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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노래 - 마음에 용기와 지혜를 주는 황선미의 민담 10편
황선미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 비룡소 / 2015년 11월
평점 :
인어의 노래/황선미/비룡소/유럽 민담의 매력에 빠져~
영화화 되기도 했던 동화 <마당으로 나온 암탉>의 작가인 황선미 작가의 아름다운 언어와 볼로냐 라카치 상 수상작가인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이 만나 이토록 멋진 조합을 이루었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싶어요. 글만 읽어도 마음이 설레고 그림만 봐도 눈이 설레는 책이기에 읽으면서 몹시 두근거리는 마음이었답니다. 첫 동화를 읽던 유년의 마음으로 돌아간 동심의 시간이었어요.
책에서는 유럽에서 전승되던 민담 중에서 10편을 골라 아이들에게 맞게 아름다운 언어로 풀어냈어요. 읽으면서 모든 문장과 이야기가 참 맛깔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 나오는 <고사리꽃>에서 시작해 <인어의 노래>에 이르러서는 감정이 절정이 된 기분이었어요. 마치 오디세우스의 폴란드 버전 같은 <인어의 노래>는 바르샤바에서 전승되어온 민담이라니, 세상의 이야기는 돌고도나 봅니다.
밤마다 들려오는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라면 누구나 끌리지 않았을까요?
폴란드 바르샤바 중심을 흐르는 아름다운 비스와 강변 숲 속 연못에서는 석양에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할 무렵이면 은은하고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렸답니다. 사람들은 미처 알지 못했지만 그 소리는 아름다운 인어의 노래였죠. 사람을 미혹하게 할 정도의 황홀한 노래의 주인공을 알게 된 어부 마테우쉬와 시몬은 사제를 찾아가 고민을 이야기 했어요. 사제는 사람을 유혹하는 인어를 잡아 왕자에게 바쳐야겠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밀랍으로 귀를 막은 뒤 인어 포획에 성공을 하죠. 하지만 결국엔 실패로 돌아갑니다.
너를 사랑했다네. 비스와 강변이여. 그대들을 사랑햇다네. 순진하고 마음씨 고운 사람들이여. 나는 그대들을 위해 노래를 불렀고, 그대들의 인생이 신비롭기를 기원했다네. 그런데 왜 나를 가두었는가. 나는 물결 속으로 사라질 것이네. 그대들은 이제 철썩거리는 소리만 듣게 되리. 먼 훗날 힘들고 어려운 때가 찾아오리라. 그대들의 아이와 손자들은 더 이상 아무런 꿈도 꾸지 못하리. (77쪽)
황홀한 노랫소리에 유혹되지 않으려고 귀를 막고 인어를 포획해서 왕자에게 갖다바치려 했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는 이야깁니다. 인간은 호기심 많은 동물인지라 사람을 현혹시키는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기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이 보여 순간 부끄러워지기도 한 이야깁니다. 신을 위해 일하는 사제가 아니라 세속의 왕자의 기쁨을 위해 일하는 사제의 모습을 보며 영 불편하기도 했어요. 예로부터 민담은 교훈이 많았기에 <인어의 노래>를 통해서도 교훈을 얻게 됩니다. 인간의 호기심과 욕망이 자연을 훼손하면서 자연의 소리는 멀리 사라진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심신의 고통을 잊어버릴 만큼 황홀하고 놀랍고 아름다운 노랫소리란 어떤 노래일 지 참으로 궁금해집니다.
폴란드 민담 <고사리꽃>에서는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없는 행운은 인간에게 아무 소용이 없다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고요. 폴란드 민담 <왕이 된 농부>, 행운을 얻었다가 잃은 이야기 <황금 오리>에서는 사람에게는 출신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답니다. 이외에도 프랑스의 민담 <밀랍 아가씨>, 이탈리아의 민담 <현명한 카테리나>, 터키의 민담 <오두막의 검은 고양이>, 스페인의 민담 <용과 소녀> 등이 있답니다.
신화와 함께 민담이나 전설 역시 이야기의 원형이죠. 수많은 아류 동화를 낳은 민담은 서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어온 옛 이야기들인데요. 때로는 재미를 위해 탄생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교훈을 주기 위해 만들어지기도 했죠. 그림 형제가 유럽 민담들을 모은 동화집을 읽은 적은 있지만 한국 작가가 쓴 유럽 민담을 모은 동화집을 읽으니, 낯설면서도 새롭네요. 이렇게 멋진 민담들을 읽으며 마치 할머니의 옛 이야기를 듣는 듯 했어요. 오랫만에 동심의 세계로 빠져든 설레는 시간이었어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