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먼 인 골드
앤 마리 오코너 지음, 조한나.이수진 옮김 / 영림카디널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들을 좋아한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들을 보면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스트리아 출신 화가인 그는 관능적인 여성 이미지와 찬란한 황금빛, 화려한 색채를 특징으로 한다. 작품에 화려한 색채가 단순히 금색인줄만 알았었는데, 진짜로 금을 섞어서 그렸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얼마나 놀랐던지! '유디트(1901)',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1907)', '키스(1907~1908)' 등 누구든지 보면 "아, 이 작품이구나!"하고 외치게 되는 그의 대표작들에는 언제나 여성이 등장한다. 그림에 숨겨진 뒷 이야기가 무엇인지, 저 여성은 과연 누구일지 정말 궁금했던 적이 많다.
하지만 구스타프 클림트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 자세한 것을 알기 힘들다고 한다. 수수께끼 같은 화가인 클림트! 그는 생전에 자신의 그림에 대해 한번도 설명한 적이 없고, 인터뷰도 하지 않았으며, 사생활은 철저히 숨겼다. '비밀은 더 아름답게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그리하여 그와 그의 그림이 풍기는 매력이 더 대단해진 것일까?
아무튼, 이렇게 비밀이 많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에 관련된 영화가 얼마 전에 개봉했다. 별점도 높고, 언론의 호평을 받은 영화 <우먼 인 골드(Woman In Gold)>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영화의 원작인 동명의 소설 <우먼 인 골드>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소설은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에 얽힌 사연을 들려주고 있다. 맨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표지에도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이 그려져 있어 단순하게 화가와 모델의 숨겨진 이야기만을 다룬 책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이 그림을 둘러싼 국제적 반환 소송 실화와 함께 '미술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고 다양한 내용을 그리고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은 영화에서는 다 표현하지 못한 많은 이야기를 세세하게 담고 있다. 수수께끼 같은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가 활동하던 당시의 예술적 발자취와 그 당시의 미술사. 내가 제일 궁금해했던 클림트와 그림의 모델인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와의 관계, 나치 독일이 점령한 오스트리아에서 일어난 유대인 박해와 그림의 상속자인 마리아 알트만이 겪은 힘들고 가슴 아픈 가족사, 그녀가 미국으로 이민하여 힘겨운 삶을 이겨내고 결국 유산을 되찾아 명예를 회복하고 행복해지는 이야기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 도저히 넘기 어려울 것 같은 벽을 하나씩 뛰어넘으면서 정의를 실현하는 여정이 정말 힘겨우면서도 감동으로 다가온다.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후손과 오스트리아 정부 간의 8년에 걸친 오랜 법정공방. 길고도 험난한 여정이었지만, 결국은 승리한다. 국가가 절도품을 갖고 있는 경우는 정말 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법정은 후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얼마나 후손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힘들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를 떠난 클림트의 작품들은 로더를 비롯한 애호가들에게 팔려나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상황과도 많이 겹친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상황이 대조되는 것은, 미국 국적의 유태계 오스트리아인이었던 마리아의 상황과, 우리나라의 상황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도난당한 예술품은 하나 찾지 못하는데.. 씁쓸하다는 느낌이 조금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