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셀프 트래블 - 2024-2025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맹현정.조원미 지음 / 상상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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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부터 스위스의 상징인 알프스와 빨간 기차가 등장하며 관광할 때, 열차가 주요 이동수단임을 짐작케 한다. 속표지를 지나 프롤로그 지면에 이르기까지 스위스의 대표 관광지, 융프라우, 루체른, 베트머호른, 베른 지역의 풍광을 담은 사진을 실어두었다. 이는 얼른 본문의 다채로운 명소들을 감상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이 책은 스위스 여행 관련 기업, 단체를 위한 마케팅 업무 담당 Jay, 맹현정님과 대학시절부터 꿈꾸던 홍보인으로 20년째 살며 업력의 절반을 스위스 정부 관광청 홍보일을 하며 스위스가 제2의 고향이라는 Janice, 조원미님이 함께 썼다. 공저책인 만큼 Janice와 Jay는 그동안의 인연과 경험을 담은 가이드북을 기획하며, 여행자들에게 최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리라.

인구와 면적이 대략 한국의 1/5수준임에도 지역에 따라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망슈어 4개 국어가 공용어로 되어 있다는 사실, 스위스의 전 지역의 자연 환경과 문화적 요소를 꼼꼼하게 안내해준다.

목차는 스위스의 기본 정보에 이어 3, 5, 7일에 맞춘 추천 일정을 제안한다. 또한 상상출판사의 여행도서 시리즈의 특징인 'Mission in~'과 'Enjoy~'구성으로 Switzerland를 요목조목 분석해 설명해준다. 마지막 꼭지인 'Step to Switzerland에서는 스위스로 떠나기 전 꼭 필요한 여행 정보를 모아 소개한다.

스위스 전도 수록은 물론이고 취리히, 베른, 바젤, 제네바, 루가노, 융프라우 등 크게 10곳의 지역 소개에 앞서 해당 지역의 지도를 확대해 수록해두어 관광할 구역을 찾기 쉽도록 배려했다.

한편, '퐁뒤'가 스위스의 대표음식이라고 많이들 알고 있지만, 와인도 수준급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되어 있어 스위스 와인 맛도 몹시 궁금하다. 그러고보면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와인 제조는 일상인 듯 흔하다.

한 권에 스위스의 매력을 다 담기 힘들 정도로 다채롭다.

- 스위스 제1의 도시, 취리히

내가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서서자격증의 필요성을 느껴 '장크트 갈렌 수도원 도서관'이 가장 눈길이 갔다. 719년에 세워진 이 도서관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아름답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도면이 있을 정도로 중세시대부터 유럽 문화와 역사의 발전을 보여준다.

- 포켓 사이즈 대도시, 바젤

현대 건축물과 중세부터 전해진 고풍스런 교회, 다리 등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두 얼굴의 도시'바젤은, '박물관의 종합선물세트'라 불릴 정도로 현대미술, 종이, 만화, 인형, 역사 등 다양한 주제의 전시가 끊이지 않는다고. 특히 3개국 접경지로서, 프랑스의 '콜마르'와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를 같이 여행해도 좋겠다.

- 전통과 현대가 조화로운, 루체른

루체른은 오래전부터 스위스 정중앙에 위치해 교통의 요지이자 대표적인 스위스 관광지였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깨끗한 도심의 모습과 시내 너머로 보이는 알프스의 명산들과 도시를 둘러 싼 아름다운 루체른 호수까지, 스위스다운 요소들로 가득한 곳이라고. '무제크 성벽'에 가면 루체른 시내와 호수, 알프스의 산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고 하니, 무거운 짐은 내려놓고 무제크 성벽 언덕길을 올라가 보시길.

- 고색창연한 스위스의 수도, 베른

1848년부터 스위스의 수도였다는 '베른'은 스위스의 정치·행정 중심지이자 교통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단다. 베른의 구시가지는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을 만큼 고풍스럽다고. 스위스의 치즈와 명품 초콜릿을 맛보고 싶다면 '그뤼에르'로 이동하여 치즈 공방인 '그뤼에르의 집'과 네슬레 초콜릿 '메종 까이에'에 방문해보자.

- 독특한 자연의 매력이 있는, 베르너 오버란트-융프라우 지역

베른 주의 남쪽 끝, 주에서 가장 높은 지방을 베르너 오버란트라 한단다. 이곳은 스위스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라면 저절로 떠올릴 만큼 유명한 지역이라고 하니, 만년설이 내려 앉은 3천 미터급 봉우리들과 융프라우 주변 호수를 감상하며 다양한 액티비티와 하이킹을 즐겨보시길 추천한다.

