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고발 카페/김미희/휴먼어린이]어른들을 반성하게 만드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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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고발 카페 ㅣ 휴먼어린이 저학년 문고 1
김미희 지음, 정문주 그림 / 휴먼어린이 / 2015년 5월

[엄마 고발 카페/김미희/휴먼어린이]어른들을 반성하게 만드는 카페~

잔혹 동시나 잔혹 동화를 접하게 되면 배은망덕이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물론 부모답지 않은 부모가 있고, 어른답지 않은 어른이 있지만 대개의 부모나 어른들은 아이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요즘 뉴스를 접하면서 그런 믿음이 얼마나 근거 없고 대책 없는 믿음일까 싶기도 하다. 사랑이라는 가면을 쓰고 잔혹한 매질을 하는 부모도 있고, 가슴에 상처를 주는 언어를 쓰는 교사도 있고, 자식의 목숨을 자기 것인 양 해치우는 엄마도 있으니 말이다.

엄마 고발 카페!

첫인상이 제목에서부터 기시감이 들었던 동화다. 인터넷의 발달은 아이들끼리 대화의 창구를 무분별하게 개설하게 하는구나 싶기도 했고, 누구보다 사랑하는 가족관계가 무너지나 싶어서 염려스럽기도 했던 카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으면서 그런 기시감이나 걱정을 내려놓은 것은 물론이고, 어른들로 하여금 반성을 하게 만드는 작가의 솜씨에 박수를 보낸 동화다. 물론 재미도 있고…….

동화 속 주인공 이분홍은 곧 3학년 올라가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숙제를 하다가 엄고카, 즉 ‘엄마 고발 카페’에 가입을 하게 된다. 엄고카는 엄마 흉을 보는 카페인데, 카페에는 실시간으로 소위 착하지 않은 아이들의 엄마 흉이 올라온다. 물론 글 개수와 댓글 수에 따른 등업 규정도 있다.

엄마 고발 카페에는 프라이팬을 달궈놓고 세제를 기름으로 알고 붓는 건망증이 심한 엄마, 지폐를 휴지통에 버리는 엄마, 사용하는 교과서를 분리수거함에 넣은 엄마, 더위 먹는다고 물을 듬뿍 주다가 제라늄을 죽게 한 엄마 등 엄마들의 황당한 실수담이 주를 이룬다.

분홍도 엄마를 고발하는 내용을 꾸준히 올리게 된다.

일요일에 늦잠을 자는 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떼쓰는 동생을 데리고 교회에 갔다가 교회에서 점심까지 먹고 친구들과 뒷산 개울에서 도롱뇽 알 구경까지 하고 집에 늦게 오는 바람에 아빠의 구둣주걱으로 엄마에게 맞은 이야기, 유치원에 다니는 동생 빨강과 114놀이, 주유소 놀이를 하다가 싸우는 바람에 목도리로 묶이는 한 몸 벌칙도 고발한다. 그렇게 엄마를 고발하는 글을 올리던 분홍은 정회원으로 등업 되면서 엄마를 고를 수 있는 쿠폰을 받게 되고…….

아이들이 엄마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이버 공간의 존재가 오히려 엄마와의 사랑을 확인하는 공간이 된다는 엄고카다. 잔소리쟁이 엄마를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분홍의 마음이 느껴졌던 동화다.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부족하거나 잔혹한 어른들을 고발하고 싶을 때가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의 행동이 무조건 옳은 것도 아니면서 아이들에게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진 않았는지 반성하게 만드는 동화다. 어른들을 반성하게 만드는 이런 카페, 아이들의 불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신문고 같은 카페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제목에선 거부감이 들었지만 내용은 유쾌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준 여운이 깊은 동화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