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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가방을 멘 아이
조르지아 베촐리 지음, 마시밀리아노 디 라우로 그림 / 머스트비 / 2016년 1월
평점 :
클로에는 8살 여자아이 입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요.
클로에가 이모와 함께 책가방을 사러 갔어요. 클로에는 스파이더맨 가방을 고릅니다. 이모는 클로에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정말 스파이더맨 가방을 사 줘도 되겠느냐고 묻습니다. 스파이더맨 가방은 남자아이들이나 매고다니는 가방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가방 가게 아저씨조차도 이렇게 묻습니다.
"얘야, 네 오빠에게 줄 거니?"
그러자 클로에가 대답합니다.
"스파이더맨은 남자애들 게 아니에요. 스파이더맨은 모두의 거예요!"
참 당당하고 당찬 아이입니다. 그래요. 스파이더맨은 모두의 것이죠.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상관없이. 남자애들만 좋아하라는 법이 어디 있나요? 어른들의 편견이란 정말 말릴 수가 없습니다.
학교에간 클로에는 친구들까지도 자기 가방을 보고 남자애것이라며 웃어대는 걸 보고 마음이 상합니다. 이 아이들도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편견에 물들어 버린거죠. 그렇게 아이들에게도 고정관념이 생겨버립니다.
클로에의 엄마가 페이스북에 스파이더맨 가방을 맨 클로에 사진을 올렸어요. 그러자 5000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죠. 공감되는 댓글도 많이 올라왔어요. 클로에는 많은 사람들의 응원에 위로를 받는 답니다.
이 책에는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SNS,장난감, 케릭터 이름들이 그대로 나와요. '페이스북'이라던지, '좋아요'같은 용어는 2016 현재에 읽는 독자에게 현실감을 100%느끼게 해주네요.
책의 중반부에서는 로사 '콘페토 이야기책의 이야기'를 들여줍니다.
암컷 코끼리들은 원래 분홍색이었고 울타리 안 에서만 생활했대요. 그래야 분홍색을 유지한다고요. 그런데 어느날 한 암컷 코끼리가 울타리를 뛰쳐나와 회색 수컷 코끼리들과 진흙탕에서 실컷 뛰어 놀았어여. 그러자 울타리 안에 있던 다른 암컷 코끼리들도 모두 뛰쳐나왔죠. 그러고선 다시는 울타리 안 으로 들어가지 않았대요. 그래서 지금의 코끼리들이 모두 회색이라고 하네요.
성차별과 성 고정관념에 대한 참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클로에는 남자애들, 여자애들 장난감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친구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하느냐고 아빠에게 물었어요. 아빠는 남자 것, 여자 것 가리지 말고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놀고 우리가 입고 싶은 옷을 입어야 한다고 했어요.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가 그럴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거라고요. 그러자 클로에는 자신이 스파이더맨 가방을 메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사실 실 생활에서 우리가 그러긴 쉽지 않아요.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당당하게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입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참 행복한 사람일테죠. 하지만 정말 용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클로에는 정말 용기가 대단한 아이네요. 아마도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지 않고 그 사람 자체를 존중해주는 훌륭한 부모님 덕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부모의 시선이 바로 작가의 시선이겠죠.
<스파이더맨 가방을 멘 아이>는 성 차별, 성 고정관념, 성평등에 대해 이야기해요. 이 책의 후반부에서는 동성간에 결혼에대한 이야기까지 나온답니다. 먼저 책을 읽어보지 않고 아이와 바로 함께 읽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저는 살짝 놀랐습니다. 우리 아이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기가 좀 이른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저는 동성연애에 대해 반대하지 않아요. 그건 자신이 노력한다고해서 되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민감한 부모라면 이 책이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이에요. 클로에의 한 쪽 손에는 여자 인형이, 다른 쪽 손에는 스파이더맨 인형이 들려있네요. 이 그림은 성 평등이라는 커다란 상징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 클로에는 이렇게 살고 싶대요.
"나는 사랑, 행복, 평온이 있는 삶을 원해요."
우리들 모두도 이런 삶을 살아가길 기도합니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