- 호수가 아름다운 금빛 도시, 뇌샤텔

쥬라 산맥에서 가져온 금색 돌이 도시의 건물과 중세풍의 구시가지를 만들어낸다는 뇌샤텔은, 스위스에서 가장 큰 호수를 가지고 있다고. 현지인들에게 더 인기가 높다는 뇌샤텔 호반에서의 유람선 관광도 놓치지 말고 여유로운 여행의 묘미도 즐겨보시라.

- 마테호른과 청정 산악 마을, 체르마트

저자는 이 지역을 소개하며, "죽기 전에 스위스 지역 중 오직 단 한 곳만 여행할 수 있다면, 나는 여름이면 체르마트를, 가을에도 체르마트를, 겨울이라도 또 체르마트를 선택할 것 같다."(본문 p. 324)라고 극찬했다. 알프스의 명봉 마테호른 산은 물론이고 청정자연을 지키고자 차량 진입도 철저히 금지시키고, 전통 목조 가옥 그대로를 보존해 나가는 체르마트 사람들의 자연과 사람에 대한 진정성 때문이라고 부연하는 저자가 추천하는 마테호른의 주요 전망대의 하이킹 코스를 따라 여행해보자. 그중 가장 대표적이고 편리한 방법인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전망대에 오르는 것'이다.

- 국제회의가 열리는 곳, 제네바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제네바는 현지에서 쥬네브라 불리며 각종 국제회의, 박람회 등 굵직굵직한 행사를 도맡아 하는 '국제도시'이미지가 강하다고. 프랑스 종교개혁운동가 '장 칼뱅(1509~1564)'의 주 활동무대여서 제네바는 개신교의 성지로 불리기도 하고, 16세기 후반 종교 박해를 피해 프랑스에서 제네바로 망명한 시계 기술자들 덕택에 세계적인 시계 브랜드의 메카가 되었단다. 저자 Jay는 "제네바가 처음이라면 제네바의 주요 관광지를 도는 미니 열차를 이용하여 제네바를 한 바퀴 돌아보면 도보 여행하는 데 참고가 된다."(본문 p. 307)고 조언하니, 자녀 동반 여행이라면 필히 미니 열차를 타고 주요 관광지를 돌아보면 좋을 듯하다.

- 아름다운 호수와 산이 있는, 루가노

타치노 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루가노는 밀라노에서 차로 1시간 정도로 가까운 거리인 만큼 정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이탈리아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한다. 스위스 호수들 중 가장 로맨틱한 감성을 품고 있다고 하니, 사랑하는 연인과 호숫가를 거닐며 사랑 더 키워보면 어떨까. 많은 레스토랑과 비스트로가 모여 있는 곳으로 도시의 만남의 장소라는 '리포르마 광장'에서 현지의 신·구 감성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셀러브리티가 찾는 고급 휴양지, 생 모리츠

150여 년전 젊은 영국인 여행자 넷으로부터 시작된 스위스 관광의 발상지인 생 모리츠는 풍부한 일조량과 아름다운 숲이 어우러진 자연 경관으로 고급 관광 리조트로서의 평판을 이어가고 있다고. 또 세계 최초로 스키 리프트를 운행한 생 모리츠는 두 차례 동계 올림픽도 치러내면서 겨울 스포츠 리조트로서의 명성도 자자하다. 테마열차인 빙하 특급과 베르니나 특급 구간은 입이 떠억 벌어지는 절경이라고 하니 꼭 한 번 타보고 싶다. 알프스 자락에 위치한 생 모리츠에서 온천이라니. 저자들의 소개에 따르면, 생 모리츠를 포함한 엥가딘 지역은 3,500년 전부터 메디컬 온천으로도 널리 알려진 지역이었다고 하니, 나처럼 만성 관절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필수 방문 코스가 아닐런지.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SPECIAL AREA'라는 꼭지 중 맨 마지막인 생 모리츠 주변지역, 그라우 뷜덴 주의 '알프스 소녀 하이디'로 유명한 '마이언펠트'와 '바드 라가츠'에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나의 어린 시절, '빨강머리 앤'과 더불어 소녀 감성을 채워주었던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원작이 탄생한 지역이라고 하니, 당연히 눈길이 갈 수 밖에.

알프스 산과 호수로 둘러싸인 스위스의 풍광을 어찌 책 한 권에 다 담을 수 있었겠는가. 본문 기준 총 503쪽의 분량이 무색하게 책장을 덮기가 아쉬울만큼 그 풍광이 하나하나 눈에 어린다. 호수라고 하기엔 민망한 하천변에 살고 있는 내게는 중세의 고풍스런 성을 품고 있는 책 속 호수를 보며, '몇 날 며칠 '물멍'도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년설이 덮인 알프스 산의 웅장함은 또 어떻겠는가. 지금으로서는 평생 스위스 땅 한번 밟을까 싶지만, 표지부터 설레게 하는 빨간 산악열차는 꼭 한번 타보고 싶다. 올여름 해변 일색인 여행 일정 대신 생의 특별한 추억이 될 멋진 나만의 여름 휴가를 계획하고 있다면, 유럽 국가 중에서도 스위스를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프랑스, 이탈리아와 접경지인 곳도 있으니, 스위스에 머무르면서 프랑스나 이탈리아로 잠깐씩 나들이를 다녀온다면 가성비 훌륭한 여행이 되리라 생각한다.

