치관이 반영된 유리창을 통해서만 우리를 바라본다. 사람들이 보는 것이 반드시 우리가 보는 것일 필요는 없다. 그러니 곧장 진실을 본다고 가정하지 말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 한번 눈길을 보낼 가치가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얄라알라 2019-01-02 0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끝까지 못읽고, 중간에 조금 기대와 달라서 하차한 경우인데 끝까지 읽었어야 했군요

vearnim 2019-01-02 09:19   좋아요 0 | URL
저도 중간에 기대와 달라서 하차하고픈 유혹을 많이 받다가 결국 끝까지 읽긴 했지만 시간이 아깝긴 했어요^^; 하차해도 괜찮은 책인 것 같아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