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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내게 끌린다
남인숙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새롭게 직장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요즘 굉장히 지치고 힘든 일이 많았다. 사회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항상 힘들고 어려운 것 같다. 나는 아직 제대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 같은데도, 어쩔 수 없이 사회에서 아등바등 버티고 있는 것 같다. 그러던 중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나는 아직 내게 끌린다'는 제목이 인상적인 책이다. 그리고 책 표지에는 "나를 사랑하는 법도 모른 채 어른이 되었다"라고 써져있다. 왠지 모르게 굉장히 와닿는 문구여서 책장을 넘기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화자가 사람이 아닌 구두이다. 그것도 무려 12센티미터의 굽을 가진 화려한 명품 구두. 이 구두가 바라보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구두가 만나게 되는 여자들은 모두 일곱 명이다. 제각각 다른 고민과 다른 매력을 가진 여자들이다. 이야기하듯이 내용이 전개되어 책장이 잘 넘어가는 책이었다.
가정 처음에 만난 사람은 혼자서 힘겨운 서울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사회 초년생인 리즈. 월세 내는 것도 벅차고, 경력도 부족한 그녀는 상사의 무시하는 듯한 말 때문에 홧김에 구두를 지르게 된다. 하지만 결국 다른 사람에게 구두를 넘기게 된다.
두 번째로 만난 사람은 능력도 있고 일도 잘하는 간호사인데다가, 예쁘기도 하고 구두광이기도 한 비비안. 그녀는 결혼을 하기에는 가족의 반대 등 현실의 벽이 벅찬 남자와 오랜 연애를 하고 있다. 그녀는 이 구두를 잘 신고다니고 아끼기도 했지만 그녀도 역시 다른 사람에게 구두를 선물한다.
그리고 다음으로 만난 사람은 22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결혼해서 집에서만 생활하고, 남편의 눈으로만 모든 걸 바라보게 된 주부인 올리비아. 자기 눈으로 직접 세상을 보기 전에 남편의 눈을 통해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데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도 역시 어떤 계기로 인해 구두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게 된다.
그 외에도 마릴린, 그레이스, 오드리, 소피아를 만나게 된다. 다양한 고민을 가진 여자들을 만나 함께 고민하고, 응원하고, 욕망한다. 그리고 이 신기한 구두는 인생의 고난, 슬픔, 함정에 빠져서 허덕일 것 같은 순간에서 바른 길로 인도한다.
그리고 다양한 고민들을 듣고, 해결해 나가면서 구두는 가장 처음의 주인이었던 리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하나하나 기억해나간다. 이 문구들은 마음에 와닿는 말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 몇가지를 꼽아봤다.
'어느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결정할 것' -p. 120
'자신이 다른 것은 포기하고라도 얻고 싶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p.153
바쁘게 살다 보니 정작 '나'를 위한 시간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힘들고 지칠 때가 많았던 것 같다. 타인들 사이에서 존재하는 '나'가 아닌, 나 자신만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