자연이 곧 관광자원이 된 나라, 스위스. 그 천혜의 자연을 지키기 위한 국민들의 노력이 여행객들의 발길을 이끄는 요인이 아닐까. 나도 죽기 전에 하이디 한번 만나러 가야지.


본 서평은 상상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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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 - 마치 세상이 나를 좋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금정연 지음 / 북트리거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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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금정연 작가를 처음 만난 건 <난폭한 독서>(마음산책, 2015)를 읽으면서 였다. 서평으로 책을 낼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후 그의 또다른 작품이 궁금해서 찾아 읽은 책이 <書書飛行서서비행>이다. 이외에도 다수의 작품을 직접 쓰고, 번역도 했다.

이 책은 제목에서 이미 알 수 있듯, '숨 쉬듯 매일 글쓰기를 통해 글쓰기의 근력을 기르자'는 주제를 담은 금정연 작가의 일기이다. 작가는 겸손하게 '일기日記'라고 하였으나, 내가 느끼기엔 '독서일기'라고 칭하고 싶다. 매 꼭지마다 낯선 작가들의 일기를 인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내용에 따르면, 《고교독서평설》의 새로운 연제 제안에, 한 달에 한 번 일기를 공개하는 형식으로 2년 동안 완성한 원고라고 한다. 구체적인 원고 완성 과정까지 친절하게 공유해주었다. "매달 초 나는 내가 지난달에 쓴 일기(그때그때 다르지만 대충 원고지 800매에서 1,500매 사이)를 훑어보며 흥미롭게 느껴지는 부분들을 골랐다. 그렇게 200~300매 내외의 일기를 추린 다음, 그것을 다시 살피며 하나의 원고로 묶을 수 있을 만한 조각들을 엮어 25매 내외의 원고를 만들었고, 여기에 같은 달에 남이 쓴 일기의 일부를 넣었다.(내 생일이 있던 달만 제외하고, 그때 나는 다른 작가들이 자기 생일에 쓴 일기를 찾아 인용했다.). 짜잔, 완성!"(p. 6)이라고.

작가는 일기에서 딸 나윤의 이야기가 8할을 차지하는 딸바보다. 나머지 분량은 원고 마감일에 쫓겨 괴로운 심경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게다가 작가가 일찍 잠들지 못하는 번민을 토로한 부분에서는 올빼미족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나와 어쩌면 그리 같은 생각을 하는지, 나도 모르게 "맞아. 나도 그래" 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잠을 자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확히 말하면 적당한 시간에 자러 들어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초조함과 불안과 아쉬움, 뭐 그런 것들 때문이다. 오늘이 만족스럽고 내일이 기대되고, 이렇질 않으니 선뜻 자러 갈 수가 없는 거다. 가끔은 다른 사람들은 대체 어떤 생각으로 자러 가고, 눈을 뜨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지 궁금하기도 하다."(본문 p. 211-212)라고.

나도 그렇다. 매일 해야 할 일을 다 끝내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오늘이라도 늦게까지 깨어서 그날의 과제를 다 마쳐야겠다는 자기 반성이 밀려와 도저히 일찍 잠들 수 없는 것이다.


본문에 인용된 전세계 유명 작가들도 글쓰기의 고통을 토로하는 내용의 일기를 많이 썼나 보다. '겨울'로 시작하는 목차상 이어지는 봄에 소개한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에서 실비아는 "1959년 3월 9일 월요일에, "글쓰기 이외의 직업을 갖고 싶다는 소망. 유일한 직업으로 작가를 택하는 건 불가능하다. 너무 메마르고, 너무 자주 고갈이 찾아온다."(본문 p. 64)라고 썼다고. 작가로서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잘 나타나 있다. 그럼에도 실비아는 어느 날, "한꺼번에 다 하겠다고 생각하면 끔찍하게 겁나는 일이다. 소설이 그렇듯. 시험이 그렇듯. 하지만 한 시간씩, 매일 하루씩 해 나가다 보면, 삶도 가능해진다."(본문 p. 66)고 하여 매일 꾸준하게 한 시간씩이라도 꾸준히 쓰다 보면 삶이 된다고 강조한다. 금정연 작가도 매일 뭐라도 쓴 일기가 책 한 권의 원고가 되었음을 제목과 서문에서 강조하고 있다. 인용문과 관련하여 출판사가 저작권 보호에 힘썼음을 당당히 밝히고 있어 신뢰할 만하다.

20대 때, 30대 때 마음이 동할 때마다 일기를 쓰곤 했었다. 학창시절에 지겹도록 선생님께 검사 맡기 위한 일기가 아닌 나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진짜 일기' 말이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의 김신지 작가도 자신의 책에서 일기를 써오신 어르신의 이야기를 소개했는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기록이 그분의 인생이 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한편으로 금 작가님께 시샘이 발동했다. 일기를 이렇게 폼나게 쓰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닌 나같은 평범한 글쟁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일기를 쓰란 말인가. 이미 유명 작가니까 일기만 써도 책 출간을 해주지, 나 같은 일반인이 일기를 써 모았다며 원고랍시고 출판사에 투고를 한들 선뜻 출판제의를 해올까 싶기도 했다. 그만큼 술술 읽힌다. SNS 하나쯤 이용하시는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이제부터는 일기도 정성스럽게 꾸준히 올려보자. 혹시 아는가. 이미 명성을 쌓은 작가보다 조금은 어설픈 듯하지만 진솔함이 담뿍 느껴지는 글을 인정해주는 출판사를 만날지.

본 서평은 북트리거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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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안쪽 - 속 깊은 자연과 불후의 예술, 그리고 다정한 삶을 만나는
노중훈 지음 / 상상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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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삼성에서 보름 남짓, 여행신문에서 2년 반 정도'의 직장생활을 경험한 이후 줄곧 여행작가로 살고 있다는 노종훈님이 쓴 책이다. 2014년 11월부터 MBC라디오의 주말 프로그램인 <노중훈의 여행의 맛>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2월부터 KBS춘천방송총국에서 제작하는 <이스트라이프 시즌2>의 진행도 맡고 있다고.

제목과 딱 들어맞는 표지는 아마 본문 초반부에 소개된 '독일 블랙포레스트'가 아닌가 싶다. 이렇듯, 저자는 총 319쪽의 내용에서 끊임없이 독자로 하여금 상상하며 읽게 만든다. 여행도서들의 특성상 시각적 요소인 사진과 그 여행지에서 느낀 작가의 감흥을 간접적으로 느끼기 마련인데, 이 책은 사진과 함께 지어낸 문장들에 순수 우리말로 당시의 생생한 감성을 전하고 있다. 눈으로 아름다운 문장을 만나고 입으로 발음해보면서 새로운 어휘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또한 총 4부의 '~풍경'이라는 주제로 전 세계 대륙을 오가며 풍경과 예술,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단순한 여행일지를 한 단계 뛰어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함께 뒤표지에 자주 협업한 '노중훈은 여행 그 자체다'라는 박찬일 음식평론가의 추천사가 인상적이다.


'1부-압도의 풍경'편에서는, 주로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경관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이구아수 폭포'는 포르투갈어로 쓰는 브라질과 스페인어를 쓰는 아르헨티나 및 파라과이의 접경지대에 자리한다. 그중 백미인 '악마의 목구멍'도 소개하는데, 그 명칭 때문일까. 폭포의 물줄기가 장엄하다 못해 섬뜩하게 느껴진다.

또한 각종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한 미국 유타주 남동쪽 끄트머리의 모뉴먼트 밸리는 "황량하고 장엄했다"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밖에 없다.

2008년 대지진의 아픔을 극복하고, 이백과 두보를 떠올리게 하는 두보초당과 유비와 제갈공명을 만나는 사당을 비롯하여, 세계 최대의 석불인 러산대불 등 천혜의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쓰촨은 매운 맛 요리가 발달했다고 한다.

이 부의 마지막은 타이타닉의 비극을 간직한 도시로, 희생자 121명이 영면하고 있는 페어뷰 공동묘지가 있는 핼리팩스와 몸길이가 30~60ft인 혹등고래의 출연이 잦은 펀디Fundy만의 아나폴리스Annapolis 유역 서쪽의 딕비를 소개하고 있다. 고래의 꼬리만 보아도 녀석의 거대한 체구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2부-느림의 풍경'편은, '명상'의 나라 인도의 케랄라Kerala주의 여러 도시를 소개한다. 동ㆍ서양이 갈마들었다는 코치Kochi를 비롯하여, 케랄라 남쪽 끄트머리의 휴양지 코발람Kovalam까지. 기원전 600년 경부터 내려오는 힌두교의 전통 치료법인 아유르베다를 체험했을 때는 몸 전체의 세포들이 하나씩 깨어나는 느낌이었다고 전한다. 다음은 지중해의 섬나라 몰타에서의 9일간의 여정을 소개한다. 몰타Malta섬의 해안가 도시 슬리에마Sliema를 시작으로 현 수도인 발레타Valletta를 조목조목 둘러 보고, 어촌 마사슬록Marsaxlokk을 거쳐 서북쪽의 뽀빠이 빌리지Popeye Village 등을 두루 둘러보았다고. 또한 두 번째로 큰 섬인 고조Gozo와 가장 작은 섬인 코미노Comino의 "세밀한 표정과 장쾌한 풍경"을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에메랄드 빛'이라는 상투적 표현 대신 저자는 "몰타 섬에서는 고조섬으로 이동하는 동안 배 위에서 바라본 지중해는 더할 나위 없이 푸르러서 눈이 다 아플 지경이었다."(본문 p.114)라고 표현했다. 이어서 동유럽 국가 중 슬로베니아의 여정 중 '블레드 섬'이 특히 인상적인데,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성모마리아승천성당'을 위한 무대"라고. 세계 각지의 행복하게 게으른 여행자들이 모여든다는 '피란'의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의 뒷모습도 여유로워 보였다. 내륙국 코소보와 아드리아해를 서쪽에 두른 알바니아는 민족과 언어가 같지만 자연환경에서 대차게 갈린다고 소개하며, 산전수전 다 겪은 도시로서의 변모를 갖춘 발칸 반도에서 두 번째로 큰 로마시대 원형극장을 언급한다. 발칸 반도의 총성이 다시는 울리지 말았으면 하는 소망이다. 이 부의 마지막을 장식한 셰이셀은 115개의 섬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세이셸은 1498년부터 프랑스인이 정착해 살았고, 오랜 기간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탓에 프랑스어와 영어도 통용된다고 한다. 그러나 세이셸 전반에 걸친 '혼성 문화'를 상징하는 단어인 '크레올Creole'어가 주로 쓰인다. 크레올은 사실 서인도제도에 정착한 유럽인의 후속 혹은 유럽인과 흑인의 혼혈을 뜻한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문화유산이자 국립공원인 발레 드 메이에는 오직 세이셸에서만 서식하는 코코 드 메르'Coco de Mer(바다의 코코넛)' 나무가 6,000여 그루 군락을 이루고 있다고 소개한다. 수나무 열매는 남자 생식기관을, 암나무 열매는 여자 엉덩이를 닮았다. 열매의 무게가 무려 25kg에 육박한다고. 실제 사진으로 보면 정말 실감난다.

'3부-예술의 풍경'편은 역시, 예술하면 유럽인가 보다. 스페인, 네덜란드, 이탈리아, 프랑스의 각 예술도시를 소개한다. 먼저, 2,000년의 역사가 숨 쉬는 발렌시아는 '예술과 과학의 도시'가 세상의 빛을 보면서 관광객 유입이 늘어 서비스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다음은 네덜란드 버금의 도시이자 유럽 최대의 무역항인 로테르담을 소개한다. '다시 만들어진 도시, 환골탈태의 도시, 상전벽해의 도시'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는 1940년, 6일간 이어진 독일 나치의 공습으로 도시의 80%가 폐허로 변한 로테르담의 전후 복구는 복원이 아니라 창조에 가까웠다고. 이어서 우리에게는 퍽 생소한 이탈리아 중북부 동해안의 마르케Marche를 소개한다. 그중 중요도시 우르비노Urbino는 성모화의 대가 '라파엘로Raffaello'의 고향이라고 한다. 르네상스 시대에 활짝 꽃을 피운 도시라고.

프랑스는 역시 여행에서 예술과 와인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힘든 것 같다. 먼저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에서는 근대회화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폴 세잔Paul Cezanne'이 일생을 보낸 도시, 엑상프로방스다. <이방인>의 작가 '알베르 카뮈'와 관련 있는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중 하나로 선정된 '루르마랭'을 소개한다. 또 고흐가 한 해동안 지내며 최후의 예술혼을 불태웠다는 생레미드프로방스의 생폴드모졸Saint Paul-de-Mausole을 소개한다. 이어서 와인의 메카, 아키텐을 소개한다.

'4부-사람의 풍경'편에서는, 중년에 접어든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버마로 더 익숙한 미얀마에서 삼가는 마음으로 불교의 나라를 순례했다는 저자는 "미얀마 사람들의 가공되지 않은 삶의 풍경이었다."(본문 p.241)고 세계 최고 불교 국가인 미얀마의 여정을 풀어내고 있다. 미얀마의 수도를 역임했던 양곤과 그로부터 약 80km거리에 있는 바고의 관광지를 돌아보았다. 다음은 9,500년 전부터 사람이 거주했다는 레벤트 협곡 일대와 래프팅과 트레킹 명소로 알려진 다렌데Darende의 토흐마Tohma협곡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의 공통 조상인 아브라함의 전설이 서린 샨리우르파 도처를 둘러 본 동선을 소개했다. 이어서 '내전', '인종청소'같은 무시무시한 단어가 맨처음으로 떠오르는 코소보의 수도 프리슈티나Pistina에는 국민들의 약 90%이상 절대다수가 이슬람교를 믿는 상황에서 도시 한복판에 10년의 공기를 들여 도시 한복판에 '마더테레사성당'이 굳건하게 서 있다고 한다. 또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그라차니차Grancanica 수도원을 소개한다. 이 국가를 표현한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코소보에는 '적도 재워준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내 집 찾아온 사람을 기꺼이 맞이하는 환대의 정서가 강하다. 심지어 이런 표현도 있다. '내 집의 소유주는 첫째가 선이고, 둘째가 손님이며, 셋째가 나 자신이다'라고. 이 외에 예로부터 뛰어난 예술가들을 많이 배출했지만 경제적으로는 가장 낙후된 곳으로 꼽히는 자코바도 코소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이다. 다음으로 느긋한 분위기 속에서 카페와 시장과 디자인을 질료삼아 이어지는 여유로운 일정을 소개한다. 건물 하단부에서 최고층에 이르기까지 90도로 뒤틀려 있어 꽈배기를 연상시키는 '칼라트라바'의 사진이 인상적이다. 이 부의 마지막 꼭지인 그리스의 3대 관광지 산토리니, 낙소스, 아테네를 소개하는 여정이다. '사람의 땅'이라는 소주제로 '신들의 나라'를 소개하는 반어적 기법이 백미다. "가보니 제우스를 비롯한 신화 속 제후들이 그리스 관광자산의 거의 모든 것임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마음 밭에 밟혀드는 것은 초인간적인 신들이 아니라 지표면에 두 발 붙이고 사는 평범한 사람들과 그들이 영위하는 지루한 일상이었다. 그리스도 결국 사람의 땅이었다."(본문 p.303)라고 표현한 것이다.


많은 여행작가들이 단순히 풍경만을 열거하는 소개하는 경우는 없다. 당연히 자신의 철학과 사상을 장엄하고 다채로운 경관에 녹여내어 표현한다. 각각의 결이 다른 그들의 발자취를 보며 에세이스트로서 한 분야를 확실히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에서 만난 노중훈 작가는 '풍경의 안쪽'이라는 제목에서 말하고 있듯, 겉보기에서 보여지는 외관만이 아닌 풍경 속에 담겨진 역사, 문화 생활상을 풀어냈다. 여느 여행도서보다 좀 더 감성을 자극하는 문학적 언어를 사용하여 어휘사전을 들춰보며 의미를 되새겨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하고 있다.

최근 각종 이색적인 독서법의 유행과 더불어 '필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필사 모임들도 활발하게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는데, 이번 <풍경의 안쪽>의 여러 문장들도 필사의 욕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예를 들면, 북유럽 오로라를 마주한 심경을 "하들하들한 밤안개와 총총한 별들이 힘을 합쳐 내뿜는 광채 때문에 쉼 없이 옷깃을 파고드는 높바람 속에서도 커피 한 잔을 다 마실 때까지 3층 테라스를 벗어날 수 없었다."(본문 p.30)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여기저기 주옥같은 문장들을 소금처럼 흩뿌려 놓았다. 그러고보면 상상출판사의 작가 섭외력도 대단한 것 같다. 나의 어줍잖은 수준이긴 하지만, 글쓰기에 관심있는 문장 수집가라면 꼭 한 번 책 속 아름다운 문장들을 만나보길 바란다. 필사하며, '나도 언젠가는 저자보다 더 아름답고 가슴에 남는 문장을 만들거야.'라는 결기도 다져보자. 그리고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던 유명 시인의 말처럼, 좀 더 자세히 관찰하고 깊게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보자. 독자들의 시선이 더 오래 머물 수 있고, 가슴떨림을 느낄 수 있도록.

본 서평은 상상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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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수학 - 어느 사랑의 방정식
권미애 지음 / 궁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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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권미애님은 브런치스토리에서 '무 한소'라는 필명으로도 활동중인 현직 수학강사이다. 새벽 기상과 독서 모임 참여, 글쓰기 루틴을 삼 년째 실천중이라고 한다. 뭐든 습관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무리하시다 과거에 앓으셨던 각막 궤양이 재발하는 일까지 있으셨다고 하니 한번 뵌 적도 없지만 마음이 쓰였다. 아무리 좋은 습관도 결국은 건강을 잃으면 꾸준히 하기 힘드니 작가님도 나도 건강관리 잘 해야겠다.

친히 내게 SNS DM으로 서평도 의뢰해주시고, 친필 사인본 도서도 보내주셔서 영광이고 감사할 따름이다.

이 책은 국판(가로 148mm, 세로 210mm)형 크기에 총 168면으로 이루어진 이루어진 에세이다. 수학의 여러 식으로 삶의 다양한 '관계'를 풀어내고 있다. 총 4장으로 나누어, '나'와 '가족', '사회적 역할', '삶에서 맺게 된 사회적 관계'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1. 완전수의 탄생

정말 부끄럽게도 완전수와 우애수, 이런 개념을 이 책에서 처음 본 것 같다. 학창시절, 아무리 애를 써도-물론 임계점 근처까지만 노력한 탓이겠지만-도통 성적이 오르지 않던 지긋지긋한 수학이었기에 기초적인 개념조차 기억에서 말끔히 지워내서 그런 것 같다.

어쨌든 '우애수'의 개념을 "평행하든 교차하든 항상 서로 마주하고 함께 움직인다는 우애수는 존재하는 두 수의 쌍에서 어느 한 수의 진약수를 모두 더하면 마주하는 다른 한 수가 된다."(본문 p. 30-31)고 설명한다. 또 "우애수가 전하는 수학의 말은 '아름다움을 창조한 관계의 조화'라고 할 수 있다고도 저자는 이야기한다.

어린왕자에 나온 '길들이기'와 관련한 내용을 소개하며, '길들이기'는 종속도 독립도 아닌 관계 맺기이고, '특별함으로 스며듦'이라는 말로도 정의한다.

2. 노릇이라는 좌표

비단 이 책의 저자뿐이겠는가. 대한민국 40대 중후반의 K장녀들에게 해당될지 모르는 '~노릇'으로 규정되는 현실을 꼬집는다. "나는 딸 노릇, 아내 노릇, 며느리 노릇, 친인척 노릇 등 집안에서 많은 '노릇'을 해야 했다. 어쩌면 나는 이것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압력과 압박으로 때론 숨을 쉬기 힘들었다. 이 노릇을 잘하는 기본이 경쟁력이라는 사실은 나를 힘들고 슬프게 했지만, 더 단단하고 강하게 만들었다."(본문 p. 54)라고.

이 부분은 나 뿐만 아니라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김지영 또래의 여성들도 공감할 것이다. 나도 어쩌면 이 모든 노릇을 다하기 위해 지금껏 그토록 숨 막히는 의무감에 시달렸는지도 모르겠다.

3. 해물칼국수의 항등식

저자는 <노인과 바다>를 읽고 '신념'을 떠올렸다. 청색치를 잡은 낚싯줄을 놓지 못하는 노인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이번 장에서는 완전수에서 떠올린 메시지는 '균형'이라고 일러준다. "자연과 일상에 녹아있는 수 중에서 완전수가 있다. 이름에서부터 완전함과 완벽함이 느껴진다. 수학에서 완전수는 자신을 제외한 양의 약수의 합으로 표현되는 양의 정수를 말한다. 가장 작은 완전수는 6(1+2+3)이다. 다음으로 28(1+2+4+7+14)이 있다. 스스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약수들의 합으로 자신을 창조해내는 완전수가 전하는 수학의 언어는 일상과 내가 이루는 평행, 바로 '균형'이다. 나는 프레임 안에서 비워내고 동시에 프레임 바깥에서 채워나가는 신념을 완전수로부터 배웠다."(본문 p. 111)라고.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평생 살면서 '균형'을 잡기 힘든 나로서는, '수학을 좀 더 잘했으면 뇌를 지금보다 균형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 꼬인 위치로 바라본 세상

'수학이 곧 자연이자 자연법칙'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다양한 다항함수들의 기울기로 전하는 수학의 언어는 "직선과 곡선의 어우러짐이 곧 우리 삶이자 자연'이라는 것이다."(본문 p. 141)라고 수학으로 우리 삶을 관조한다. 또한 올바른 나이듦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과거, 현재, 미래를 다 아우르고 있어서 40대 후반에 선 나는 그간의 삶과 앞으로 남은 삶을 떠올리게 했다.

p. 150 늙는다는 건 시간을 거스르지 않는 경이로운 익어감이자 사회 소외계층으로 살아가는 쓸쓸함이다. 누구나 자신의 과거에서는 화려하고 건강하며 찬란하게 존재한다. 나이를 제대로 먹으려면 육체와 감정 모두 바르게 영양을 섭취해야 한다. 이렇게 흡수된 영양소가 몸 곳곳으로 이동해야 제대로 익어갈 수 있다. 살면서 고독은 피해 갈 수 없다. 그러나 고독은 내가 익어가는 과정에서 즐기고 아껴야 할 인생의 요소이다. 삶이라는 집합 안에 익어감이 포함되어 있다면, 고독은 익어감 안에 들어 있는 원소일 뿐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멋지게 즐기면 된다.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풀고 나서'에서 평소 글쓰기 습관을 지켜가는 마음가짐과 책출간 소회를 밝히고 있다. "여러 결의 감정과 흩어진 마음을 정돈해서 표현하려고 글을 썼다. 글쓰기를 포기하면 내면이 도망갈까, 살아온 과거와 현재의 내 시간이 사라질까 두려워 멈출 수 없었다. 쓰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았다. 마치 불문율처럼, 나를 둘러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감정이 공기 중으로 날아가서 퍼지고, 처음의 모습을 참지 못하고 분해되어 버릴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글을 쓰는 행위를 멈출 수 없었다. 정답도 없고 길을 찾는 네비게이션도 없지만, 그래도 글쓰기를 통해 매일 비슷하게 시작하는 하루하루를 날짜로 순간으로 특별한 기억으로 아름답게 채색할 수 있었다."라고.

이 부분은 아직 종이책은커녕 전자책 출간도 못한 나로서는 우러러보이는 문장들이었다. 자신의 감정을 오롯이 읽어낸 표현. 수학의 수식과 그래프, 도형 점·선·면을 분석하는 눈으로 자신만의 인생철학을 구축해가며 수학적 개념을 '관계의 조화', '사회적 역할', '균형'같은 삶의 화두를 풀어내는 저자의 통찰력이 상당하다.

작년 『문과남자의 과학 공부』를 출간한 유시민 작가나 2011년과 2015년 각각 다른 출판사를 통해 출간된 『통섭의 식탁』의 저자 최재천 교수에 비견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잘 버무린 이 책으로 통합적 사고체계의 과정을 배워보자.

본 서평은 권미애 작가님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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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두콩달 - 365일 질리지 않는 두부, 콩나물, 달걀 요리 레시피
이미경 지음 / 상상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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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거창한 요리 레시피 북은 이제 그만! 요즘같은 고물가 시대에 매일 밥상 차림 고민하는 혼밥족부터 주부들까지 이 한 권의 책으로 간단하면서 영양만점 반찬으로 집밥 잘 챙겨 먹자.

이 책에서는 앞표지를 장식한 두부구이 외에도 두부로 만들 수 있는 건강한 두부 요리 54가지와 콩나물국과 무침 외에도 맛있는 콩나물 요리 40가지, 달걀 프라이와 말이, 찜 정도만 알고 있는 만만한 달걀 요리 55가지를 차례로 소개하고 있다.

물론 고만고만한 요리를 뭐 책으로까지 엮었을까 싶지만 너무 간단하고 흔해서 소홀하기 쉬운 요리들이지만, 살짝만 힘을 더하면 맛도 좋고 격식을 갖춘 것 같아 밥상을 차리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흐뭇할 것 같다.

이 간단하지만 한국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 식재료를 빛나게 해 주신 이미경 요리연구가님은 경기도 양평에서 텃밭을 가꾸며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에 다섯 가지 과정을 넘기지 않고 잦은 양념을 배재한 심플하고 건강한 음식'을 연구하는 분이시다.

과한 양념으로 식재료 본연의 맛을 잃게 만드는 레시피도 많은데, 자연의 맛을 지키면서 비교적 간단한 요리 과정으로 요리를 완성할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어, 무늬만 20년차 주부인 나같은 요리젬병인 사람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 또한 두부, 콩나물, 달걀의 영양 분석과 두부와 콩나물을 집에서 만들거나 길러 먹는 방법까지 소개하고 있어서 예전 부모님이 기르셨던 콩나물 생각도 나고 정겨웠다. 두콩달만으로 밋밋할 수 있는 식탁을 채워 줄 사계절 식재료 달력을 제시해주고 있어 제철 밥상을 다양하게 차려낼 수 있도록 도왔다.

가장 중요한 계량법을 목차 다음에 바로 실어주고 있으니 알맞은 계량으로 기껏 준비한 요리의 맛을 잘 지켜내보자. 게다가 이 책에서 언급한 기본 양념도 과감하게 소개해주어 마트 방문시 동일 제품을 구매하여 이왕이면 요리의 완성도를 더해 보자.

지금까지 익숙해서 두콩달 식재료로 대충 해먹었던 분들, 시시한 식재료라 기피했던 분들은 이번 기회에 장보기 필수 품목인 두부, 콩나물, 달걀을 이용해서 가성비 좋은 영양 만점 집밥 한 상 차려 보시길...

본 서평은 상상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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